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3 23:01

두 교황 극장전 (신작)


실화를 소재로 재가공한 이야기라는데 간단히 말하면 교황의 자리에서 물러나려는 현 교황과, 추기경의 자리에서 물러나려는 현 추기경의 성스럽고 따스한 설전. 현 교황 & 차기 교황이라는 점에서 제목을 <두 교황>이라 지은 것 같은데, 두 교황이 각각 진보와 보수에 가깝고 출신지 역시 유럽과 남미로 서로 달라 거기서 오는 둘의 괴리감을 좁혀가는 것이 대화의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치 판단을 진하게 하는 영화는 또 아닌 것이다. 진보 입장에서 종교 역시 현 세태에 발맞추어 변화해야 한다는 차기 교황 역시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에 대해 자기객관화가 철저하다. 보수 입장에서 종교의 근본을 부정해선 안 된다는 현 교황 역시 정치를 비롯한 일종의 술수에 능하지만 그러면서도 피아노 연주의 낭만을 모르지 않는다. 영화는 둘 중 어느 하나도 악당처럼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두 교황이 나누는 대화의 균형을 잘 잡아냈다. 그리고 더불어, 바로 그랬기 때문에 현 교황이나 차기 교황 모두에게 정이 간다. 

그리고 그 균형잡힌 묘사에 적절한 터치를 가하는 배우들이 있다. 짐짓 보수적인 강경파처럼 보이는 현 교황이, 안소니 홉킨스의 무거운 얼굴 표정에 의해 차분히 되살아난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선 차기 교황의 얼굴로는 조나단 프라이스. 이렇게 인간적이고 살가운 인물을 그가 연기하는게 얼마 만인가. 최근에 봤던 그가 연기했던 다른 영화 속 인물들이 죄다 악당 아니면 또라이였기 때문에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케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회상 시퀀스에서 그런 묘사가 있다. 종교와 신을 향한 믿음이 선명하지 못했던 순간은 흑백 화면으로 좌우 화면비가 상대적으로 좁아 보인다. 허나 신이 내린 운명론에 젖어 믿음의 끈을 분명하게 붙잡는 순간엔, 화면이 컬러로 변하는 동시에 화면비 역시 조금씩 넓어진다. 난 또 왜 과거 회상을 흑백 처리했나 싶었지. 괜히 불균질하게만 느껴질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런 식의 연출을 위해서였다면 과감한 시도는 언제나 환영이다. 

영화와는 좀 관련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더욱 더 다행이라고 여겨진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의 교황이라는 것.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렇게 따스하고 살가운 인물이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의 지도자라는 점에서 괜히 마음이 말랑해진다. 

핑백

  • DID U MISS ME ? : 언컷 젬스 2020-02-14 14:18:44 #

    ... 쫀해서, 2시간 15분의 런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음. 결론. 넷플릭스야, 요즘 오리지널 영화 타율이 나쁘지 않고 아주 좋구나! ... more

덧글

  • 로그온티어 2019/12/23 23:21 # 답글

    조너선 프라이스와 프란치스코 교황 씽크로율이 높아보이는 건 저 만의 생각인가요
    진짜 잠깐 진짜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냥 나왔나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 CINEKOON 2020/01/03 16:23 #

    그럼 캐스팅 디렉터가 보너스를 받아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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