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꽤 괜찮은 짝꿍이었던 두 사람의 재결합. 전편과 이번 속편 사이엔 3여년의 공백이 있지만, 영화상의 시간대로는 바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편 마지막에 리를 따라 홍콩으로 휴가를 떠난 카터. 근데 또 이번엔 일이 홍콩에서 터지네. 그러니까, 이 둘은 한 달도 안 되는 며칠의 시간동안 큰 사건을 두 개나 해결한 셈.
전편 보고 백인 남성 캐릭터 없이 아시안과 흑인만으로 구성된 버디 무비였다는 점에서 PC가 줄줄 흐르는 설정이라고 했었는데, 이번 2편은 홍콩으로 온 미국인의 이야기라 그에 반하는 장면들이 많다. 마사지 받으러 가서 여러 여자들을 그야말로 고르는 상황이라든지, 그거 보고 아무리 유머라지만 뷔페라고 표현 한다든지. 요즘 나온 영화였으면 욕 겁나 먹었을 장면이지. 타국에 대한 몰이해와 여성도구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쌍콤보 장면. 물론 2001년에 나온 영화보고 젠더 감수성이 떨어진다느니 뭐니 하면서 걸고 넘어질 생각은 없다. 그냥 그 시대가 지금 이 시대와 조금 달랐다는 것.
카터가 좀 예의없고 무지한 인물처럼 그려지는 점을 여전히 오리엔탈리즘 관련 유머로 사용하기도 한다. 홍콩까지 가서 굳이 스시 타령이라든가, 전편부터 그랬지만 자꾸 다른 아시아 국가들 언급을 한다든가. 심지어는 고지라까지 언급.
배경이 홍콩인만큼 성룡이 과거에 고향 땅에서 찍었던 영화들 느낌이 많이 난다. 대표적인 예는 마사지 시술소 액션 씬. 소품과 주변 환경 등을 활용해 액션에 가미하는 성룡 특유의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캐비닛이나 철제 쓰레기통 등의 소품을 활용해 액션 짜는 방식. 유쾌하고 재밌음. 중간에 둘이 하이파이브 하는 거 보면 또 너무 귀엽기도 하고. 하지만 닌자도 아니고 대나무 정글짐은 왜 타는 거야. 악당 무리들은 주인공 둘로부터 도망가려고 하는 건데, 왜 뻔히 보이는 대나무 정글짐 타냐고. 만들려고 만든 액션 장면 같아서 좀 웃기지만 계속 이야기 하듯 이 당시의 감성이라는 게 좀 그랬다. 그나저나 삼합회는 왜 둘을 죽이지 않고 풀어준 걸까? 벌거벗기기만 하고.
1편과 완전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1편의 FBI는 외부인인 홍콩의 리 형사가 개입하는 걸 싫어했었지. 이번 2편의 홍콩 경찰들은 외부세력인 미 비밀수사국과 카터의 등장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거 옛날에 처음 봤을 땐 3편 나오면 어떻게 내용 꾸리려나- 궁금 했었는데.
모든 범죄의 뒷편엔 부자 백인 남성이 있다는 카터의 지론. 주인공이 아시안과 흑인 콤비라는 점에서 조금 노골적인 타겟팅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말은 된다. 1편의 악당 역시도 톰 윌킨슨의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 하지만 이번 2편의 최종흑막은 리키 탄이라는 홍콩 사람. 리키 탄은 과거 리 아버지의 파트너였던 것으로 소개된다. 그럼 결국 경찰이었다는 말인데, 대체 어떤 수작을 부리면 경찰이 이렇게 단기간에 거대한 삼합회의 보스가 될 수 있는 건가. 그리고 막말로 리의 최소 삼촌 뻘 정도 되는 건데, 해당 배우와 성룡의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보이질 않아서 둘이 함께 서 있는 장면에서 조금 민망. 그나저나 리키 탄은 자기 죽음 훼이크 왜 친 거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반전인데.
돈 치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오는 줄도 몰랐는데 쿵후하는 중식당 흑인 사장이라는 골 때리는 역할로 출연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뜬금없이 등장해 개터졌네.
홍콩에서 로스앤젤레스, 로스앤젤레스에서 또 라스베가스. 여러 로케이션을 돌아다니고 전작에 비해 등장하는 인물들과 음모들도 많아져 전반적으로 복잡해진 인상이다. 각본의 응집력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뭐, 백 번 말했듯이 이런 영화에서 수준급의 스토리텔링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헌데 원래는 시선을 끌기 위해 일종의 쇼를 했던 것이긴 하지만, 그것과 논외로 카터는 카지노에서 어쨌거나 50만 달러를 땄다. 한화로 치면 대략 5억 원 가까이 될 텐데, 이 정도면 그냥 경찰 다 때쳐치고 카지노에서만 놀아도 될 운빨 아니냐고. 근데 '카터, 제임스 카터'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건 007 모멘트인 걸까.
보통 주인공이 악당 두목을 총으로 겨누고 있는 경우, 그리고 그 악당이 과거 주인공의 아버지를 죽였을 때에 대해 이야기하며 주인공을 도발하고 조롱할 경우. 그럴 땐 주인공이 방아쇠를 당기려하고, 옆에 있는 주인공의 동료가 술수에 넘어가지 말라며 말리는 게 일반적인 클리셰다. 근데 여기선 그걸 크리스 터커의 매력으로 반대로 꺾었다는 점도 재미있음. 성룡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크리스 터커가 옆에서 바로 쏴버리라고 손절 때리는 광경이 꽤 볼만하다.
전편에 비해 아주 살짝 아쉽긴 하다. 재탕이라는 느낌이 좀 많이 드니까.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재미는 여전히 보장하고 있는 속편. 마지막에 공항에서 서로 헤어지기 싫어하는 표정이 보여 너무 좋았다. 버디 무비란 이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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