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0 14:39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_SE01 연속극 대잔치


주인공 오티스는 영국의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부모가 성 전문가이자 성 상담가라는 사실만 빼면. 서당개 삼 년이면 그래도 풍월을 읊는다고, 부모의 밑에서 주워들은 여러가지 성 전문 지식들에 해박한 오티스는 학교에서 일종의 성 상담소를 열기에 이른다. 그러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이야기, 딱 그 꼴이다. 남의 섹스 이야기는 잘 들어주고 처방도 곧잘 하면서, 정작 본인은 숫총각에 자위 안 한지도 오래.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인데다 성과 섹스라는 코드까지 흩뿌려지니, 결국 드라마는 성장과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다. 때문에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라면 으레 겪을 만한 일들이 드라마 전반에 걸쳐 무수히 쏟아진다. 성 소수자와 그에 대한 혐오도 다뤄지고, 부모 자식 간의 세대 갈등들도 엮여 언급 되며 무엇보다 자위와 섹스 행위 그 자체에 대해서도 깊숙이 이야기하는 편.

엄밀히 따지면 배경은 영국인데, 암만 봐도 8,90년대 미국 TV 시리즈나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풍경들에 가깝다. 때문에 시즌 초반에는 영국이 아니라 미국 배경의 이야기인가- 헷갈리기도 했음. 다들 스마트폰 들고 다니고 주인공도 닌텐도 스위치를 즐기는 걸로 보아서는 현대 시점으로 고정되어 있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전체적인 전개를 쫙쫙 빼면서도, 여러 세부 캐릭터들을 천시하며 막 대하지도 않는다. 한 번 등장한 캐릭터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간에 결말을 맞게 되고, 그러면서도 거시적인 이야기가 뒷전으로 밀려나지도 않는다. 여러모로 잘쓴 각본이라는 느낌.

그러나 제일 잘된 건 캐릭터들 조형이다. 주인공 오티스부터 메이브와 에릭, 그리고 다른 잔잔바리 캐릭터들까지 어느 하나 사랑스럽지 않는 구석이 없다. 단점을 부여해주면 명확한 장점도 내리꽂아준다. 영화도 영화지만, 이런 TV 시리즈에서는 캐릭터가 일단 매력 있어야 하는 건데 그걸 썩 잘 해냈다.

아직 시즌 2를 보진 못했지만 시즌 3 벌써 확정 되었던데. 시즌 2도 시즌 1만 같으면 시즌 3 확정된 거 인정함. 뭔가 간장공장공장장 같다

뱀발 - 아사 버터필드 몇 년째 보는데 영 안 크는 것 같다. 얘는 성장기가 왜 이렇게 긴 거야?

핑백

  • DID U MISS ME ? :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_SE02 2020-02-21 22:13:51 #

    ... 이전 시즌의 최대 장점은 바로 캐릭터들이었다. 고등학생들의 성 생활을 노골적으로 다루는 거? 그런 영화나 TV 시리즈는 지천에 널리고 널리지 않았나. 그런 거 보고 ... more

덧글

  • 로그온티어 2020/02/20 18:00 # 답글

    오티스가 섹스경험이 없지만 조언을 많이 해주는 이유는, 어쩌면 무경험자가 더 말이 많다는 걸 풍자하는 부분이 아닐까...

    그나저나 제 사춘기 시절이 떠오르네요. 사춘기 시절에는 젠타이 패티시에 빠져서 입고 다니다가 위생상 안 좋아보여서 어느날 세탁기에 빨았는데 그때 어머니가 돌아오셔서 세탁기 안에서 몰래 꺼내고 몰래 말리는 곳에 널어두는 대작전을 펼친바 있습니다. 솔직히 이거 걸리면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요. 오나홀은 이해가겠는데 자식 한명이 이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요;; 비주얼상으로 보면 게이보다 더 이상하게 느껴지잖아요;;

    [어매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세탁기 사이에서 메이 숙모와 피터 파커가 대립하는 씬이 있는데 남들은 지루한듯 시큰둥하게 보는 씬이었지만, 그 쓸데없는 개그씬에서 저 혼자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며 공감하며 눈물을 흘리던 씬이었습니다. 제 생각에 지금 어린 애들도 젠타이 패티시나 여러가지 패티시를 가지고 "내가 미쳤나"하고 고민하는 애들이 있을 거에요. 그 애들에게 작은 위로를 보냅니다. 때로는 그런 천성을 가지고 싶어서 천성으로 가지게 되는 게 아니니까요. 자신이 남과 다르다고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자신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자 규칙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가만히 자신의 삶의 방식을 즐겨줬으면 합니다.

    누군가가 더럽다고 혐오해도 그 사람 의견이지, 그것이 객관적인 숭고함을 나타내는 건 아니니까. Hater gonna hate 하면서 가만히 자신의 삶을 즐겨줬으면. 의외로 어떤 사람들은 취향을 이해해주니까요. 저도 젠타이는 고백못했지만 마조히즘은 어머니에게 고백했는데 "이 미친 새끼"라는 말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어머니가 사회경험이 많아서 인정해주시더라고요. 세상에 그런 사람 많은데, 단지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말을 하셨...

    "게이라도 나는 이해하겠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젠타이까지는 말 못할 것 같네요 (...)
  • CINEKOON 2020/02/21 23:10 #

    젠타이... 무얼 뜻하는 단어인지 몰랐다가 검색해보고 메모... '로그온티어 님은 타이즈를 좋아하신다...'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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