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7 04:03

용서받지 못한 자, 1992 대여점 (구작)


클린트 이스트우드 판 <황야의 7인>. 차이점은 왕년의 무법자께서 친히 나서셨는데 일곱명까지는 필요 없었다는 점. 클린트 이스트우드 한 명이면 그냥 매그니피센트 온리 원.

여러모로 신화를 해체하는 이야기다. 리틀 빌이 잉글리쉬 밥의 영웅담을 한낱 허풍으로 끌어내리듯,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젊은 시절의 자신이 직접 쌓아올렸던 서부극의 신화를 차례차례 부숴 버린다. 나쁜 놈과 못생긴 놈 사이에서 좋은 놈으로 군림하던 천하의 총잡이는 다 늙어빠진 채로 돼지우리에서 뒹구는 것으로 첫등장하고, 엄청난 속사 실력으로 보안관들을 단번에 쓰러뜨릴 것 같던 장신의 남자는 총을 쏴보기는 커녕 바닥에 구르며 발길질 당한다. 이런 식으로 기존 서부 영화의 전통이나 클리셰들을 비틀어버리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냥 보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서부 영화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보면 더 의미있게 와닿을 만한 작품. 근데 그 수많은 서부 영화들을 다 클리어하기는 어려우니, 이스트우드가 출연했던 서부 영화들만 봐도 그런 부분들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왕년에 잘 나갔던 무법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정작 그 주인공은 별로 안 나온다는 게 함정. 사실 분량으로만 보면 진 해크만의 리틀 빌이 더 주인공 같음. 그야말로 중반부를 꽉 잡고 있다. 그에 반해 주인공은 중반부까지 빌빌 거리기만 하고. 

총격 장면 자체의 간지는 좀 떨어지는 편이다. 개봉 당시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이미 <장고 - 분노의 추적자>와 <매그니피센트 7>처럼 화려한 총격 장면을 가진 현대적 서부영화들이 날뛰는 시대 아닌가. 그 관점에서 본다면 클라이막스 총격 장면의 파괴력은 그리 크지 않은 편. 오히려 좀 어설퍼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액션으로 돌입하기 직전까지의 긴장감이 좋고, 애초 이 영화가 서부를 배경으로한 본격 액션 영화도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상참작되는 편.

요약해 말하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비망록 같은 작품.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가, <라디오 스타>의 박중훈이 그랬던 것처럼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배우의 이전 무법자 이미지를 모조리 다 끌고 오는 영화다. 예전 이스트우드의 서부 영화들 모두가 이 영화의 프리퀄로 보일 지경.

핑백

  • DID U MISS ME ? : 밀리언 달러 베이비, 2004 2020-04-07 11:59:17 #

    ... 작들 중 삼대장이라고 할만 한 영화. 그러나 약간 미묘한 게, 좋은 영화인 건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선 두 작품보다 좀 덜 와닿더라. 그래서 가끔은 &lt;용서받지 못한 자&gt;랑 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기도 하는 영화다. 스포츠 영화처럼 굴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휴먼 드라마의 길로 빠지게 되고, 또 그러다가도 막 ... more

  • DID U MISS ME ? : 그랜 토리노, 2008 2020-04-07 11:59:48 #

    ... &gt;가 가장 슬픈 걸작이라면. &lt;그랜 토리노&gt;는 그의 가장 따뜻한 걸작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가 연출한 수많은 작품들 중에, &lt;용서받지 못한 자&gt;와 더불어 가장 자전적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다 보게 되면 그 말만이 머릿속에 맴돈다. 'Long live the outlaw ... more

덧글

  • 포스21 2020/04/07 09:13 # 답글

    언젠가 보고 싶다고 생각한 영화중 하나군요. ^^
  • CINEKOON 2020/04/09 23:54 #

    저도 정말이지 오랜만에 다시 본 영화네요. 이스트우드 작품들 요며칠 사이에 주르륵 보게 되어서...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