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4 17:05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1999 대여점 (구작)


21세기가 도래하기 직전에 우리를 찾아온 새로운 과거. 오리지널 트릴로지를 본 사람이라면 이 에피소드 1을 기대하지 않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뒤늦게 찾아온 과거이지만, 연대기 상으로는 가장 먼저 창세기를 열어젖히는 작품이니까. 그리고 우리가 아는 어둠의 마왕이 어떤 과거를 지닌 자였는지 우리는 심히도 궁금해 했었으니까. 근데 정작 찾아온 영화의 퀄리티가 이 모양이었니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실망 했을지 그 모습이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우주 활극을 기대했으나 정작 우리를 찾아온 건 여러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 스릴러였다는 것. 정말 좋아하는 시리즈이긴 하지만, 가끔 이 시리즈는 오프닝 크롤 자막을 좀 맹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자막 몇 줄로 공화국이 어떻고 무역연합이니 뭐니 설명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나. 이미 여러번 본 상태인 지금에서야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당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는 일반 관객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영화 시작하고 바로 등장하는 콰이곤 진과 우리의 오비완 케노비. 리암 니슨과 이완 맥그리거의 캐스팅은 적절함을 뛰어넘는 희대의 명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프리퀄 트릴로지엔 깔 게 천지지만, 그럼에도 가장 잘한 게 있다면 바로 이 캐스팅들이다. 특히 오비완 케노비의 이완 맥그리거는 정말 최고였다고 봐. 이 양반 없었으면 프리퀄 트릴로지 보는 거 정말 힘들었을 것......

나부 행성은 이 세계관 은하계 통틀어서 가장 마경이 아닌가 싶다. 시발 여기 심해에 사는 물고기들 봤어? <제국의 역습> 소행성에서 살던 그 종자보다는 작아보이지만, 거긴 그래도 한 놈이었잖아. 여기는 바닷속에 그런 놈들이 득시글 하다. 사이즈로만 놓고 보면 <퍼시픽 림>이나 <고질라> 안 부러운 사이즈던데. 이런데서 대체 어떻게 사는 거야. 

대사 작법은 정말 형편없기 그지없다. 어린 아나킨이 파드메 처음 보고 하는 멘트가 '혹시 천사이신가요?'라니. 제아무리 20세기 말에 나온 영화라지만 작업 멘트가 너무 올드하고 구린 거 아니냐고. 그나저나 너 천사는 어떻게 아는 거냐. 타투인에서도 성경 읽나.

세불바한테 맞아죽을 뻔한 자자를 아나킨이 구해준다. 아아... 이런 게 나비효과인 걸까. 자자가 거기서 뒤졌거나 아나킨이 개입하지 않아 콰이곤 일행이 아나킨 집에 가지 않았더라면... 쓰바... 하긴, 그렇게 따지면 애초 무역연합 드로이드들한테 자자가 죽을 뻔한 걸 콰이곤이 살려주면서 다 이 사단이 난 거니까. 그나저나 결국 개구리튀김 7우피 제값에 주고 먹은 놈은 아무도 없음. 자자가 토스한 거 세불바가 뜯는 것으로 마무리. 포장마차 주인장은 세불바가 무서웠던 걸까?

포드 레이싱은 정말이지 통째로 파내버리고 싶은 시퀀스다. 그렇게 되도 영화 진행상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걸 달리 말하면, 말그대로 이 장면을 억지로 넣기 위해 각본이 재정리 되었다는 거다. 나름 나부의 공주와 중요인사들을 싣고 도망치려는 망명선이었는데, 보호막도 안 켜고 대기권 밖으로 나왔다. 그래서 적의 공격을 받았고, 그 와중에 R2가 활약하긴 했지만 결국 하이퍼 드라이브가 망가진다. 그거 수리 보수할 겸 찾은 게 근처의 타투인이라는 설정. 콰이곤은 타투인에서 필요한 부속을 사려하지만, 그 가격이 너무 비싼데다 상인인 와토가 종족 특성상 포스 마인드트릭이 안 먹혀 결국 포드 레이싱으로 도박을 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 다 놓고 보면 막말로 결국 와토의 종족이 마인드트릭 안 먹히는 것, 우주선이 보호막도 안 켜고 도망치는 것. 이 모든 허술함과 억지들이 죄다 포드 레이싱 때문에 만들어진 것 같다고. 하여튼 덕분에 콰 선생은 희대의 도박사가 되어버렸다. 

포드 레이싱 경기도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나킨이 C3PO 직접 만들었다는 설정은 정말 쓸 데가 1도 없는 설정이다. 다소 뻔한 영웅 서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너무 세상만사 모든 것들이 억지로 연결되어 있는 것 아니냐고. 3PO 정도는 그냥 에피소드 3쯤에서 처음 등장 시켜도 됐잖아. 아마 자자 빙크스에 대한 평가가 좋았었다면 아마 에피소드 2와 3에서도 오리지널 트릴로지의 3PO처럼 계속 나와 주인공 옆에서 짤짤이 털었겠지? 근데 그렇게 됐어도 이미 만들어진 3PO는 어떡하냐.

아미달라 여왕은 도망 다니는 주제에 대체 옷을 몇 벌이나 가지고 다니는 거야. 아, 카게무샤라서 더 화려하게 다니는 건가. 걸어다니는 표적지로. 또 웃긴 것. 한 행성의 생사가 걸린 잠입 작전에 아나킨 꼬맹이 달고온 쿨가이 콰이곤 진... 건간족도 웃긴다. 우주에서 방어막 하나는 끝내주게 잘 만드는 민족이지만 정작 병법을 배운 간부가 하나라도 있는지 의심스러움.

이제 죽음의 별이 양자탄 한 방에 허무하게 가버린 것에 대해서는 <로그 원>을 통해 어느 정도 변명이 되긴 한 상태다. 하지만 난 무역연합 이놈들도 제국 못지 않게 똥멍청이들이라고 본다. 모든 드로이드들을 원격 조종할 수 있는 본함인데 이게 웬 꼬맹이 하나한테 다 털렸다. 훗날 다스 베이더가 될 사내라고 변명해봐도 어이가 없는 게, 진짜 그냥 미사일 한 방에 본함 파괴된거임. 한국 번역으로는 중앙장치가 파괴되어 본함이 격침된 걸로 나오는데, 이 중앙장치라는 게 그냥 격납고 한 귀퉁이에 대놓고 드러나 있었다. 심지어 그거 자체 보호막도 없었고, 그 누구 하나 지키는 놈들도 없더라. 상식적으로 적기가 본함 격납고에 불시착해 있었으면 누구 하나라도 지휘본부에 보고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이 빡대가리 드로이드들이 몇 십대나 있었는데... 심지어 적기인 나부 스타파이터는 시동도 한 동안 꺼져 있었잖아..

아쉬운 점들을 한다발 이야기 했음에도, 팬심을 떠나 그렇게 나쁘지 만은 않은 작품이다. 아니, 사실 나쁜건 맞는데 그렇게 초망작까지는 아니라고. 따지고 보면 이후 나온 에피소드 2도 이거 못지 않게 구리다. 그러니까 그냥 한 번 봐줄 정도는 된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 그럼에도 어쨌거나 어린 시절의 아나킨을 볼 수 있어 좋았고, 멋진 광선검 대결도 후반부에 하나 나와서 그냥 저냥 만족한다. 전체 이야기 구조가 그렇게까지 구린 건 아닌데 루카스 이 양반 본인이 하고 싶었던 것에 집착 하느라 사소한 설정들이 다 어그러진 모양새라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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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IOTA옹 2020/01/13 12:59 # 답글

    C3PO가 과거에 꼭 안나와도 좋았을것이란 의견에 100% 동감합니다.
    그렇게까지 억지로 엮을 필요까진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R2도 안나와도 좋았을거 같긴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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