2019/11/12 21:54

신의 한 수 - 귀수편 극장전 (신작)


어차피 바둑에 관심있는 영화는 아니란 거 전편에서부터 알아봤잖아.

내가 어렸던 1990년대 초중반,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만화계와 애니메이션계를 일본이 꽉 쥐고 있었던 시절. '드래곤볼'이나 '바사라', '명탐정 코난' 같은 작품들을 보면서는 당시 어린 마음에도 극중의 위기가 제대로 이해 되었다. 피콜로고 프리더고 뭐고, 여하튼 험상궂게 생긴 외계종자들이 지구를 내놓아라-라고 외치며 무력동원을 하고 있으니 당연하지. '바사라'를 보면서는 주인공의 정체가 탄로 나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 때문에 마음 졸였었고, '명탐정 코난'은 뭐 어쨌거나 살인 사건들을 주 소재로 삼고 있으니 딱 봐도 진지하고 위험해보이는 내용이었지. 물론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엔 코미디가 없지 않았지만

그러던 와중에 접하게 된 것이 '포켓몬스터'와 '요리왕 비룡', '고스트 바둑왕', '유희왕', '탑블레이드' 같은 만화들이었다. 뭐, 다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들인 건 맞지. 근데 그 작품들은 어렸던 내가 보기에도 좀 이상했다. 뭔 놈의 애완동물 싸움이랑 요리 대결이랑 바둑 대결이 대체 어떻게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고 세상의 존망을 논한단 말인가. 암만 봐도 이상했다. 카드 놀이 한 판 진다고 이렇게 세상이 무너져? 고작 팽이 치기인데 이걸로 전세계적인 리그가 열리고 월드컵 축구 경기장 보다 큰 스타디움을 건설한다고? 씨바, 이거 돌아도 제대로 돌아버린 세상이잖아?

서두가 길어졌는데, 바로 이 시리즈가 그 당시 그 애니메이션들의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말할 수 있겠다. 바둑 별 거 아니다-라고 말하면 아마 대한 바둑 협회에서 나 잡으러 오겠지? 바둑이 보잘 것 없는 놀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바둑은 역사가 긴 스포츠고, 잘은 몰라도 머리를 요긴하게 써야만 승리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다. 그건 인정해. 하지만 그거 하나로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좀 웃기지 않아?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일단 그 감수성에 편승 해야만 한다. '뭐 저런 걸로 사람을 죽여?'라는 마음가짐으로 보면 안 되는 영화인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그 감수성이 제대로 맞아 떨어졌을 때에만, 정말로 재밌는 영화가 될 수 있다. 맞아... 길게 썰 풀고는 있지만 이 영화 재밌게 봤단 소리야...

존나 병맛이다. 영화의 오프닝으로 주인공들 소개하는 것도 병맛이고, 바둑으로 팔 써는 거, 바둑 두다가 바둑돌들이 승천하는 거. 바둑 대결 하나 때문에 여자 하나 납치해 살해 협박하는 것도 개병맛 코미디다. 그게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니다. 그 병맛에 승차할 마음가짐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진짜 영화 재밌게 볼 수 있다. 

병맛 병맛 했지만 액션성도 꽤 뛰어난 영화. 액션 시퀀스가 많지는 않은데, 골목에서 벌어지는 일 대 일 대결과 손전등을 활용한 화장실 액션 씬이 흥미롭게 재미있다. 액션도 좋고 병맛도 쩔고 심지어 그 액션과 병맛을 받쳐주는 든든한 배우진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토록 김성모 만화 같은 영화는 또 드물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난 재밌게 보았어.... 이런 말 하면 존나 지는 것 같지만 재밌게 봤다고...

덧글

  • 지화타네조 2019/11/12 23:00 # 답글

    전작도 생각해보면 김성모 만화감성이죠.

    범죄예방프로젝트라고 해놓고 결국 조폭들 싸움박질 만화가 된 김성모의 대털이나 바둑 두다가 결국은 싸움박질로 끝나는 신의 한수나 크게 다를게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인극화스러운 감성의 영화가 참 드무니 그 나름대로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어요.
  • CINEKOON 2019/12/03 10:37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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