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6 14:24

런던 해즈 폴른, 2016 대여점 (구작)


백악관에 이어, 이번엔 런던 전체다. 이 정도면 다른 나라 가서 깽판치고 랜드마크 두들겨 부수던 옛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의 맛을 그대로 내려는 기획이 맛구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를 보면서도 존 맥클레인이 많이 생각났는데, 이번엔 다른 건 아니고 바로 운이 지지리 없는 주인공이 나온다는 점. 아, 굳이 따지면 주인공 말고 미국 대통령. 최근 오바마랑 트럼프도 안전하게 하고 있는 걸 아론 애크하트 얼굴을 한 여기 대통령은 임기 내 두 번이나 테러 당하고 죽을 뻔 한다. 


스포 해즈 폴른!


액션성에 대해서 할 말은 없다. <올림포스 해즈 폴른>과 도긴개긴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알콩달콩 주도면밀한 맛이 없고, 게임으로 치면 그냥 어택땅 찍고 돌격하는 느낌의 액션 시퀀스들. 주인공 보다 반응 속도가 한참은 느린 악당 앞잡이 놈들도 별다른 매력 없고. 공간적 배경을 런던으로 삼은 특별한 이유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런던이라는 도시의 지리적 특성을 잘 살린 액션 시퀀스가 이 영화에 있나? 아니면 런던이라는 도시의 문화적 특성을 잘 살린 유머나 묘사가 이 영화에 있나? 전무. 이럴 거면 뭣하러 남의 나라까지 갔대. 그냥 너네 나라 뉴욕이나 LA 배경으로 했어도 아무 상관 없는 거 아니냐? 그냥 빅벤 한 번 터뜨려보고 싶었던 건가.

연출자가 바뀌었는데, 나름의 야심은 보인다. 아, 야심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전편과 다른 자신만의 무언가를 최소한 하나쯤은 만들고 싶다- 정도의 마인드랄까? 자기 인장 하나 찍으려고 노력한 부분은 엿보인다. 영화 후반부 클라이막스 중 액션 씬 하나를 통째로 한 테이크를 통해 소화하는 부분이 있다. 그 패기와 고민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그 부분에 잘 맞았냐- 하면 글쎄. 애초에 찍기 어려운 롱테이크 하나 있다고 해서 영화가 좋아지는 건 아니지 않나. 때문에 그 부분은 그냥 그 노력만 인정하는 걸로......

영화가 충공깽스러운 부분은 따로 있다. <올림포스 해즈 폴른>의 북한 출신 악당들은 주인공과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철저히 외부의 적이었다. 그들은 그저 신 냉전의 바람을 타고 북한이라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에 도전한 자들이었다. 근데 이번 영화의 악당들은? 전편의 동아시아 악당들에 이어 이번엔 중동계 악당들인데, 노골적으로 중동 테러리스트를 설정하기는 민망했는지 영화도 일종의 희생자로서 그들을 묘사한다. 여느 영화에나 뻔히 나오는 복수의 굴레, 바로 그거 차용한 거지. 몇 년 전 미국을 위시한 UN 소속 국가들이 중동의 거대 무기 밀매상에게 폭격을 가했는데, 문제는 정작 죽으라는 그 놈은 안 죽고 결혼식 올리고 있던 그 놈 딸과 사위가 죽은 것. 때문에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악당 최종 보스가 움직이게 된다. 그래, 이 부분까지는 그래도 빅벤 터뜨리는 영화 치고 성숙해보인다 이 말이야. 미국과 서방 세력이 저질렀던 과거의 죄가, 현재에서 다시 돌아와 그들을 붙드는 구성. 물론 테러리스트들이고 악당들이기 때문에 권선징악 구조상 결국에 그들은 또다른 단죄를 받고 주인공의 손에 의해 모두 척결된다. 허나 그러면서도 미국의 반성적 면모 역시 잘 그려낼 수 있는 거잖아?

바로 그 점에서, 영화가 충공깽이다. 몇 년 전 저질렀던 잘못된 폭격 때문에 지금 이 꼴 당한 거잖아? 물론 복수는 나쁜 거지. 헛된 거지. 그래도 영화가 그런 기본 셋팅을 했으면 최소한 결말부에 가서는 주인공을 비롯한 미국 세력들이 모두 후회 어린, 죄의식 어린 표정 하나씩은 지어주고 결말 지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영화 마지막, 테러리스트 최종 보스인 무기 밀매상이 숨어 있는 곳. 과연 주인공과 미국은 그 최종 보스를 어떻게 쓰러뜨릴까? 씨바, 정답은 폭격이다. 또다른 폭격, 어나더 폭격. 폭격으로 이 잔치 벌인 건데 막판에도 폭격으로 조진다고? 대체 반성적 면모는 어디 있는 거야? 이럴 거면 왜 이런 설정 했어... 그냥 예전 7,80년대 멍청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처럼 막무가내 선악구조로 중동 테러리스트 설정하면 촌스럽단 소리 듣고 욕 먹을까봐 이런 설정 했던 거야, 그냥? 이건 아니잖아...

제라드 버틀러의 대쪽 같은 캐릭터는 조금 마음에 든다. 주인공이랍시고 도덕적 규범 따져가며 악당들 봐주는 게 아니라,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었음에도 악당들 마구 찔러 죽이고... 뭐 이런 건 좋았다. 근데 그럼 뭐해, 액션 영화인데도 액션 조지고, 중동 테러리스트를 설정한 21세기에 만들어진 영화로써도 막판에 조졌는데. 이렇게 마구 조져놓고도 또다른 속편이 나왔다니, 정말이지 흥행이란 것은 위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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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nenga 2019/11/28 23:39 # 답글

    다른 행정수반은 공무중에 테러를 당하지만 이탈리아 총리 혼자 데이트하다 테러를 당한다는 게...
  • CINEKOON 2019/12/03 10:37 #

    그것도 좀 이상해요. 이탈리아라는 나라나 그 총리에 대한 선입견도 약간 느껴지고, 무엇보다 영화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게 비밀 데이트 일정은 또 어떻게 알아냈대;; 물론 보디가드 대동 했을 테니 그 스케줄 알아내는 거야 뭐 어떻게든 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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