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7 18:18

클라우스 극장전 (신작)


겨울 한파에 꽁꽁 얼었던 마음을 따스하게 무장해제 시키는 시즌용 영화. 그저 산타클로스의 기원을 재치있게 밝혀내려는 작품인가- 싶지만, 크리스마스용 영화답게 '선한 행동은 더 큰 선으로 이어진다'라는 포근한 교훈 역시 이면에 품고있는 영화다. 


메리 스포일러!


애니메이션임을 감안하더라도 전체적인 얼개가 사실 좀 진부하긴 하다. 엄청난 돈과 권력을 지닌 우체국장의 아들로 철없이 한량처럼 지내던 주인공이, 유산 상속을 하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엄포에 따라 저멀리 시골 유배지로 들어가 보내는 생활. 처음에는 차갑고 적응이 어려워 마냥 밉게만 보였던 이 마을과 그 주민들이,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노력에 의해 점차 따스하게 변해간다. 그리고 결국엔, 아버지에게 인정 받음으로 인해 이 마을을 떠나게 되는 주인공. 근데 뭐, 결말도 뻔히 예상 되잖아. 주인공 안 가고 남는 엔딩이지, 뭐.

뻔하지. 근데 약속된 것처럼 보이는 그 과정이 여전히 너무 따스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가 좀 재치있는 편. 사실 이런 애니메이션 보면서는 그 훈훈함에 그냥 미소가 지어질 뿐이지, 보통 빵 터져서 웃게 되지는 않잖아. 근데 이 영화는 중간에 웃긴 장면이 좀 많다. 유머와 개그 둘 다 출중한 편. 특히 주인공이 못된 꼬마 아이 반 협박조로 조지고 힙합 스웨그 곁들이는 장면에서는 그냥 빵 터짐. 여기에 하나를 더 언급하면, 연출을 정말 신경 써서 한 게 느껴진다. 영화의 전체적인 템포와 리듬감도 좋고, 작화가 부드럽고 온정 넘치며, 디졸브나 빠른 컷 편집 등으로 감상을 배가 시킨 연출이 많음. 

'선한 행동이, 더 큰 선을 불러온다'라는 주제. 하지만 생각해보면, 주인공 첫 행동의 동기는 그리 선하지 않았다. 순수 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출세욕과 집에 대한 향수 때문에 그 모든 일들을 벌였던 거지. 조금 세게 말하면 이기적이었던 거다. 허나, 처음 동기는 순수하지 않았을지언정 마지막은 그렇지 않았다. 맞다. 사람은 점차 변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지 않나. 그러니까, 시작이 선하지 않았다해도 괜찮다. 언제나 중요한 건 과정이다. 결말? 목표? 물론 중요하지. 하지만 그 결말과 목표까지 닿기 위해 쓰는 마음과 노력을 더 매만져야 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래서 나는 영화의 주제를 좀 수정하고 싶다. 아니, 좀 추가하고 싶다. '선한 행동이, 더 큰 선을 불러온다' 물론 맞다. 하지만 난 여기에,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것. 그것이 선한 것이다'라는 문장을 그 앞에 추가하고 싶다. 그러니까 고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그 행위가 선한 것이고, 그 선한 행위는 결국 더 큰 선을 불러온다'가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주제다. 어쨌든 주인공은 우체부였으니까. 자신의 욕망 때문이긴 했지만, 그는 그저 사람들이 서로에게 편지 쓰는 것을 장려 했고 또 그것을 배달 했을 뿐이다. 그 뿐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일. 정말 멋진 일. 그런 사람들에게, 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은 2020년이 되었으면.

덧글

  • dd 2019/12/28 23:05 # 삭제 답글

    넷플릭스 영화들 중 가장 좋았습니다. 극장에 걸렸으면 좋았을걸 하고 아쉬워했었죠.
  • CINEKOON 2020/01/03 16:21 #

    근데 정말 어쩌면, 넷플릭스 환경을 통해 집에서 볼 수 있어 더 좋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영화라는 매체의 가장 좋은 감상 방법은 언제나 극장이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온 가족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반짝이는 트리를 곁에 두고 이 영화 보는 게 더 환경적으로는 좋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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