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6 12:46

나쁜 녀석들 3 - 포에버 극장전 (신작)


거두절미하고, 개인적으로는 시리즈의 최고작이었다. 물론 안다. 이전 1편2편의 리뷰를 통해 이 시리즈에 대해 그리 큰 애정이 없었음을 뒤늦게야 깨달은 거. 때문에 이번 3편이 엄청난 완성도를 가진 건 아니고, 상대적으로 전작 두 편이 그저 그랬기 때문에 그나마 제대로 나온 이 영화가 시리즈 중 최고작 호칭을 가져가게 된 거라고 할 수 있겠네. 어쨌거나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스포하는 녀석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가장 큰 장점은 마이클 베이가 있는 듯 없는 듯 하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일단 마이클 베이가 감독 자리에서 내려왔다. 뜬금없는 타이밍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셀프 카메오는 여전하지만, 하여튼 이번 영화의 감독은 아닌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연출 스타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만큼, 이것은 뚜렷한 장점이다. 근데 재밌는 게, 이번에 새로 연출 자리에 앉은 감독 듀오가 마이클 베이의 기존 스타일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 진짜 이게 설명하기 애매한데... 일단 전작들에서 마이클 베이가 구축해놓은 시그니쳐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두 주인공을 슬로우 모션으로 담는 앙각 트래킹 장면도 여전히 있고, 시리즈 특유의 키 컬러 색보정도 여전하며 마이클 베이 스타일의 액션 장면들이 한가득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감독이 마이클 베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기존 기조를 유지했을 뿐, 감독이 마이클 베이는 아니라는 것. 내게 있어서는 그것이, 일종의 한 번 거른 마이클 베이 필터링 효과처럼 보였다. 마이클 베이가 세워놓은 전통들을 적절히 유지하면서도 결코 마이클 베이 본인처럼 막 나가지는 않는다는 것. 그것은 내게 있어 큰 장점처럼 느껴진다.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가 정통 액션의 길을 준수 했다가 <뉴 폴리스 스토리>에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결합 했던 것처럼, <나쁜 녀석들 3> 역시 젊은 피를 수혈하며 좀 더 리드미컬하고 익스트림한 액션 구성을 보여준다. 새롭게 보강된 AMMO 팀의 젊은 멤버들과 두 주인공의 케미스트리가 좋고, 어느 한 캐릭터 하나 대충 쓰지 않는다. 물론 정통 버디 무비니 두 주인공에게 포커스가 확실히 맞춰져 있는 것에 대해선 뭐라 할 수 없지. 그에 비하면 AMMO 멤버들이 심도 깊게 다뤄지지 않는 것도 맞고. 허나 대충 쓰고 버리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다. 별로 많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깊게 다루지 않아도 된다. 대충 쓰고 버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들을 대충 쓰고 버리지 않는다. 미약하고 얕게나마 한 명 한 명에게 모두 캐릭터를 주고, 나름의 유머도 던져준다. 

블랙스플로테이션 영화로 시작된 시리즈인데, 3편에 와서는 요즈음의 PC 시류에 잘 얹혀가는 느낌이다. 악당은 이전 작들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멕시코 악당이지만 여자고, 두 주인공은 흑인이지만 그를 보좌하는 AMMO 팀의 멤버 구성은 백인 남성, 백인 여성, 아시안 남성. 여기에 바네사 허진스는 검색해보니 필리핀계 어머니와 아일랜드 원주민계 아버지를 두었다고 하니 여러모로 다인종팀 구성이다. 물론 항상 이야기했듯이 무분별한 PC가 좋은 것도 아니고, 영화적 완성도와 재미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걸 많이 생색내지 않으면서 사용했다는 게 중요하다. 동양인 남성이 등장한다고 해서 무술을 잘하는 걸로 나오는 게 아니니 된 거라는 거. 

액션성은 여러모로 90년대 바이브를 유지하려고 한 느낌.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내가 그 기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감독이 연출자로서의 인장을 새기려고 나름 노력하는 부분들이 많이 보이더라. 클라이막스 액션 장면에서 카메라를 수직으로 세운다거나 하는 장면들. 그래도 이 사람들이 연출자로서 뭔가를 하려고는 해봤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그 와중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의 입담은 여전히 좋고. 가끔 좀 과하고 유치한 장면들도 나오지만, 그럼에도 전작들에 비해서는 훨씬 더 적중률이 높은 느낌. 

아쉬운 게 없진 않은데, 가장 크게 생각나는 건 악당과 주인공이 혈연으로 이어졌다는 설정. 그 설정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시리즈 내내 일언반구도 없다가 이제와서 등장하는 게 뭔가 갖다붙인 느낌이 날 수 밖에 없고, 꼭 가족주의적 결말로 이어져야만 속이 다 편했던 건가 싶어 조금 아쉽다. 근데 자신의 젊은 아들과 싸우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왜 <제미니 맨>이 떠오르냐. 배우가 똑같아서 그런가. 근데 작중에 그런 대사도 나오잖아. 젊은 너와 늙은 너가 싸우는 꼴이라고. 

<다이하드>나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처럼 엄청난 액션 걸작이 나온 것은 아니다. 허나 이 정도면 충분히 준수한 킬링타임 액션 무비고, 이 정도면 충분히 잘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후속편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막판에 떡밥 거하게 깔긴 하는데... 그래도 나온다면 충분히 볼 의사가 있다. 이 정도의 수준만 어느 정도 유지해준다면.

뱀발 1 - 시리즈 내내 개근했던 반장님의 사망. 이 분은 그 긴 시간동안 제대로 진급 한 번도 못하고 이렇게 가시네. 그저 묵념을.
뱀발 2 - 주인공 둘이 부르는 주제가 왜 이렇게 유치한 느낌이지? 번역된 가사 보니까 더 손발이 오그라들어 못 듣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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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20/01/16 16:33 # 답글

    주제가가 유치하니까 주제가가 나올 때 TV볼륨 줄이고 Fuck tha police를 틀곤 했습니다.
  • CINEKOON 2020/01/30 00:51 #

    극장에선 볼륨 못 줄이잖아요...... 크흡
  • 로그온티어 2020/01/30 01:40 #

    Fuck tha police 의 가사 취지에 맞게 극장 안에서 틀어버리고
    마지막엔 수갑차면서 극장을 나가는 결말도 멋지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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