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4 16:41

겨울왕국2 극장전 (신작)


일단, 전작인 <겨울왕국>을 그리 재미나게 보지 못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Let it go'를 위시한 뮤지컬 넘버들은 모두 좋았다. 근데 이야기가 너무 뻔해서? 한창 <주토피아>나 <주먹왕 랄프>처럼, 기존 이야기 전개나 설정을 뒤집은 디즈니 작품들을 보고 있을 때라 이 전형적인 왕국 이야기에 질린 탓이었을까? 근데 그렇게 따지면 또 <라푼젤>은 겁나 재밌게 봤었단 말이지. 하긴, 또 생각해보면 <라푼젤>에서 가장 매혹당한 부분은 그 화려한 비주얼과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었다. <겨울왕국>의 비주얼은? 물론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업부의 CGI 기술력이야 말해 뭐할까 싶을 정도지만, <라푼젤>의 주인공 머리카락 묘사나 거대 규모의 등불 축제 씬처럼 그 기술력을 과시할만한 장면이 없다고 느껴졌다. 엘사가 'Let it go' 부르면서 눈과 얼음의 성 짓는 장면 쩔지 않았냐고? 물론 쩔었지. 근데 노래 때문에 쩔었던 거지 정작 화면은 밋밋했다 생각한다. 캐릭터들의 매력 역시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것 같음. 아니, 그냥 <겨울왕국> 영화 전체가 내 취향이 아니었던 걸로 하자.

때문에 이번 속편에 갖는 기대 역시 그리 크지 않았었다. 근데 정말 웃기게도, 아주 근소한 차이로 전편보다 이 속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 이유들을 조금씩 살펴 보면...


Into the SPOILER!


일단 뮤지컬 넘버가 전편보다 약세인 것은 맞다고 여겨진다. 'Into the unknown'은 충분히 좋은 노래다. 허나 'Let it go'의 중독성과 그 파급력에 비하면 바람 앞의 등불일 뿐. 그리고 계속 'Let it go'만 이야기해서 그렇지, 전편의 뮤지컬 넘버들은 대개 다 좋은 편이었다고. 바로 그 점에서 보면 이번 속편의 그것들은 전편의 그것들에 비해 좀 딸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허나 이야기적인 부분이 있다. 전편의 이야기 전개는 굉장히 뻔한 편에 속했다 생각한다. 뻔한 걸, 뻔한 캐릭터들로, 뻔하게 만들었던 영화. 디즈니 애니메이션들 중 대부분이 동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 전형성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해한다. 그래도 어쨌거나 돈 내고 본 입장에서는 뻔해도 너무 뻔했다는 거지.

그리고 그 점에서, 이번 속편의 가치가 드러난다. 일단 이야기가 모험적이다. 공주 둘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니 결말이야 뭐 해피엔딩이겠지- 싶지만, 그 어쩔 수 없는 해피엔딩 결말만 빼놓고 본다면 이야기 자체가 굉장히 과감한 편. 아, 알아. 안다고. 중간에 드러나는 왕국의 음모나 비밀도 해피엔딩 만큼이나 뻔하지. 그런 디테일들 말고,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가 좀 과감했다 생각한다. 주인공 파티를 분열 시키고, 과거에 얽힌 미스테리를 통해 산개해 접근해나가는 그 방식. 아니, 이거 그냥 <제국의 역습> 방식이잖아? 그래서 좋았나보다

전편에서 당차게 '나 혼자 살리라!'를 천명했던 엘사. 이번 영화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외치며 점점 더 어두운 곳으로, 점점 더 깊은 곳으로 향해간다. 전편에 비해 훨씬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인데, 바로 그 지점에서 디즈니 이 놈들이 장사 잘하는 놈들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디즈니 놈들은 아는 거지. 1편이 2014년 영화였다는 걸. 그로부터 5년이나 지났으니, 그 때 1편을 보고 길거리에서 'Let it go'를 외쳐대던 꼬맹이들이 그새 다섯살을 더 먹었다는 걸 아는 거다. 영화는 딱 그만큼 성숙했다.

근데 바로 그 <제국의 역습> 방식엔 고질적 문제가 하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영화의 전개가 산만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바로 그 약점에, 이번 <겨울왕국2>가 보기좋게 걸려든다. 이야기 전개 방식의 성숙함과 과감함은 높이 사지만, 그걸 또 잘했냐고 하면 글쎄. 그리고 이 영화에서 그 산만함이 가장 가중되는 포인트가 올라프의 죽음 & 안나의 각성인데, 딱 거기에서 나오는 뮤지컬 넘버가 다른 뮤지컬 넘버들에 비해 지독히 약하게 느껴진다. 가사의 의미나 핵심은 적절하지만, 넘버 자체의 파괴력이 그리 강하지 않아 잘 와닿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막판 간달프 마냥 엘사가 물말 타고 엘더란인지 아델린인지 영화 두 편 째인데 여전히 기억 못하겠는 이름의 왕국을 구하려고 잠깐 왔다가 다시 안나에게 돌아가는 이상한 동선은... 그 산만함을 가중 시켰다고 하겠다.

그리고 시발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여기 주인공 놈들은 죄다 싸이코매트리인지 뭔지 전체 상황을 왜 이리 잘 알아 맞추는겨. 분명히 <제국의 역습> 마냥 서로 산개해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그럼 이쪽 파티에 있던 놈들은 저쪽 파티에서 있었던 일들을 몰라야 정상이잖아. 근데 여기선 다 알게 됨. 그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느껴지는 엘사의 영상 투사 능력 때문이든 아니면 그냥 눈치껏 때려 맞추는 능력 때문이든 간에 하여튼 다 알아냄. 물에는 기억이 있다? 이것도 솔직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 설정이잖아... 안나가 댐을 부숴야 한다는 엘사의 뜻을 어떻게 아냐고... 그리고 또 근위대장은 안나가 돌거인들 유인해 댐 부수려고 하는 건 또 어떻게 아냐고... 그냥 멀리서 한 번 본 것 뿐인데. 그 상황을 멀리서 봤으면 '아, 안나가 돌거인들을 유인해 댐을 부수려 드는 구나'가 아니라 '안나가 돌거인들을 피해 댐으로 도망치고 있군'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더 크지 않나? 애니메이션이잖아

비록 실패했지만, 여러모로 성숙하고 과감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전편보다 높이 사고 싶다. 근데 이번 영화나 이전 영화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고 또 좋아하고 있잖아? 그럼 그냥 내 취향 문제인 건가... ㅇㅇ 그런듯

뱀발 - 중간에 나오는 크리스토퍼의 솔로 뮤지컬 넘버. 아무리 봐도 한국 노래방에서 노래 부를 때 TV 배경 영상으로 나오는 뮤직비디오 같다. 이역만리 나라의 애니메이션에서 국뽕을 느끼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