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7 19:09

캣츠 극장전 (신작)


불쾌한 골짜기니 뭐니, 출연배우들의 이상한 고양이 분장과 그 묘사 때문에 여러모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작품. 일단 나로서도 이 영화의 비주얼에 조금 놀랐다고 말할 수 밖에. 말그대로 놀랍기는 했다. 어떻게 이런 디자인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했을까- 싶어져서. 근데 보러가기 전에 너무 각오를 많이 했던 탓인지, 폭탄 수준의 평가를 내릴만큼 역겹게 보지는 않았음. 물론 충분히 놀랍고 역겨웠지만, 그렇다고 그거 하나 때문에 영화 전체를 싸잡아 망작 중의 망작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건 다시 말해서, 분장만 잘못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들은 크게 둘 중 하나의 구성으로 전개된다. 첫째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헤어 스프레이>,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처럼 뮤지컬 넘버 사이사이의 시퀀스를 일반 극 영화처럼 전개하는 방식. 다시 말해 이야기가 좀 전개 되다가 뮤지컬 장면 한 번 나오고, 또 이야기가 좀 전개 되다가 다른 뮤지컬 넘버가 나오고. 이런 식. 둘째는 송스루 방식인데,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건 <레미제라블>일 것이다. 물론 이 방식도 첫번째 방식과 마찬가지로 뮤지컬 넘버 사이사이에 일반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시퀀스들이 존재한다. 다만 그 시퀀스 내 모든 대사들이 다 음률을 포함하고 있다는 게 차이점. 그러니까 영화 내내 인물들이 노랫말처럼 대사를 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어쨌거나 핵심 뮤지컬 넘버들이 시퀀스 별로 한 두 개씩만 배치 되어 있다는 것.

근데 <캣츠>는 다르다. <캣츠>는 영화 내내 시종일관 노래가 흐른다. 그 점에서는 감독의 전작 <레미제라블>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이 영화가 송스루 뮤지컬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술했듯 송스루 뮤지컬이었던 <레미제라블>도, 굵직굵직한 뮤지컬 넘버들은 시퀀스 마다 한 두개씩만 포함되어 있었다. 허나 <캣츠>는 처음부터 끝까지 뮤지컬 넘버만 이어진다. 이 영화엔 매 씬마다 뮤지컬 넘버가 최소 한 개씩은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주인공인 빅토리아가 어느 한 장소에서 뮤지컬 넘버를 듣다가 문 밖으로 나오면, 나오자마자 다른 캐릭터와 마주친다. 그리고 그 캐릭터가 갑자기 뮤지컬 넘버를 부르기 시작함. 더 쉽게 이야기하면, 상영 시간 내내 아마 3분에서 4분에 한 번 꼴로 굵직한 뮤지컬 넘버가 나온다는 소리.

그러니까 영화가 중구난방에 산만해 죽겠다. 방금까지는 이 음악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 음악이 나온다. 뮤지컬 대작답게 장소도 휙휙 바뀌고, 주변 캐릭터들도 금세 금세 변경된다. 어느 뮤지컬 넘버 하나 진득하게 듣고 음미할 시간이 없다. 심지어 가장 유명한 넘버인 'Memory' 역시 창고정리 세일품목 마냥 빠르게 치고 넘어가는 느낌이다. 물론 이건 그나마 두 번 반복 때려주긴 하지만. 게다가 영화의 후반부 구성은 슈퍼스타 K 마냥 결국 고양이들이 오디션 보는 내용이다. 그러다보니 전개의 산만함은 더욱 가중된다. 한 고양이가 이 무대 마치고 내려오면 바로 다음 고양이가 올라 다른 무대 보여준다. 그나마 그 뮤지컬 장면들이 다 재밌었던 것도 아니다. 좀 집중될라치면 쓸데없어 뵈는 와이드 샷으로 이입을 끊고, 좀 그만해도 될 것 같은 부분들은 질질 끌고. 세상에 마상에 이런 TMI 영화가 있나.

분장의 문제. 앞서 말했듯 조금 역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주요 캐릭터들의 고양이 분장은 그럭저럭 봐줄만한 수준은 된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하악질 하는 거 꼴보기 싫다던 평가도 많았는데, 그것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허나 거기서 안심 했다면 경기도 오산. 시발 바퀴벌레랑 쥐새끼들까지 의인화 해서 나올 줄은 몰랐지. 그리고 그걸 또 이상하게 분장한 고양이들이 잡아 씹어 먹는 걸 보여줄 줄은 몰랐지. 모에화 버전도 아니고 그냥 의인화야, 이런 시발. 

아, 고양이 분장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했는데 이드리스 엘바 만큼은 예외. 원래 되게 멋있는 형인데 왜 이렇게 민망하게 나오지? 다른 캐릭터들은 그냥 고양인가 보다-하고 봤는데, 요상하게 이드리스 엘바 만큼은 사람이 다 벗은 채로 나와 고양이인 척 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연기 못하는 형 아닌데 왜 이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장이라고 욕 많이 먹고 있는데, 사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냥 총체적 난국. 원래 좋아하는 감독은 아닌데, 그래도 <킹스 스피치>에 <레미제라블>까지 비교적 나쁘지 않은 영화들 잘 찍던 양반이 갑자기 왜 이리 됐지? 세상만사 모든 것을 다 영화화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냥 원작 그대로 남겨두어 더 좋은 게 있는 법일진대.

덧글

  • 로그온티어 2019/12/27 19:34 # 답글

    무분별한 영화화가 다 좋은 건 아니라고 역사가 말해주는데 ...
  • CINEKOON 2020/01/03 16:20 #

    그냥 있는 그대로 남겨두어야 더 멋진 것도 있을텐데 말예요
  • IOTA옹 2020/01/13 13:15 # 답글

    궁금하긴해요. 어떻길래 전세계가 하나되어 깔수 있는지...
  • CINEKOON 2020/01/16 02:40 #

    그 검은 문을.. 함께 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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