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3 13:05

트레이닝 데이, 2001 대여점 (구작)


마약수사관으로서 훈련받는 하루가 아니라, 찌들대로 찌들어버린 세상을 훈련하는 한 남자로서의 하루.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악에 물들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더러운 일과 엮여 자신이 혐오하던 모습으로 하루 아침에 바뀌어버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주인공은 겨우 빠져 나오지만.

에단 호크의 제이크가 유혹을 받았듯, 덴젤 워싱턴의 알론조 역시 과거에 그런 유혹을 받았을 것이다. 다만 알론조가 제이크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는 그 유혹을 거부하지 않았던 것.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대체 과거의 알론조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 역시 제이크와 같은 사람이었을까. 순응하지 않으려다, 결국 상황과 유혹의 파도에 휩쓸려 이렇게 된, 다른 버전의 제이크였을까. 

안톤 후쿠아의 리즈 시절 묵직한 연출도 좋지만, LA의 비정한 뒷골목을 경찰의 시점으로 담아낸 느와르라는 점에서 각본가인 데이비드 에이어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는 LA와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퓨리>나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연출했지만, 그보다 전에 <엔드 오브 왓치>와 <스트리트 킹>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LA 뒷골목을 다룬다는 배경공간적 요소 외에도 데이비드 에이어는 조금씩 물들어가는 인물들의 심정과 상황을 그려내는 데에도 관심이 많은데, 그 원전에 <트레이닝 데이>가 놓여있다. 

비리 경찰의 최후를 맞이하는 부분이 좀 나이브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최소한의 쾌감은 보장하는 묵직한 연출이 좋다. 제이크 입장에서는 더럽게 길고 더럽게 더러운 하루 첫날이었겠지만, 그걸 보고 있으니 여간 재밌는 게 아니네. 오랜만에 다시 보니 예전보다 더 좋았던 영화. 덴젤 워싱턴은 연기를 정말 징그럽게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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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고속도로 순찰대가 하얀색 밴을 세웠을 때의 상황 등이 딱 한 컷씩의 직접 묘사로 드러나있다. 재밌는 건 그걸 많이 넣은 것도 아니란 점이다. 줄곧 액션 영화들을 찍어왔던 안톤 후쿠아로서는 꽤나 욕심 났을 수도 있잖나. 하지만 그는 나름대로 절제를 해냈다. 원작처럼 아예 안 보여주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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