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5 18:10

킹덤_SE01 연속극 대잔치


사실 1년 전 신작으로 공개 되었을 때 이미 한 번 시도했던 드라마다. 두번째 에피소드인가, 거기까지 보고 접었던 드라마. 물론 작품성이 꽝이라거나 내 취향과 안 맞아 그랬던 것은 아니고, 그냥 그 당시엔 '드라마'라는 포맷 자체를 별로 안 보던 시절이었거든. 매번 영화만 봤고, 드라마라고 해봐야 <기묘한 이야기>가 특이 케이스였으니. 근데 하여튼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집에서만 시간 보내며 여러 드라마들 섭렵 중이고, 또 이번에 시즌 2 평가가 워낙 좋길래 그걸 보기 위해 시즌 1부터 정주행. 결과는...... 이제봐서 다행이다!

아닌 게 아니라, 작년에 봤으면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의 절단 신공에 무참히 빡칠 뻔 했던 것이다. 다음 시즌을 위한 떡밥을 조금 뿌리면서 이번 시즌을 닫는 <기묘한 이야기>나 <빅 리틀 라이즈> 같은 일반적 드라마 구성이 아니라, 뭔 <제국의 역습> 마냥 클리프행어 식으로 시즌 문을 쾅 닫아버린다. 대전쟁을 예고 해놓고 갑자기 끝나버리면 어쩌라는 거야...... <기묘한 이야기>로 치면 시즌 1에서 윌이 실종 되면서 시즌이 끝나버리는 격. 어휴, 어쨌거나 이어서 볼 수 있는 시즌 2 공개 시점에 이걸 봐서 어찌나 다행이던지.

조선 시대라는 한국 특유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시대에 장르물의 최전선에 있는 '좀비'를 대입한다. 기획 자체는 너무나 좋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창궐>을 보지 않았었나. 존나 끝내주는 하이 컨셉 하나만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담보 되지는 않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킹덤>은 <창궐>과 궤를 달리한다. 각본 자체가 주는 튼튼함이 있고, 좀 무난하게 느껴지기는 해도 썩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연출이 다부지다. 

따지고 보면 조선 시대에 좀비 역병이 창궐했다-라는 것 빼곤 별다른 이야기랄 게 없는 단순한 구성이다. 그냥 조선좀비유랑기 같음. 주인공인 세자의 역모나 비선실세로 군림하는 조학주 대감의 이야기들은 뻔하다면 또 뻔하지. 구성 자체가 그냥 탈주와 음모로 가득 차 있을 뿐인데, 앞서 말했던 것처럼 연출이 안정적이고 캐릭터들이 매력있으니 그냥 이야기 흘러가는대로 쭉 보게 된다. 

제목이 왜 '역병창궐'이나 '조선좀비' 따위가 아니라 왕국을 의미하는 '킹덤'일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호러 장르물의 메인 존재들은 항상 어떠한 은유로써 존재한다. 드라큘라를 비롯한 뱀파이어들은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귀족주의를 까는 용도로 보통 활용되어 왔다. 고전적인 좀비들은 아무런 개인의 의견 없이 전체주의에 쏠릴 뿐인 개개인들에 대한 반성이었으며, 현대에 와서는 그것이 인터넷이나 SNS 등을 비롯해 펼쳐지는 익명성과 몰개성, 맹렬한 분노주의의 메타포로써 사용되었다. 그렇다면 <킹덤>에서는? <킹덤>의 좀비떼는 어떠한가? 그들은 그저 살기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 '백성'으로써 은유 된다. 가뭄과 잦은 전쟁, 왕족들의 폭정 또는 무관심으로 거의 살아있는 시체와 다를 바 없게 된 존재들. 애초 그래서 주인공인 세자도 역모를 꿈꿨던 것 아닌가. 

더불어 조학주 대감과 중전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피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혈통으로 대물림되는 왕국. 그러나 그 중 태반인 백성들은 정작 피를 탐하는 워킹데드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형국. 생각만해도 좆같지만,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반영일 뿐이라는 점에서 그 좆같음은 배가 된다.

어쨌거나 급하게 본 시즌 1은 무난하게 재미있다. 과연 호평 릴레이 속에 순항 중인 시즌 2는 어떠할까. 말 더 길게 할 필요 없이, 일단 그것부터 얼른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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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20/03/25 18:32 # 답글

    으음... 클리프행어 결말이라... 미드 보면서 불편했던 점들이 떠오르네요.
  • CINEKOON 2020/03/30 17:25 #

    이거 작년에 봤었으면 아마 열받아서 책상 뒤엎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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