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4 21:56

화이트 하우스 다운, 2013 대여점 (구작)


이번주에 개봉하는 <엔젤 해즈 폴른> 챙겨보려고 이전 시리즈들 쭉 보려했는데, 정작 먼저 보게 된 건 뜬금없이 이쪽이다. <올림포스 해즈 폴른>과 같은 해에 개봉 되었으면서 백악관이 테러 당한다는 이야기 구조가 같으며, 심지어는 테러범들에게 사로잡힌 미국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특수 부대 출신 경호요원이 나서 일당백으로 백악관 청소한다는 캐릭터 설정도 거의 복붙 수준. 이쯤 되면 2013년에 두 작품의 제작진들과 스튜디오가 벌였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한다. 아, 설정 상 다른 거 하나 있음. <올림포스 해즈 폴른>에서는 대통령이 백인이었다. 이 영화 같은 경우엔 대통령이 제이미 폭스로 흑인.

결국 <다이하드>의 또다른 변주인 건데, 일단 미국 본토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 대통령이 있는 바로 그 백악관이 테러범들의 타겟이라는 점. 바로 그 점이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주된 동력 아니겠나. 그 점에서 보자면, 솔직히 말해 별다를 게 없다. 애초 그 테러 작전의 현실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관객들에겐 아무래도 생경할 백악관 내부 구조를 자세히 보여주고 또 그를 적재적소에 맞춰 활용한 액션 동선들이 제대로 구성되어야 했을텐데 바로 그 점에서 아쉽다. 물론 미국 대통령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극한의 테러 상황에서 미국의 권력 승계 구조는 어떠하며 또 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의 잔재미들은 있다. 하지만 그건 말그대로 그냥 잔재미에 불과하잖아. 제목부터 백악관 부수는 영화인 건데, 정작 바로 그 점에서는 영화가 밍밍. 막말로 백악관이 아니라 나카토미 빌딩이었어도 아무 상관 없었던 거다.

때문에 영화는 오히려 다른 데에 더 관심을 보인다. 잔재미 정도로 치부했던 미국 대통령의 권한과 그 권력 승계 구조. 바로 그것들이 영화 속 악당들의 주된 음모로 작용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리고 생각보다 그 음모의 구조와 짜임새가 영 나쁜 것만은 아니다. 몇몇 잔챙이 악당들의 동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그럼에도 가장 중요하게 설명 되었어야 했을 최종 보스의 동기가 어느 정도 이해 되기는 하걸랑. 물론 그걸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이해력의 수준이 한참 낮아도 상관 없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서도.

그러나 백 번 말하면 뭐해. 그건 그냥 음모이고 이야기를 굴릴 동력일 뿐이지, 결국 영화가 제대로 보여줬어야 했던 건 백악관 안에서의 처절한 전투다. 테러범들의 백악관을 접수해나가는 과정의 속도감은 괜찮지만 그 이후 영화의 구체적인 액션성이 영 떨어진다. 그나마 백악관 마냥 무너져가는 이 영화를 붙드는 건 캐릭터들의 유머. 그 유머의 기원도 결국 맥클레인의 것이고, 그 유머의 질 역시 그리 높은 게 아니지만. 그럼에도 채닝 테이텀과 제이미 폭스가 쿵짝을 맞춰 나가는 부분들에서는 영화가 좀 산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결국, 내부의 적들이 만든 테러리즘의 환상이었다는 것이다. 중동의 테러리스트들, 또는 <올림포스 해즈 폴른>이 그랬듯 북한 등의 주요 적국 인사들로 악당들을 설정했다면 좀 더 쉬웠을 것이다. 허나 영화는 그나마 그 점에서 예상을 빗겨 나간다. 최종 보스는 내부자 중의 내부자인 대통령 경호실장이었고, 그의 동기는 미국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이란 등의 중동 국가들을 핵폭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이지 다행히도,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결과론적으로는 주인공들의 미국적 영웅주의 덕에 중동 국가들이 구원 받은 얼빠진 모양새인 게 맞다. 그래도 최소한 악당들을 바깥에서 찾지는 않은 거잖아? 최소한의 자기 반성이라도 하려 했던 것 같아 짐짓 영화가 다행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 자기 반성 마저도 일종의 의무 방어전처럼 느껴진 게 사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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