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31 12:39

더 테이블, 2017 대여점 (구작)


같은 카페, 같은 테이블을 거쳐가는 네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와 사람들. 대화뿐인 단순한 컨셉에, 짧은 단편 여러 편을 이어 붙인 듯한 구성으로는 꽤 괜찮은 컨셉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독의 연출색이 진하게 통일되어 있기도 하고. 배우들의 면면도 좋고. 다만 각 에피소드 별로 평가의 차이는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첫번째 이야기. 눈치없고 찌질한 전 남친을 만난 슈퍼스타 연예인의 이야기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사람들에게 가장 고평가를 받고 있는 세번째 에피소드보다 이 첫번째 에피소드가 더 재밌었다. 이야기 자체야 물론 뻔하지. 헤어진 연인들이 오랜만에 만나 대화 나눈다는 설정이 뭐 희귀한 포맷도 아니고. 그 중 한 명이 또 유명한 연예인이라는 설정 역시 흔하디 흔하지. 하지만 배우들의 재미있고 안정적인 연기가 이 에피소드를 단연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물론 다른 에피소드의 다른 배우들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지만, 뭔가 이 쪽은 좀 더 현실적인 느낌 때문에 공감이 팍 간다고 해야하나. 전 남친이 존나 눈치 없게 구는 거 개 웃겼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인공이 왜 그 남자한테 빠졌었는지도 알겠고, 또 왜 빠져나왔는지도 알겠더라.

두번째 이야기는 사실 좀 더 소품 같고 전형적인 느낌이라. 이 경우는 좀 더 '썸'에 가까운 관계인데, 대화 자체는 재밌지만 그 뒤가 별로 궁금해지지 않는 이야기라고 해야할 것 같다.

세번째 이야기가 좀 특이하긴 하다. 가짜 관계로 이어진 가짜 모녀. 그리고 그 안에서 순간적으로 피어나는 진심과 위로. 다른 에피소드들에 비해 굉장히 특이한 설정이고, 또 그만큼 좋긴 한데... 뭐랄까, 좀 느끼하다고 해야하나. 전혀 그럴 사이가 아닌데 부담스럽게 막 다가오는 느낌의 에피소드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좀 별로였음.

네번째 이야기는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무미건조. 제일 짧기도 하고 제일 맹탕 같기도 하고.

애초 기획 자체가 감독의 스타일을 진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겠지만, 막상 보니 정말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을 그냥 저냥 붙여놓고 오로지 이미지에 담긴 감수성 하나만으로 승부보려 했던 영화인 것 같은데. 그 점에서 까놓고 말해 내 취향은 아니었음. 그래도 굳이 꼽자면 첫번째 에피소드가 제일 뻘쭘하고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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