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8 18:13

메기 극장전 (신작)


인간은 의심의 산물이다. 애초 자연과 과학에 대해 '왜?'라는 질문이 없었다면 지금의 인간과 인류 역사는 존재하지 않았을테지. 허나 그 '왜?'라는 질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질문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비집고 들어오고, '왜?'라는 한 글자짜리 짧았던 질문은 이내 '누가?', '너야?' 같은 응용문들로 변화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질문의 부피가 그 관계 사이에서 점점 커지고 어느새 터져버리는 순간에, 바로 그 때문에 대부분의 인간 관계는 파탄난다. 

이처럼 인간에게 있어 당연시 되는 '의심'이라는 것을 영화적 소재로 차용하고 있건만, 어째 영화는 내내 주마간산에 뜬구름 잡는 것처럼만 보인다. 비교적 짧은 포맷의 단편 영화들에서는 번쩍이고 반짝이던 아이디어와 연출들은 장편 영화라는 형식 안을 제대로 채우지 못한채 표류 하기만 한다. 

솔직히 말해 의미없는 이야기들의 산개로 밖에 보이지 않는 구성인 것이다. X-ray로 촬영된 누군가의 섹스 몰카, 이 신선한 소재 하나를 가지고 결국 뻔한 이야기로 빙빙 돌려 귀결되는 인상. 더불어 이 토막의 병원 이야기 전체가 핵심 없이 중구난방인 듯한 인상이다. 메기가 펄쩍 뛰었으니 곧 지진이 날 거라며 호들갑을 떠는 병원 내 환자들의 이야기와 병원 부원장과 그 간호사의 이야기가 엮여들지 않는다. 오히려 중간에 사라져버리는 인물들과 이야기들이 대부분. 

'의심'이라는 메인 테마를 오히려 조금이라도 써먹으려 하는 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다. 내 현 남자친구는 그의 전 여자친구를 정말로 때린 것일까? 그럼 현 여자친구인 나도 때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잃어버린 반지는 어디로 갔나, 너가 지금 발가락에 찌고 있는 그거 지금 내 반지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그나마 제대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보이는 게 사실인 거다.

의심이 치고들어오는 바람에 파탄나고 조각나는 인간 관계. 이런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없었던 게 또 아니지. 때문에, 특유의 엉뚱함과 재기발랄함을 기대했던 거야. 하지만 지금 버전은 마치, 엉뚱하게 보여야만 한다는 일종의 강박증에 빠진 사람의 영화처럼 보인다. 진짜 엉뚱한 사람이 만든 영화인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만든 영화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정말로 큰 문제다. 마치 우디 앨런이 타란티노인 척 하려고 하는 것만 같음.

덧글

  • 우물쭈물하지않으리 2019/12/08 18:23 # 답글

    호평이 난무하여 90분 중 45분을 참고 봣건만 저는 도대체 이 영화가 왜 호평인지를 느끼지 못한채 꺼버렷기에 이 영화평이 아주 그냥 사이다처럼 시원하네예 ㅋㅋㅋ
  • CINEKOON 2019/12/11 19:09 #

    저도 이 영화가 좋게 느껴졌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아니라서 당황스럽고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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