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개봉할 신작 3편 관람을 위해 정말이지 오랜만에 시리즈 정주행. 근데 이거 옛날에 봤을 때는 되게 재밌게 봤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생각보다 좀 별로네. 이렇게 추억 보정이 깨져가는 건가.
일단 마이클 베이 감독이 가장 신선했을 시절이다. 이후 그가 만든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마이클 베이의 색깔이 가장 덜 드러나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만해도 영화판에서 신인이었으니, 제리 브룩하이머나 돈 심슨 같은 거물 제작자들 옆에서 자기 하고 싶었던대로 못했던 게 당연. 근데 그렇다고해서 또 아예 마이클 베이스럽지 않은 영화라는 건 또 아니다. 마이클 베이스럽긴 한데, 이후 나온 그의 수많은 영화들에 비해서는 덜 마이클 베이스럽다는 거. 쓰고보니 뭔 소린지 모르겠네.
버디 무비로써의 기본적인 재미가 있다. 성격도, 가족 관계도, 심지어는 경제력마저도 서로 다른 두 인물의 케미스트리를 보는 재미가 있는데, 그게 또 각각 마틴 로렌스와 윌 스미스야. 버디 무비는 배우들의 매력이 제일 중요한데, 여기서는 일단 합격점을 줄만 하다. 근데 이 시절의 마틴 로렌스를 진짜 오랜만에 봐서 그러는데, 엄청 날씬하더라. 거의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루다 크리스 느낌이던데. 요즘 마틴 로렌스 떠올리면 대부분이 좀 통통한 이미지인데 여기서만큼은 젊어서 그랬는지 뭔지 엄청 날씬하게 나옴. 윌 스미스야 항상 죽여주게 멋있고.
근데 이 영화의 전체적인 전개가 너무 재미 없다. 마약상을 잡는 두 형사의 이야기 좋다 이거야. 그러다 갑자기 중반부에 주인공 둘의 신분을 바꿔야하는 이른바 <페이스 오프> 전개가 벌어지는데, 이게 너무 유치하고 재미 없더라. 예전에는 그냥 저냥 괜찮게 봤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 왜 이리 재미없지? 어설프게 섹드립치는 거나 주인공 둘의 뻔한 갈등으로 이어지는 거나 다 흥미도 안 생기고.
더불이 어 영화를 짜증나게 만드는 건 80%가 줄리 탓이다. 자기가 직접 단죄하겠답시고 경찰과 범죄자들 사이에 말도 안 되게 껴놓고는 상황이 위험해지니 이게 증인 보호하는 거 맞냐고 성냄. 또 본인은 채식주의자인지, 옆에서 소시지 먹는 것 엄청 까고. 근래 본 캐릭터 중에 가장 얄미운 작자임. 또, 마커스의 아내도 짜증나긴 마찬가지다. 남편이 형사질 6년차인데 지금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되나? 게다가 싱클레어... 그리고 결정적 정보를 숨기고 있는 경찰 내부 인사까지 모두 여성. 마이클 베이는 여성 캐릭터들에 원수라도 진 것처럼 보이네.
예전에는 마지막 공항 장면의 자동차 추격 장면이 참 박력있더랬다. 엄폐물 없이 시원하게 펼쳐진 개활지에서 오로지 자동차 두 대 가지고 벌이는 추격전. 그 뚝심과 박력이 멋졌고, 두 배우의 조합이 재밌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다시 본 영화는 정반대의 의미로 충공깽. 그 모든 박력이 허상이었던 것만 같아서 조금은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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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온티어 2020/01/15 14:12 # 답글
CINEKOON 2020/01/16 0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