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심차게 추진했던 다크 유니버스가 <미이라> 한 방으로 타이타닉 신세되자<드라큘라>는?, 유니버설은 DC 마냥 따로국밥 전술을 시전 하기에 이른다. 세계관 연동이고 나발이고 일단 단일 영화들의 진행을 최우선 하겠다는 것. 진작 그렇게 하지 때문에 영화는 다른 유니버설 몬스터들인 늑대인간이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등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떡밥도 없음. 그냥 차분하고 담백하게 진행되는 영화. 그러다보니, 유니버설 몬스터 영화라는 정체성보다는 어째 블룸하우스의 정체성이 더 짙게 들어간 느낌이다. 감독의 전작이었던 <업그레이드> 풍미도 살짝 나고.
스포일러맨!
다 떠나서, 근래 본 것들 중 가장 완벽한 주연 배우 캐스팅을 갖고 있는 영화라 하겠다. 내가 엘리자베스 모스를 이토록 대단하게 느꼈던 적이 있었나? 뭐, 하여튼 그건 중요하지 않음. 이 영화에서 연기가 그냥 쩔어준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넘어 그녀의 연기가 영화 전체의 프로덕션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은 느낌.
제아무리 투명인간이라지만 어쨌거나 유니버설 몬스터 영화 아닌가? 그 옛날 <할로우맨>처럼 뭔가 과시적인 CG 또는 특수효과로 점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 욕심은 났었을 거야. 현대 CG 기술로 투명인간 표현하는 건 개껌일 테니. 허나 영화는 그리하지 않는다. 딱 필요한 만큼의 CG와 특수효과만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존나 영리하게 샷을 짰다. 투명인간이 나오는 영화니까, 그냥 빈 공간을 찍는 것 만으로도 공포감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할로우맨>도 안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쪽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잘 썼다고 생각한다. 전경에 사물이나 벽 모서리를 걸어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은 불안한 시점샷을 연출하거나 빈 공간을 오래 비춰 그만큼의 공포를 더 강조하는 등 영화의 전반적인 연출이 아주 좋다.
근데 왜 배우 캐스팅이 쩌냐고? 말했듯, 투명인간을 표현하는 적절한 CG와 특수효과 기술력은 이미 제작진이 보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그렇지만 안 했다. 하더라도 최소한만 했다. 왜냐면 배우 연기가 그냥 쩔기 때문에. 단순히 연기가 좋은 게 아니라, 그 배우의 이미지와 신경쇠약 직전의 미친 여자 분위기가 영화에 아주 큰 한 몫을 한다. 투명인간이라는 존재가 나올 뿐이지, 그거 거세하고 보면 이거 그냥 미친 여자가 정신병원 들어가는 이야기거든. 엘리자베스 모스 특유의 분위기와 연기가 그 이야기에 살을 마구 덧붙인다. 이런 경우라면 CG든 특수효과든 한 발 물러서서 배우 연기에 몰아주는 게 맞는 거지.
점프 스케어도 적절히 배분되어 있고, 또 그것에만 목 메는 게 아니라 점점 조여가는 연출로도 공포심을 마구 유발시킨다. 원래 무서운 거 안 보는데 특히 극장에서 이번 영화도 손으로 스크린 가린채 보느라 혼났다. 미친 여자가 정신병원 들어가는 이야기라고 했었는데, 달리 말하면 스토커 호러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여자에게 미치도록 집착하는 두 남자의 싸이코적 면모를 보면서 나도 돌아버리는 줄 알았음. 난 시발 투명인간 새끼가 우리 집 들어오면 바로 커튼 뜯어서 그물 마냥 놈에게 던진 뒤 철제 의자로 체어샷 개 때릴 거임. 그 전에 목이 따이지 않을까?
존나 하나마나 한 생각이었는데, 저 수트 입고 대소변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들었고 비 오는 날 저것만 입고 뛰댕기는데 발열 기능이라도 있는 건지 걱정도 들더라. 역시, 무서운 영화볼 때는 살인마 걱정하면서 보는 게 제격이야. 내가 <맨 인 더 다크> 그렇게 견뎠었잖어. 그 영감탱이한테 이입해서 우리 집 털러온 도둑놈들 싹 다 조진다고 생각하며 보니까 훨씬 나았었잖어.
뱀발 - 신체가 투명화 된다는 원작의 설정을 갈아엎고 투명 수트를 입는 것으로 나름 현실적 리메이크를 한 작품. 그러다보니 만약 이거 나중에 다른 유니버설 몬스터 영화들이랑 엮여도 좀 이질적일 것 같음. 뭐, 지금 상황을 보면 앞으로도 안 엮을 것 같긴 하지만.
덧글
로그온티어 2020/02/28 03:24 # 답글
그나저나 안 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슈츠가 전신슈트인 모양이군요. 보통은 지퍼를 답니다. 헌데 지퍼달면 아래가 자꾸 부대껴서 안다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건 매우 이상한 이야기가 될 테니까 그만두죠. 이 바닥(?)도 오래라서 방법은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인터넷 조금만 찾아보시면 세탁부터 지퍼위치와 디자인 방향에 재질까지 다양하니까...
CINEKOON 2020/03/03 18: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