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1 22:13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_SE02 연속극 대잔치


이전 시즌의 최대 장점은 바로 캐릭터들이었다. 고등학생들의 성 생활을 노골적으로 다루는 거? 그런 영화나 TV 시리즈는 지천에 널리고 널리지 않았나. 그런 거 보고 싶으면 그냥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 같은 거 하루종일 탐독하면 된다. 아니면 야동이나 포르노 보든가. 하여튼 핵심은, 이전 시즌이 단순히 야해서 좋은 건 아니었다는 이야기.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캐릭터들이었다는 것. 근데 시발, 시즌 2에서 그걸 망쳐놓기 시작한다. 

갑자기 전형적인 한국 로맨스 드라마들 마냥 이야기를 배배 꽈대기 시작한다. 삼각관계로 마무리 되었던 이전 시즌의 마지막을 이어받고 있다는 건 잘 알겠어. 그럼 그냥 오티스와 메이브, 올라 사이의 삼각관계로만 이야기를 끌어가도 되잖나. 근데 갑자기 여기저기 삼각관계들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에릭은 애덤과 라힘 사이에서 갈등하고, 올라는 릴리와의 관계를 추가하며 삼각도 아닌 사각관계로 이야기가 확장된다. 심지어 잭슨도 삼각관계 추가함. 물론 양념 느낌의 가벼운 에피소드로 치부되지만 어쨌거나 분위기는 딱 그 꼴 아님?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지지부진하게 반복되고, 여기저기 똑같은 상황들이 펼쳐진다. 문제는 그 모든 상황들을 배배 꼬기 위해 가장 중요한 캐릭터였던 우리의 주인공, 오티스의 캐릭터를 박살내 버렸다는 것이다. 오티스는 때때로 소심하고 실수 했을 뿐, 타인의 가장 깊은 고민들을 효과적으로 상담해줄 수 있을 정도로 배려심 넘치고 성숙한 인물이었다. 시즌 1 보다보면 오티스 보다 오티스 엄마가 더 이해 안 될 때가 많았으니까. 하여튼 그런 캐릭터였는데, 그런 착해 빠진 캐릭터로 이야기를 막 꽈대기에는 어려웠는지 갑자기 캐릭터가 개차반 되버렸음. 시즌 1의 최대 떡밥이던 오티스의 첫 경험 상대도, 진짜 한 건지 아닌 건지는 확실히 나오지 않지만 어쨌거나 루비가 그 자리를 가져간다. 메이브도 아니고 올라도 아니고 루비라고! 그 시즌 1의 썅년!

술 처먹고 여기저기 진상 부리며 해괴한 춤을 추다가 막판 다 와서야 진지하게 고민 한 판 때리며 시즌 피날레. 캐릭터를 이토록 멍청하게 만들어놓고 시즌 마무리라니 제작진도 악랄하다면 악랄하네. 에릭은 여전히 매력있지만, 애덤과 라힘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거 좀 짜증났다. 아니, 드라마니까 삼각관계 안에서 고민할 수도 있지. 근데 그 고민의 구체성이 잘 안 보인다고. 라힘보다 애덤이 왜 좋은지, 라힘은 왜 애덤보다 별로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 아, 사랑은 때때로 이해 불가능의 영역이니까? 이런 시발.

재미가 없지는 않았다. 각 에피소드 마다 보는 내내 시간 순삭이었고, 바로 다음 에피소드를 틀어 보고 싶을 정도의 몰입감은 있었다. 근데 돌이켜보면, 시즌 1에서 느꼈던 재미와 매력들이 많이 휘발된 모양새. 어휴, 사실 오티스랑 메이브 사이가 줫같이 끝나서 더 빡치는 것도 있음. 최근에 시즌 3 확정 되었던데, 다음 시즌은 시즌 1의 재미로 회귀할지, 아니면 그냥 이 꼴로 마무리 될지 궁금하네. 

뱀발 - 시즌 1에서 제일 궁금했고 제일 재밌었던 설정이 진-야코브 / 오티스-올라 러브 라인이었는데 이렇게 다 초전박살 날 줄 꿈에도 몰랐음.

덧글

  • 로그온티어 2020/02/21 23:14 # 답글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3 안 봤지만 그것도 갈 수록 내용이 기괴한 스릴러로 변하던데... 넷플릭스는 시즌2 이상은 주의깊게 살피면 안되는 걸까 싶어도, 기묘한이야기와 마인드헌터, 아메리칸반달은 시즌2를 너무 기가막히게 재밌게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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