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4 15:41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 2차 세계대전> 연속극 대잔치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 곳곳에서 촬영된 필름들. 그 필름들을, 단지 컬러 복원 했다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다큐멘터리. 거기에 전문가들의 고견을 덧붙이는 건 일반적인 다큐멘터리들이 모두 취하는 자세이긴 하나, 당 시리즈는 전쟁사 전체를 다루는 것보다 6여년의 전쟁 중 가장 중요했던 순간들 열가지만 골라 일목요연 핵심정리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그 10대 순간은 차례로 전격전 / 영국 본토 항공전 / 진주만 / 미드웨이 해전 / 스탈린그라드 포위전 / D-Day / 벌지 전투 / 드레스덴 폭격 / 부헨발트 수용소 해방 / 히로시마.

일단 컬러 복원의 힘이 의외로 크다. 컬러화된 당시 필름들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 분량을 본 적은 없었으니까. 컬러 복원됨으로써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름아닌 D-Day. 노르망디 상륙작전이야,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통해 질리도록 봤었지만 그럼에도 어쨌거나 그건 '영화'라는 가공된 세계 속에서의 인상이었잖아. 물론 실제 촬영 여건상, 더 처절하게 느껴지는 건 <라이언 일병 구하기> 속의 그 장면이지만... 하여튼 특이했던 점은 무채색으로 어두웠던 <라이언 일병 구하기> 속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정작 컬러 복원된 필름 안에서는 노란 해변과 시퍼런 바닷물이 일렁이는 매우 화사한 색감이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이후의 온 지구, 특히 서방 세계의 운명이 좌우될만한 무거운 순간이었는데 그 무거운 순간의 색이 화사하게 다가왔다는 점에서 이상한 아이러니까 느껴졌다는 것.

그 외에도 컬러 복원된 필름의 퀄리티는 좋은 편이다. 물론 요즘 디지털로 촬영된 소스들에 비해서는 색보정 등을 통한 채도 조정에 한계가 있었겠지. 때문에 컬러 복원 되었다해도 전체적으로 아주 현실적인 느낌은 덜하다. 딱 적정선을 지켜가며 복원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머리를 잘 쓴 건, 딱 열가지 순간만으로 제 2차 세계대전을 정리해냈다는 것. 워낙 유명한 전쟁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고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 전체 전쟁사를 다 시리즈화 시킨다면 분명 지루했을 것이다. 컬러 복원 했어야 하는 필름 소스들의 양도 만만치 않았겠지. 역사 수업으로 치자면 전체 개론 수업이 아니라, 일목요연 핵심만 정리해주는 벼락치기 정리에 가까움.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시청자들을 동하게 한다.

다만 역시, 역사는 승자들의 손으로 쓰여지는 기록이기에 바로 그 점에서 좀 판 깨지는 부분들이 없지 않아. 아, 그런 표현을 썼다고 해서 그런 부분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 묘사가 불편한 것도 아니다. 그냥 좀 재밌는 부분? 정도로 여겨지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드레스덴 폭격을 다룬 에피소드에서의 영국 출신 작가 발언이 재미있음. 그 전까지의 에피소드들이 다루었던 영국의 영웅적인 면모들에선 대차게 웅변하는 느낌이었다가, 정작 영국군의 실수 아닌 실수라고 여겨지는 드레스덴 폭격 에피소드에서는 좀 말을 아끼는 느낌. 역사와 역사가들이 다 그렇지 뭐. 그들은 언제나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과 직업 윤리상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아이러니라는 것.

상술했듯 제 2차 세계대전의 핵심적인 순간들만 쏙쏙 골라 만든 시리즈이기 때문에, 이후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한 영화들을 골라볼 때 제대로된 가이드가 될 수도 있겠다. 얼마 전에 <에너미 앳 더 게이트> 봤었는데 아마 스탈린그라드 포위전 에피소드 본 다음에 봤으면 더 재밌었을 듯. 그 밖에도 이미 언급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덩케르크>, <퓨리>, <진주만>, <작전명 발키리>, 전쟁 영화는 아니지만 <다키스트 아워> 같은 영화들과 나란히 놓아 보아도 좋을 시리즈다. 아, 오랜만에 <퓨리>나 챙겨봐야겠네.

핑백

  • DID U MISS ME ? : 미드웨이 2019-12-31 23:05:20 #

    ... 그냥 아쉬운 거고. 하여튼 한 해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영화가 이토록 아쉽게 뻥뻥 터지는 영화라니. 뭔가 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PS - &lt;10대 사건으로 보는 제 2차 세계 대전&gt;의 미드웨이 에피소드가 훨씬 재밌었음. ... more

덧글

  • 이글루스 알리미 2019/12/02 08:03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12월 02일 줌(http://zum.com) 메인의 [컬처]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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