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2 14:32

프렌치 커넥션, 1971 대여점 (구작)


사실 본 사람이든 안 본 사람이든 간에 현대적 카체이스의 원류가 되는 영화로써 더 많이 알고 있는 작품이 바로 <프렌치 커넥션>이다. 근데 진짜 오랜만에 다시 보니 카체이스는 별로 중요한 영화가 아니었던 것. 


스포일러 커넥션!


그래도 이야기는 먼저 해야지. 카체이스, 훌륭하다. 물론 비교적 최근작이라 할 수 있을 <본 얼티메이텀>이나 <분노의 질주> 같은 영화들에 비하면 좀 촌스럽고 투박하기야 하지. 근데 그건 동네 족발집만 즐기다가 장충동 가서 깽판치는 거랑 똑같은 짓이니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여튼 현대적 카체이스의 원류가 된 영화인 것은 맞음. 미니멀한 규모의 집 근처 동네 총격전에서 시작해 카체이스로 이어지는 흐름에서는 분노를 비롯한 주인공의 감정이 잘 느껴지고, 클로즈업과 와이드한 앵글의 쇼트를 교차로 편집해내 긴장감을 만드는 방식, 자동차 후드 앞에 카메라를 달았는지 속도감과 현장감이 절실히 느껴지는 촬영 등이 훌륭하다. 그러나 가장 재밌는 건, 이게 자동차와 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차와 지하철 간의 추격이라는 설정. 주인공이 차창유리 너머 고가철로를 쳐다보며 따라가는 수직적 연출이 특이하고 재미있다. 역시 아이디어 하나가 끗발나면 특별해지는 거라니까.

하지만. 영화라는 게 카체이스 장면만으로 두 시간 내내 이어지는 매체인 것은 아니지 않나. 때문에 '현대적 카체이스의 시초'가 되는 장면은 기껏해야 5분에서 10분 남짓이다. 나머지는 뭘로 들어차 있나. 영화는 결국 모던한 필름 누아르고 모던한 형사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대부>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처럼 콘트라스트가 두드러지는 영화인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나 미학적으로는 좀 떨어져 있는 느낌. 허나 영화가 품고 있는 주된 정서, 그거 하나만큼은 딱 필름 누아르다. 영화가 존나 허무주의거든.

상관에게 어렵게 어렵게 부탁해 예산과 영장을 따낸 주인공 두 형사. 몇 주 동안 밤낮없이 미행에, 도청에, 밥도 굶어가며 용의자들을 쫓지만 결국 남는 것은 실패 뿐이었다. 몇몇 잡범들을 소탕하기는 하지만, 진정한 '프렌치 커넥션'은 못 잡았잖아. 에필로그 자막으로 그 새끼 프랑스 가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며. 근데 우리의 두 주인공은 다른 부서로 좌천 되기만 하고. 제아무리 결과, 성과가 더 중요한 공무원이라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의 노력과 공적이 싸그리 다 날아갔으니 이것 참 허무하다. 주인공은 오인사격 같지 않은 오인사격으로 동료마저 쏴죽였으니 더 할 말 없긴 하지만.

어릴 때 봤을 때는 되게 재밌게 본 영화였는데, 다시 보니 생각보다 그저 그런 영화이기도. 계속 이거 하나만 언급해서 영화한테 좀 미안한데, 카체이스는 정말 괜찮거든? 근데 그것만 보고 영화를 좋게 평가해줄 수는 없는 거잖아. 영화가 재미있기는 한데,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1%의 무언가가 없어 좀 아쉬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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