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4 19:46

빅 리틀 라이즈_SE02 연속극 대잔치


이전 시즌도 분명히 재미있었는데, 그럼에도 왜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 들까-하고 좀 고민해봤다. 한 1분? 그래서 내 나름대로 좀 정리를 해봤지. 시즌 1이 좋은데도 좀 아쉬운 이유. 가장 먼저 떠오른 지난 시즌의 단점은 일단 편집과 연출 자체가 좀 헐렁하면서도 산만 했다는 것이었다. 현재 시점과 과거 시점을 끊임없이 교차편집하며 진행하는데, 그 시점 변환이 좀 정신없고 뜬금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럼에도 그 편집 덕택에 시즌 피날레로 갈수록 궁금증이 더해졌던 것은 사실이지. 과연 누가 죽을까-하고. 근데 여기서 또다른 단점이 드러난다. 철저히 내 기준인데, 나는 그 살해 대상이 좀 너무 뻔해 보였거든. 죽음을 맞는 방식도 너무 간결하다고 생각하고. 한 시즌 내내 떡밥 풀어온 사항에 대해서 그토록 짧게 후딱 처리해버리면 좀 서운하잖나. 아, 그리고 시즌 전체의 안타고니스트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캐릭터가 악당으로서 구심력이 좀 약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하는 짓은 버러지 같은 새끼인 거 맞지. 근데 그 단 한 명의 인물로 전체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규합 시켰어야 하는 구성이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좀 약한 악당 아니었나 싶었거든. 

하여튼 이렇게 조목조목 따져보며 시즌 1의 단점들을 파헤쳐보았다. 그래놓고 보니 역시 가장 아쉬운 건 시즌 전체를 지배할만한 존재감의 안타고니스트가 없었다는 것이었어. 근데 시발 시즌 2 제작진이 새로운 안타고니스트로 메릴 스트립을 부를 줄이야. 이건 안 되는 거잖나. 이건 너무 사기인 거잖아. 이게 리그 경기에서 Show me the money 치는 거랑 뭐가 다른 거냐고.

시즌 1의 감독이었던 장 마크 발레가 물러나고, 이번 시즌은 안드레아 아놀드가 총연출을 했더라.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여성감독인데, 원래 감독의 성별로 마케팅하는 거 별 의미없고 별로라 생각하나 시즌 1의 내용과 등장인물들을 돌이켜보면 그게 또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여튼 장 마크 발레의 산만하고 알맹이 없는 듯 느껴지는 연출이 나로서는 불편 했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어째 그런 게 없다 싶더라니 감독이 바뀐 것이었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그런 점들이. 감독이 바뀌었어도 드라마 전체의 기조는 어느 정도 유지했어야 할테니까 그래도 그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음. 

다른 건 모르겠고 메릴 스트립이 너무 세다. 크고 작은 거짓말들이 불러온 결과를 다룬다는 메시지적 측면이나 이야기적 측면은 이전 시즌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허나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조 루이스의 강력한 존재감이 모든 에피소드 내에 서려있다. 그리고 등장하는 모든 주요인물들이 그녀와 엮이면서 경계의 태도를 보이니, 이야기의 구심적이 강력하게 묶인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악역으로서 나빴던 것은 아니다. 허나 그는 설정상 은밀한 가정폭력범 & 강간범이었기 때문에 관련된 가족 캐릭터들을 제외하면 그의 악행을 모든 사람들이 알기 어려웠지. 그래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고, 애초부터. 그러나 메릴 스트립의 조 루이스는 다름. 그냥 첫 에피소드부터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존나 강력한 안타고니스트로 드라마를 뚫고 간다. 근데 또 캐릭터 스스로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라는 엄청난 히스테리를 앓고 있어서 드라마의 주제적인 측면이랑도 잘 맞음. 좋은 안타고니스트는 스스로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프로타고니스트인 것일터. 바로 그 점에서, 조 루이스는 잘 직조된 안타고니스트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메릴 스트립의 캐스팅이 이해 된다. 아마 스타성 없는 무명배우 또는 신인배우였다면 아무리 연기를 잘했어도 이 정도의 존재감을 내뿜지는 못했을 거라고 본다. 스타 캐스팅의 긍정적인 사례. 아, 물론 연기는 끗발나고. 메릴 스트립한테 연기 잘하네 못하네 이야기하는 게 뭔 의미가 있냐. 그냥 타이핑 낭비지.

전개의 몰입감이 여전하긴 하지만 좀 뺐으면 싶은 부분들도 있다. 모든 주요 캐릭터들의 전사를 다 소개하고 싶었다는 욕심은 알겠으나, 그와 별개로 보니의 스토리라인은 재미도 없고 내용도 뻔함. 그 쪽 이야기 나올 때마다 리듬 확 떨어져서 혼났음. 그리고 보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불안함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이해하나, 그걸 이해하고 봐도 너무 얄팍하게 느껴지는 수들도 좀 많다. 에드가 토리랑 관련 된다든가 하는 부분들은 순전히 관객들 불안하라고 넣은 거잖아. 근데 그 자체로 별 납득도 안 가고 별 이야기도 없었음. 

아쉬운 부분들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썩 잘 조율된 시즌 2였다. 전개 보니까 시즌 3 확정되어도 메릴 스트립은 안 나올 것 같던데, 다음 시즌의 주요 안타고니스트는 누가 될까. 메릴 스트립 다음이라니, 아직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기분 엿같겠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