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6 19:33

밀리언 달러 베이비, 2004 대여점 (구작)


<미스틱 리버>, <그랜 토리노>에 이어 클린트 이스트우드 연출작들 중 삼대장이라고 할만 한 영화. 그러나 약간 미묘한 게, 좋은 영화인 건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선 두 작품보다 좀 덜 와닿더라. 그래서 가끔은 <용서받지 못한 자>랑 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기도 하는 영화다.

스포츠 영화처럼 굴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휴먼 드라마의 길로 빠지게 되고, 또 그러다가도 막판에 가서는 쉽게 답 내릴 수 없는 사회적 난제까지 기어코 언급. 원작이 되는 소설부터가 그러했겠지만, 하여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하고 싶었던 것이 참 많았구나- 싶어지는 구성이다. 근데 그 세가지를 각자 다 겁나게 잘 뽑아냈다는 건 또다른 놀라움. 

모든 감독이 다 그렇겠지만, 이스트우드 역시 감독으로서 모든 필모그래피를 꿰뚫는 몇가지를 여러 차례 굴리는 사람이다. 그는 역지사지의 힘을 믿는 사람이고, 바깥으로만 싸돌아다녔던 객기 어린 젊은 시절에 대해 후회하는 사람이며, 무엇보다 피가 아닌 정으로 맺어지는 가족의 애틋함을 그리는 사람이다. 이번 영화에도 역시 복싱에 올인했던 젊은 시절 때문에 가족과 소원해진 주인공이 등장하고, 정작 진짜 혈육이 아님에도 그 이상으로 진하게 묶이는 관계 역시 묘사된다. 그 의미에서 '모크슈라'라는 단어는 힘을 받는 거고.

이 영화가 제시하는 가장 큰 물음은, 가장 마지막이 되어서야 등장한다. 안락사. 또는 존엄사. 인간은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만 하는가.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난제이긴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매기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이미 최대한의 만족을 맛 보았다는 것이다.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삶. 그냥 단순하게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라기 보다, 이미 이번 생에 큰 만족감을 맛 보았으니 그 이상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며 끝내는 삶.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스트우드가 무분별하게 안락사 합법을 주장하는 것은 아닐 거다. 그러나 적어도 영화내적인 부분에서만 보자면, 이런 안락사가 차라리 나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스포츠 영화로써도 기본적인 재미를 하는 작품이다. 근데 다른 거 다 떠나서 블루 베어 빌리는 그냥 쳐죽이고 싶었다. 존나 시발 본격 스포츠 영화에서도 감히 보기 힘든 최악의 악당이야. 주먹 싸움으로는 턱도 없을 테니, 이스트우드 옹이 더티 해리 빙의해서 그냥 총으로 쏴죽였으면 좋겠다.

뱀발 1 - 내레이션 계의 만능 치트키, 모건 프리먼 등판.
뱀발 2 -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 특. 항상 개패고 싶은 인간들이 나옴. 이번 영화에서는 매기의 친모와 그 동생. 매기 비웃을 때 그 두 면상에다가 각각 래프트 라이트 훅을 꽂아넣고 싶었다. 아, 마이클 페냐와 안소니 매키가 연기한 체육관 띨띨이들도. 아, 블루 베어 빌리도 당근 빠따루지. 에라이 시발, 이 영화에 유난히 많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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