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5 03:13

크리스마스에 기사가 올까요? 극장전 (신작)


딱 봐도 시즌용 한탕주의 기획 영화. 시간 여행 다루는 영화들은 쌔고 쌨다. 거기에 중세 기사들이 현대로 넘어와 우왕좌왕 하는 영화들도 장 르노 나왔던 <비지터>처럼 쌔고 쌨고. 근데 평범한 기획이라 해도 잘만 만들었다면 할 말 없는 법. 하지만 이 영화는......

일단 더럽게 못 만든 영화다. 기획 자체가 얄팍하다보니, 각본의 무게 역시 가벼울 수 밖에. 좀 전형적이고 뻔해도 어쨌거나 이런 이야기에서의 시간 여행은 보통 결정적이고 운명적인 계기로 작동되지 않나. 게다가 이건 크리스마스용 영화니까 막판에 교훈 같은 거 던져주려면, 이것 역시 뻔하긴 해도 주인공 기사가 좀 재수없거나 허세 심한 캐릭터였다 그 벌로 시간 여행 하게 되었다거나... 보통 그런 식이잖아. 근데 여기 주인공 기사는 그런 거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번듯하고 기사도 정신마저 투철한 양반인데, 그냥 우연히 마녀 만나서 미래로 감. 그 마녀는 그냥 하루 일과 중 누구 하나 미래 보내는 걸로 성취감 느끼는 그런 종류의 마녀인가... 기사가 잘못한 것도 없고 특별히 못된 점도 없는데 왜 갑자기 미래로 보내는 거야. 그것도 아주 구린 특수효과와 함께.

더 웃긴 건 시간만 이동한 게 아니란 거다. 중세를 살았던 이 기사는 분명 영국에 살던 기사인데, 어째 미래로 와서는 이역만리 미국 땅에 떨어짐. 아니, 최소한 현 시점의 영국에 떨어져야 좀 개연성 있는 거 아니야? 대체 왜 미국 땅으로 소환되는 건데? 아, 이거 미국 영화라서?

더 웃긴 거 위에 더 웃긴 거 또 있음. 여기 주인공은 미래 적응력이 진짜 쩐다! 보통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시간 여행 통해 미래로 온 양반들은 그 문화 차이 때문에 처음에 쇼크 먹고 또 거기서 비롯되는 개그들이 재밌는 거잖아. 근데 여기 주인공은 진짜배기 생존왕이라도 되는 건지, 미래로 오자마자 자동차의 개념과 TV의 개념을 이해해 버린다. 심지어 미래로 온지 반나절도 채 안 되었는데 리모컨 만지작대며 TV 보고 밤 샘. 그 중 패션 방송이라도 본 건지 현대 패션에도 조예가 깊어서 코트 같은 모던한 옷도 별 거부감 없이 잘 입고 다니고. 이 새끼 진짜 생각할수록 존나 물건이네. 

그나마 이 영화를 붙들고 있는 건 그 기사를 연기하는 조쉬 화이트하우스다. 처음 보는 배우인데, 그래도 핸섬한 외모와 귀염성으로 나름 이목을 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니,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그래도 나름 네임드인데, 여기서 바네사 허진스 연기가 진짜 형편없거든. 애초 가벼웠던 각본 탓이었겠지만, 여기에서의 바네사 허진스는 진짜 목석 같다. 멜로 연기도 잘 안 붙고 그냥 연기 자체가 별로 안 붙음. 덕분에 두 남녀 주인공의 케미스트리도 별로 없는 편.

사실 누가 봐도 구려보이는 기획이었는데, 굳이 이걸 클릭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니라 작년 이맘 때쯤 봤던 <크리스마스 연대기> 때문이었다. 유치하지만 그 영화 정말 재밌게 봤었거든. 커트 러셀이 하드 캐리하는 부분도 너무 재밌었고. 하지만 올해는 아웃. 이 영화 볼 바에 <크리스마스 연대기> 한 번 더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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