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을 꽤 재미있게 봤었기 때문에 이번 속편 역시도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전편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꽤 괜찮아지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탄, 일종의 시발점 같은 영화였거든. 실제로 그 이후 만들어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대개 다 괜찮기도 했었고. 어쨌거나 그래서 이번 속편도 신이 나서 봤는데...... 제발, 이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다시 구려지고 있다는 일종의 증거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단호하게 말해, 그냥 산만하고 안일한 속편이다. 존나 뻔하다. 아, 물론 전편도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거, 잘 알고 있다. 다른 이성의 질투를 유발하는 작전의 일환으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가짜 데이트를 하는 전개. 그러다가 결국 그 둘이 진짜 사랑에 빠지는 전개. 전편의 그 스토리라인도 존나 뻔하지. 그럼에도 아주 안일한 전개는 아니었고, 또 그걸 뒷받침하는 든든한 연출로 인해 결국 그 뻔했던 이야기 자체가 꽤 재밌게 변주됐다. 그게 좋았던 거다. 허나 이번 속편은 그냥 안일 하기만 하다. 그러니까 이런 느낌이야. 제작진이 속편 개발하다가 '아이디어 내기 귀찮은데 이런 종류의 영화 속편으로 가장 뻔한 아이디어가 뭐냐?'라고 누군가 이야기 했고, 이에 대한 대답으로 그 중 또 누군가가 '그냥 새 남자 캐릭터 하나 붙여넣어서 삼각관계 만드는 건 어때?'라고 한 것만 같은. 근데 시발 그걸 또 잘한 것도 아니고.
새롭게 등장한 남자 캐릭터는 그야말로 전편이 남긴 사족이다. 그게 아니고 할 거면 제대로 하던지. 캐스팅도 뭔가 밋밋한데, 이 놈을 주인공과 엮는 운명적인 만남도 제아무리 장르 영화라지만 너무 뻔하다. 여기에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주인공의 현재 남자친구? 이 새끼 분명 전편에서 매력 쩌는 새끼였었거든? 근데 갑자기 우유부단해지고 할 말도 제때 못하는 데다 심지어 헛소리까지 해대는 이상한 놈으로 전락해버렸다. 헤어지는 거면 그냥 헤어지는 거지, 머뭇거리다 목걸이까지 빼앗는 건 또 무슨 경우야.
결국 이 모든 문제가 주인공에게 몰리고 만다. 사실 필연적인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억지 삼각관계를 전개 시켜 나가기에 가장 편한 방법은 주인공을 존나 답답이 고구마로 만드는 거니까. 얘는 전편에서의 감정은 어디 갔는지, 갑자기 두 남자 사이에서 미친듯이 갈등하고 있다. 시기 상으로 봤을 때 전편 엔딩 이후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속편이 전개되는 것 같거든? 근데 이 모양 이 꼴로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니, 왠지 전편의 감흥마저 휘발 시키는 느낌이다.
런닝타임이 짧다. 1시간 30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할 이야기는 많은데 런닝타임은 짧고 게다가 발동조차 늦게 걸리다보니 이야기가 한 뭉텅이 갈려나간 느낌. 실제로 영화 보다가 타임라인 보고 놀랐다. 아니, 아직 할 이야기가 더 많고 수습해야할 게 더 많이 남은 것 같은데 벌써 런닝타임이 10분 밖에 안 남았다고? 각본 다 쓰고 제작 들어간 게 아니라, 일단 제작 들어간 상태에서 이야기를 막 지어낸 인상이야. 실제로 결말부 들어서면 이게 뭔가 싶어진다. 이 남자애랑 키스한지 3분도 채 안 되어 저 남자애랑 키스 중인 주인공을 대체 어떻게 응원하냐...
결과론적으론 없느니만 못한 속편이 됐다. 삼각관계 마무리도 이상하고, 쓸데없이 설정한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도 너무 산만하다. 그래도 나름 기다렸던 영화인데 이 정도로 나오니 안타까워서 내 몸 둘 바를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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