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이어, 넷플릭스로 다시 보는 미야자키 하야오 연대기 제 2탄.
푸른 하늘을 활강하는 이미지에 환장할 정도로 사로잡힌 일종의 항공 덕후 하야오에게, 라퓨타란 꿈의 공간일 것이다. 시퍼런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거대 성이라니. 게다가 이번엔 비행기나 글라이더 따위가 아닌, 그냥 지니고만 있어도 비행이 가능해지는 돌 비행석이 등장한다. 이 돌이 실제로 존재하고 또 시판하는 거였다면 하야오는 지금쯤 아마 백 개쯤 구매했겠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나름 진지한 묵시록이었던 데에 반해, <천공의 성 라퓨타>는 뭐랄까 좀 더 고전적인 모험극의 향취를 풍긴다. 도달해야만 하는 숨겨진 고대 문명 세계가 있고, 그를 찾아나서는 주인공들이 있으며, 또 그들을 뒤쫓는 악당들도 있다. 해적들과 벌이는 기차 레일 추격전이나 고대 문명의 기술을 병기로 활용하려는 악당들의 존재 등은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떠올리게도 만드는 부분. 그래서 그랬던 건지, 아닌 게 아니라 그런 장면들이 제일 좋았다. 로봇이 깽판치며 군대 털어먹는 장면이나 악당들이 비행석으로 시시덕대는 장면들 보다 그런 모험물로써의 장면들이 더 재밌더라. 해적들의 비행선 내부를 보여주어 나름의 깨알 재미를 준 것도 좋았고.
그것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그냥저냥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영화다. 아무 설명없이 이미 멸망한 듯해 미스테리를 폴폴 풍기는 고대문명 라퓨타의 모습은 충분히 흥미롭지만, 설명이 없어도 너무 없다보니 막상 라퓨타에 도달해도 뭔가 공허한 느낌. 게다가 결말도 뭔가 성급히 내는 느낌이고.
그나저나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명백하게 풍기는 핵무기에 대한 은유. 선글라스 악당이 라퓨타 시밤쾅 빔으로 어그로 끄는 거 분명히 핵폭탄 은유겠지? 하야오 이 양반 초반엔 이런 은유 엄청 갖다 썼었네. 이후 작품들에서는 별로 못 봤던 것 같은데.
덧글
역사관심 2020/03/09 12:46 # 답글
CINEKOON 2020/03/13 17:19 #
역사관심 2020/03/14 01:02 #
지브리 2020/09/28 23:05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원탑.
그 뒤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모노노케 히메?
CINEKOON 2020/10/23 2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