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영화인 <Mr. 스타벅>을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작품. 원작이 되는 영화를 본 적은 없기 때문에 사실상의 비교는 불가하겠다. 허나 리메이크작인 이 영화를 보아하니, 아마 원작이 되는 영화도 나름 청정 감동 코미디가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해보기는 한다. 근데 그 말도 좀 웃기지. 과거 자신의 정자 기능으로 현재 500여명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거기서 청정 감동 코미디를 뽑는다고 하니까. 얼핏 봐서는 미국 특유의 섹스 코미디로 이어질 것 같았다만.
허나 주요 소재로써만 그저 정자 기능을 갖다 썼을 뿐, 정작 영화는 섹스나 화장실 유머의 영역으로 발을 1인치도 들이지 않는다. '정자 기증'이라는 골려 먹기 좋은 소재보다 '500여명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사내'를 통해 부모, 특히 아버지가 된다는 일에 대해서 더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정자 기증의 과정보다 그 결과에 더 집중했다는 점에서 영화에 뭉근한 감동이 피어오른다.
자신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여기며 누군가의 부모가 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한 남자가 갑자기 500여명의 부모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그 중심을 빈스 본이 착실히 잡아주고 있다. 코미디엔 여러 종류가 있고, 그걸 띄워내는 코미디 배우들의 얼굴 역시 그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다. 허나 그 중에서도 스티브 카렐과 빈스 본은 비슷한 위치에 서 있다. 그 자체로 코미디의 발화점이 되기 보다는 다른 누군가에게 골려지며 이른바 착한 코미디를 만들어내는 배우들이라는 게 그 차별점. 좀 심한 말로 다소 멍청한 듯한 인상이지만, 다르게 이야기하면 또 푸근해 보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빈스 본의 얼빠진 듯하면서도 착하게 생긴 이미지로 잘 굴러가는 영화.
앞서 말했듯, 영화는 내내 '부모가 되는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주인공의 생물학적인 아들들 중,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아들이 한 명 있다. 주인공은 그 아들 앞에서 망설인다. 대화가 통하기는 커녕, 앞에 서 있는 나를 인지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허나 어쨌든 주인공은 그 아들과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그런 주인공에게, 요양 보호사가 말한다. 같이 있어준 것만으로도 된 거라고.
여기에 후반부, 주인공의 아버지 역시 주인공에게 말하지. 돌아가신 네 할아버지, 그러니까 내 아빠는 자식들이 힘들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 것 때문에 더 가슴 아파 하셨을 거라고. 그렇다. 영화는 내내 제시한다. 자식에게 좋은 조건과 환경을 조성해주고 또 물려주는 것. 그게 좋은 부모가 되는 조건의 전부는 아니라는 거다. 물론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많이 베풀어 주면 그것도 나쁠 건 없겠지. 하지만 진정한 부모가 되려면, 결국 자식에게 경제적인 여유가 아니라 시간적인 여유를 들여야 한다. 주인공의 아들들 중 한 명이 오디션에 합격해 배우로서의 첫 걸음을 떼는 기쁨의 순간에도, 주인공의 딸들 중 한 명이 마약 중독 쇼크로 구급차에 타 있는 절망의 순간에도. 주인공은 항상 그 곁을 지닌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자식의 곁에서 언제나 그들을 보듬어주는 것.
코미디 타율이 나쁜 것도 아닌데 전반적으로 훈훈하기 까지 하니 더 바랄 게 없겠다. 물론, 장르 영화로써 큰 한 방이 전무하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허나 이렇게 착한 코미디에서 눈물까지 살짝 고였다면 그 이상으로 더 바랄 만한 것은 없겠지.
뱀발 1 - 크리스 프랫 한참 통통하던 시절의 모습 볼 수 있음.
뱀발 2 - 누가 공권력 전문 배우 아니랄까봐, 코비 스멀더스는 여기서도 경찰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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