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5 17:17

로맨틱 홀리데이, 2006 대여점 (구작)


남자에 치이고, 사랑에 치이고. 올 연말도 이렇게 혼자 쓸쓸히 보내게 되는 건가- 싶었던 찰나. LA의 아만다와 런던 근교 시골 마을의 아이리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만나 연휴 간 서로의 집을 바꿔 빌려주기로 한다. 어린 시절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이후로 눈물이 나오질 않는 대도시의 여자는 그렇게 시골살이를 하게 되고, 온맘 다 쏟아 사랑했던 남자로부터 비열한 이별을 당한 시골 마을의 여자는 그렇게 도시살이를 하기에 이른다. 북미와 유럽으로 대륙만 바뀌었을 뿐 아니라, 게절과 하루 시간대까지 크리스마스 동안 바꿔버린 두 여자의 이야기.

장르적 컨벤션에 따라 결국 운명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근데 말했듯 이 쪽 장르가 다 그걸로 먹고 사는 장르이니 크게 딴지 걸고 싶지는 않고. 아,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자- 라던지 당당하게 살자-는 식의 메시지나 응원도 있긴 한데 따지고 들면 이것도 다 이 쪽에서는 클리셰에 가까운 교훈이라 뭐......

그럼에도 시즌용 영화로써 적절한 구색을 갖춘 영화라 하겠다. 원래 이 계절 이 맘 때쯤 보는 이런 영화들에서 기대하는 건 애초 교훈이나 메시지가 아니잖아. 엄청 새로운 걸 보고파하는 것도 사실 아니지. 춥되 따스한 겨울 풍경과 더불어 관객으로서 마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정도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그걸 해낸 영화이니 뭐 길고 깊게 딴지 걸 마음도 없는 것이다.

두 인물이 왕자와 거지처럼 서로의 인생을 바꾼 영화들 역시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온전히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건, 결국 배우들의 공이 크다. 이 영화 논하면서 자꾸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그 자체에 대해 언급하게 되는데 굳이 한 번만 더 하자면. 이 장르를 진짜로 먹여살리는 건 어쩔 수 없이 배우들이라는 것. 공감이 가장 중요한 장르에서 배우들이 말아먹으면 다 말아먹는 거다. 그리고 이런 장르 케이스에서는 배우의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얼굴과 몸매를 비롯한 외적인 면모 역시 중요하다. 속물 같은 멘트지만 진짜로. 카메론 디아즈에 케이트 윈슬렛이니까 우리 마음에 더 아픈 거고, 노크 소리에 벌컥 연 문 앞에서 주드 로가 서 있으니까 마음이 훅 당기는 거다. 

근데 시발 그래서 잭 블랙이 대단해. 정감가는 외모의 소유자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종류의 영화에 막 어울리는 타입의 꽃미남은 또 아니잖아, 이 형이. 그럼에도 그냥 매력으로 다 뚫는다. 원래 좋아하는 형이고, 마냥 코믹 연기할 때 보다 또 이런 연기하는 거에 더 매력을 느끼는 건 맞지만 그래도 여기서 너무 잘함. 물리적 비중도 나머지 배우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데, 그 안에서도 자기 역할 따먹고 나와바리 구축 했다는 건 대단한 거다. 

어쨌거나 로맨틱 '코미디'인건데 정작 코미디의 타율이 높지 않다. 허나 코미디보다는 분위기로 승부수 띄우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내가 영화내내 유일하게 짜증났던 건, 목적지까지 제대로 데려다 주지도 않고 아만다를 껌 뱉어내듯 하차시킨 그 망할 택시 기사 새끼의 태도뿐. 신사의 나라 영국이라고 하는데 시발 신사 다 죽었나. 나중에 보니까 그 집 앞까지 자동차 잘도 오더만!!!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