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4 17:30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 2002 대여점 (구작)


재미없고 형편 없기로는 <보이지 않는 위험>과 쌍벽을 이루는데, 런닝타임은 2시간 22분으로 이 쪽이 압도적으로 더 길다. 그래서 더 짜증나기도 하고.

스카이워커 가문의 역사 외에 전체 세계관의 관점으로 보면 가장 중요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게 바로 이 에피소드 2다. 부제에 걸맞게, 클론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을 그리기 때문. 에피소드 2와 3 사이, 그리고 3와 4 사이의 공백기는 확실히 흥미로운 시기다. 그러니까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스핀오프들도 죄다 이쯤에 몰려있는 거겠지. 애니메이션 말고 <로그 원> 풍의 밀리터리물 느낌으로 클론 전쟁이 언젠가는 실사 영화로써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

전체 사가 중 가장 특이한 점. 코루스칸트의 지상 세계를 묘사했다는 게 재미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거대 도시 국가의 시내와 골목을 자세히 묘사했던 에피소드가 없었거든. 실사 영화에서는 처음으로 도시 클럽도 보여주고. 뭐랄까, <블레이드 러너><아키라> 느낌이 살짝 난다고 해야하나? 오비완이 미국식 다이너에서 수사 펼치는 장면은 뭐랄까 괜히 미 서부 배경 느와르 같이 느껴지고. 초반이 아미달라 의원 암살 사건 수사로 진행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장르적 특성이라고 하겠다. 이어서 나오는 도서관 장면은 괜히 <세븐> 떠오름.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아나킨으로 첫 데뷔전을 치른다. 희대의 발연기로 악평이 자자한 상황인데, 사실 표정 연기는 꽤 근사한 편이다. 비율도 좋고 액션도 잘하는데다, 얼굴 생김새로 잘생겼는데 또 그 언저리 사이사이로 어둠이 드리워져 있는 인상. 여러모로 아나킨을 연기하기엔 괜찮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편. 허나 형편없는 대사 연기와 더불어 그걸 조금이나마 끌어 올려줄 감독의 연출력이 부재했다. 거기에 심지어 각본 속 대사들도 죄다 형편없었어. 전작에서 '혹시 천사세요?'로 작업 시작하는 것도 구렸었는데, 여기는 총체적으로 난국이다. 캐릭터도 이상해. 옛날에는 그냥 단순히 아나킨이 싸가지 없고 징징대는 놈인 줄로만 알았었는데, 이 놈이 진짜 이상한 건 바로 그 징징대는 타이밍 때문이다. 10년 만에 아미달라와 재회해서 이제 겨우 한 두 번 정도 만난 사이인데, 이 앞에서 오비완 이야기했다가 바로 징징대는 꼴이라니. 심지어 얘는 아미달라 속으로 좋아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지켜야하는 호위의 대상이기도 하잖아. 근데 자기가 좋아하는 이런 여자 앞에서 징징대고 싶나? 아니, 시발... 천둥벌거숭이에 대놓고 하극상 벌이는 것도 마다않는 놈이라니까. 포스 과시욕도 엄청나다. 그딴 걸로 여자 맘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미달라 앞에서 공이나 둥둥 띄우고 거기에 더해 저녁 식사 자리에서까지...

문제는, 얘가 흑화하게 된 데에는 제다이 원탁회의 책임도 있다는 거다. 제다이 규율은 진짜 거지 같다. 애초 모티프로 삼은 서양의 중세 기사나 일본 사무라이들도 결혼 안 했던 게 아닌데 뭔 수도승 마냥 이리 금지된 게 많아? 루카스 이 양반은 미디클로리언 수치라는 괴상한 설정을 뒤늦게 만들어놓고 이런 쓰잘데기 없는 것까지 건드린다. 스카이워커 가문이 내내 포스 쩌는 걸 보면 그냥 제다이가 결혼해서 수준급의 포스 유저들을 낳는 게 훨씬 나아 보이는데. 

아미달라는 이제 여왕도 아닌데 옷을 대체 몇 벌 갈아입는 거야... 타투인 와서 1박 2일 동안 네 번이나 갈아입음. 그 중엔 하루에 세 벌 갈아입는 날도 있었다고 한다... 그 중 두 벌은 또 섹스어필용이었고. 아니, 얘는 아나킨 유혹하려고 옷을 그렇게 입은 건가. 너무 대놓고 드러내는 의상들 아니냐고. 말로는 '우리 이러면 안 돼...'라고 하면서 시발. 하여튼 나부 행성의 고위층 놈들은 그 망할 패션 센스부터 어떻게 좀 고쳐야함. 너무 낭비벽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이었으면 너네 영수증 탈탈 털렸어, 자식들아. 

에피소드 1에서 포드 레이싱 시퀀스를 통째로 파내길 원했었다면, 이번 에피소드 2엔 아나킨과 파드메의 풀밭 소풍 장면이 있다. 그나마 둘이 돗자리 깔고 대화 나누는 부분은 괜찮음. 여전히 대사는 거지 같지만. 허나 바로 이어지는 뜻밖의 멜로 장면에 비하면... 조지 루카스는 제대로된 연애 한 번도 못해봤을 거야. 틀림없어.

쩔어주는 클론 군대의 위용. 카미노 행성 장면 시퀀스는 너무 재밌다. 프로덕션 디자인도 좋고 클론 군대도 멋지지만, 일단 미스테리를 파헤치고 있는 오비완 장면이라 더 그렇다. 근데 하필 이거랑 교차 편집으로 엮인 게 바로 그 나부 찐따들의 로맨스 장면이라... 

보바 펫이 제트팩 다루는 실력은 그 애비한테 배운 모양이다. 엄밀히 따지면 애비라기 보다는 좀 더 먼저 살았던 자기 자신이겠지만. 하여튼 장고 펫 이 새끼도 제트팩 쓰는 수준이 있으나 마나 한 정도 같음. 

결론적으로는 꼭 했어야 했던 두 가지를 잘 못해낸 2편이다. 오비완과 아나킨 사이의 유대 관계, 그리고 아미달라와 아나킨의 연애질. 이 두 개를 여기서 제대로 해냈었다면 다음으로 이어지는 3편에서 감정적 파토스가 더 쩔어줬을텐데. 생각해보면 실사 영화 시리즈에서는 오비완과 아나킨이 서로 사이좋은 모습 별로 없었잖아. 생사고락 겪다가도 신나게 노는 묘사가 없다고. 그나마 에피소드 3와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그걸 조금이나마 메꿔주긴 했지마는... 아니, 진짜로 실사 영화 내에서는 내내 오비완 탓만 한다니까? 

그 밖의 것들. 죽음의 별이 연대기 상 처음으로 언급된다는 점. 중요인사가 숙식하는 고층 건물인데도 맨몸으로도 깨뜨릴 수 있는 유리창 내구도. 아나킨은 노랑색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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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20/01/04 19:43 # 답글

    혹시 JOYSF란 사이트에서 활동해보셨나요? 이정도 애정이면 거기 아니면 스갤러이실 것도 같은데 (?)
  • CINEKOON 2020/01/06 15:54 #

    전 눈팅족입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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