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6 13:54

킹덤_SE02 연속극 대잔치


거두절미하고 전체적인 감상부터 말하면, 올해 본 것 중 가장 재밌게 본 컨텐츠임.


열려라, 스포 천국!


첫번재 에피소드만 시즌 1 총감독이었던 김성훈이 연출했고, 두번째 에피소드부터 시즌 피날레까지는 모두 박인제가 연출했다. 근데...... 연출의 멋이라는 게 마구 폭발하는 시즌이 되어버림. 물론 박인제에 비해 김성훈이 모자란 감독이라는 것은 아니다. <끝까지 간다>나 <터널> 재밌게 봤었거든. 때문에, 이 갭 차이는 각본에서 오는 것처럼 보여진다. 시즌 1이 안정적이고 재미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첫 시즌이었던 게 걸렸던 거지. 세계관 소개와 좀비 설정도 다져놔야 하고, 캐릭터들을 설명 했어야만 했다. 거기에 떡밥도 좀 깔고. 그런 숙제들을 했어야만 했던 시즌이었기 때문에, 시즌 1은 화려함보다 안정성을 추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끼고 아끼다가 이번 시즌 2에 이르러서, 숨겨두었던 비기들을 마구 펼쳐내는 것처럼 보인다. 박인제 감독은 <특별시민> 그저 그랬었는데 거의 각성한 수준.

아닌 게 아니라, 첫번째 에피소드 엔딩에서는 새벽 중에 거의 환호성을 지를 뻔 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그렇게 간지 터지는 걸음걸이를 본 적이 있었던가. 주인공인 이창이 나름의 별동대를 이끌고 출격하는 장면의 연출은 정말이지 기가 막히더라. 사극에 그런 배경음악을 깔아뒀을 거라고도 예측 못했고, 이창을 선두에 세운 별동대가 깊은 밤을 가로지를 때 카메라가 또 그렇게 움직일 줄은 몰랐다. 여러모로 연출의 간지가 폭발하는 시즌 맞다니까.

이전 시즌에 이어 피와 혈통에 대한 은유가 더 진하게 끓어오른다. 조학주는 그저 같은 혈통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범팔을 거둬주고, 역시 같은 혈통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딸 중선에게 깝치다가 사망한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핏줄을 새로 만든 것이나 다름 없는 중전이 시리즈의 최종 흑막이라는 게 또 포인트.

조학주 죽은 이야기 하는 김에, 드라마가 캐릭터들 죽이는 데에 가차가 없어서 좋다. 담당 배우가 류승룡인 게 뭔 상관? 그냥 여기서 죽여. 담당 배우가 허준호인 게 뭔 상관? 간지 좀 넣어주고 죽여. 이렇게 류승룡도 가고, 허준호도 가고, 김상호도 간다. 이해관계가 종횡무진 엮여있는 일반적인 한국 TV 드라마였다면 필시 불가능했을 터. 각본을 비롯한 제작에 최소한의 개입만을 한다는 넷플릭스. 이게 또 넷플릭스의 순기능인가 싶기도 하고.

좀 다행인 게, 지난 시즌처럼 클리프행어 식의 결말이 아니여서 좋았다. 이번에도 그딴 식이었으면 1년을 기다려야함에 또 빡치고 무엇보다 좀 질리는 느낌도 있었을텐데, 딱 새 떡밥 몇 개만 살포시 우려낸채 시즌 피날레. 사실 다음 시즌에 안재홍과 전지현이 나온다는 것에는 큰 기대가 없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기대가 없다기보다는 그냥 드라마 자체가 너무 재밌으니까 그들이 나오든 말든 별로 상관없는 느낌? 결론은 시즌 3 기대된다는 말.

그래도 설정 관리를 간신히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즌 1에 좀비들이 첫 등장했을 때, 그들은 밤에만 활동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허나 이후엔 낮에도 활동할 수 있게 되고, 물려서 전염되는 케이스도 생사초의 활용 여부에 따라 달라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설정이 조금씩 바뀜에 따라 헷갈릴 법도 한데, 그럼에도 그 모든 것들을 어떻게든지 설명해내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져 좋다. <창궐>은 그딴 거 없었거든. 그 영화에서 어떤 좀비들은 낮에 활동하는데, 또 어떤 장면에서는 밤에만 활동할 수 있는 것으로 나오고. 뭐, 그런 기반 약한 설정들이 난무하는 영화였던지라 이번 드라마도 걱정했었는데, 아직까지는 다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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