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30 00:41

폴 프롬 그레이스 극장전 (신작)


타일러 페리의 새 연출작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 대략 내용은 뭐... 한 중년 여성이 남편을 죽인 것에 대해 스스로 자백하고 죄를 인정하려 드는데, 뭔가 낌새를 느낀 그녀의 변호사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는 내용. 남편을 실제로 죽였는지 안 죽였는지, 그리고 왜 스스로 그것에 대해 함구하고 유죄를 인정하려고만 드는지 등등 미스테리의 소재로 삼을만한 것이 널렸기에 괜찮은 미스테리 스릴러 한 편 뽑기에도 괜찮은 이야기고 또 주인공이 변호사라는 점에서는 법정 스릴러로 가기에도 나쁘지 않은 전개다. 근데 어째 영화가......


폴 프롬 스포일러!


일단 중반부까지는 그래도 꽤 괜찮게 봤다. 미스테리를 쌓아가는 방식이 다소 투박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흥미가 동했던 건 사실이니까. 허우대 좋고 멀쩡하게 잘생긴 젊은이가 왜 저런 중년의 여성을 열렬히 사모하는 걸까- 에서 오는 의구심과 또 그로부터 비롯되는 공포. 거기까진 은근히 좋았다고. 

연출력부터 간단히 이야기하면, 그 자체로 좀 미묘하다. 맥락이 자연스럽지 않고 덜컹거리는 느낌. 과거 회상 줄창 잘 하다가 갑자기 현재 시점에서 덜컥 화내는 중년의 주인공이 좀 깬다. 그러니까, 배우들의 연기가 조율되지 않은 느낌? 아니면 편집이 좀 급한 느낌? 맥락이 붕 뜬다. 과거 회상 몽타주이니 말그대로 씬과 씬 사이 시간적 텀이 존재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전 씬과 바로 다음 붙은 씬 사이의 연기나 감정이 괴랄하게 뛴다. 엄청 사랑한다 해놓고는 갑자기 개정색 빨면서 반 협박하는 게 좀... 물론 그 뒤에 다 음모가 있어서 그런 거지만 그래도 너무 흐름이 깨잖아.

각본부터가 좀 허술한 느낌이다, 사실. 중년 여자 등쳐먹고  사는 사악한 개새끼 설정을 먼저 해놓고 거기다가 이야기를 덧바른 느낌. 그래서 이야기가 좀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미국 법이 그렇다지만 남편이라고 아내 등을 그렇게까지 쳐먹을 수 있는 건가? 설령 말이 된다해도 설명해내지 않으니 와닿지가 않는 느낌. 덩달아 미스테리도 망쳤다. 자신을 유죄로 인정해달라 사정 사정 하면서도 정작 과거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여자의 이야기 아닌가? 그럼 당연히 미스테리가 생기고 그 여자의 진실이 궁금해지지. 근데 결국 또 모성애였어. 자기 아들이 관련 될까 봐 함구하고 있던 거라고. 이거 너무 뻔하잖아. 아들도 영화 초반부터 계속 관객 앞에 아른거리게 만들었더만.

주인공 캐릭터의 변호사로서의 성장. 사실 여기서 망한 건데... 이게 뭔 소리냐, 결국 법정 스릴러로써 법정 장면도 조졌다는 소리다. 후반부까지도 피고인이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사건처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차라리 그 살인의 동기를 이해하게끔 판사와 배심원들을 설득하며 동정표 전략으로 갔다면 이해가 또 갈 거다. 근데 명백히 살인을 저지른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거 안 했다고 뚝 잡아떼는 전략이라니 관객으로서는 같은 편에 서도 괜찮은 건지 도덕적 의구심이 생긴다. 물론 알어, 막판에 반전 있어서 그 개새끼 살아있던 거. 근데 주인공은 그거 몰랐잖아. 근데 그렇게 그냥 막무가내로 잡아뗀다고? 더불어 법정 스릴러 특유의 논리적 법리적 말빨 대결도 다 망했고. 기깎기가 파바박 들어가야할 부분들이 죄다 생략되어 있고 심지어는 페이드 아웃을 겸해 몽타주로 나열된다. 존나 무슨 주인공이 착하고 나이 들었으니 이런 할머니가 사람 죽일 리 없지 않느냐고 법정 내내 버티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변호사로서의 능력이 제로다, 제로. 그래도 명색이 주인공인데 직업인으로서 점점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냥 영화 내내 존나 무능력해. 심지어는 막판에 법정 모독도 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뭔 애도 아니고. 이런 변호사 캐릭터는 생전 처음 본다. 당신 정말 최악이야. 기적 같은 반전이 없었다면 주인공은 그냥 망했을 거다.

하여튼 도대체가 말이 안 되는 영화. 그냥 꼬맹이들이 법정 놀이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였다. 타일러 페리 영화 제대로 본 거 별로 없지만, 그래도 영화 꽤나 찍은 양반으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이따위 각본으로 어떻게 이런 걸 찍을 생각한 걸까. 존나 이 영화 반전보다 그게 더 아리송하네.

뱀발 - 중반에 나오는 반딧불 장면. 존나 깼다. 잘 나가다가 제작비가 부족했던 건지 뭔지.

덧글

  • 로그온티어 2020/01/30 01:38 # 답글

    어디선가 타일러페리가 감독한 다른 작품에 대한 리뷰를 본적이 있는데, 비슷하네요.
    기시감인지, 개연성보다 순간의 에너지의 폭발을 중시하는 게 이 사람의 특징인 걸 지도.
  • CINEKOON 2020/02/06 22:52 #

    전 타일러 페리 영화를 처음 봐서.. 근데 아마 다른 작품들도 평균적으로 이 수준이라면 별로 보고 싶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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