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4 20:36

익스트랙션 극장전 (신작)


<선셋대로>까지는 아니지만, 주인공이 죽어가는 모습으로 시작되는 영화. 간단하게 요약하면, 아이를 잃었던 용병이 다른 아이를 구하기 위해 파견된 임무 안에서 죽을 고생하는 이야기.


스포트랙션!


진행이 쾌속이다. 거칠 것 없이 그냥 쭉 가는 전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다보니 보는내내 타임라인 확인을 해볼 수 있었는데, 마약왕 아들이 납치당하는데까지 5분 정도 밖에 안 걸리더라. 매번 말하는 것이지만 느리게 질질 끄는 것보다는 그냥 확 털고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게 훨씬 낫다. 적어도 지루할 틈은 없잖아. 게다가 영화의 기본적인 셋업들 역시 캐주얼하게 잘 정리해놓는 편이다. 납치당하는 '오비'가 평소 느끼는 고독감과 어른들에게 느끼는 거리감이 첫 시퀀스에 연출로 잘 표현된다. 오비가 친구들과 있을 때는 쇼트 사이즈가 타이트하지만, 집에 돌아와 혼자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와이드하게 빠진다. 넓고 공허한 공간 한 가운데에서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란 그런 것이다. 더불어 주인공인 '테일러'의 캐릭터 역시 효과적으로 소개하는데, 사실 이는 테일러가 이 계열 장르의 클리셰로 똘똘 뭉친 인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과거에 아들을 잃은 적이 있고, 그 때문에 거의 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남자. 집을 돌보지도 않고, 그저 술과 약만으로 자신의 과거를 달래는 남자. 죽는 것으로 이 모든 것을 끝내고자 하는 남자. 이런 캐릭터들이 그동안 워낙 많았고, 또 이를 잘 보여주는 묘사들 역시도 다 어디서 많이 봤던 것들이라 그냥 한 번 던져주기만 해도 단시간에 이해가 빡 된다. 이것도 매번 말하는 것이지만, 평범하고 전형적인 게 때로는 득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근데 다 떠나서 이거 그냥 집에서 팝콘 뜯고 맥주 들이키며 즐기는 액션 영화인 거잖아? 그럼 액션 영화로써 어떠하냐. 일단 전반부의 액션이 존나 쩐다. 액션성이 폭발하는 수준. 단순히 물량면에서나 규모면에서 훌륭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다. 적어도 액션에 있어서 대충 때우지 않는 태도 때문에 영화가 좋다. 방글라데시라는 이국적 로케이션을 오밀조밀 잘 썼고, 루소 형제가 관여한 영화답게 근접 격투 디자인이 진짜 잘 되어 있는 편. 더불어 루소 형제가 액션을 잘 짜는 게, 모든 액션에 항상 감정이 새겨져 있다는 점이다. <윈터 솔져>에서도 그랬고 <시빌 워>에서도 그랬지 않나. 그 장점이 이 영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콤팩트하게 인물들 사이의 감정과 관계를 잘 다져놨다는 점에서 그 모든 게 가능했을 듯. 

하여튼 겁나 쩌는 장면은 전반부에서 벌어지는 원 컨티뉴어스 샷 액션 씬. 샘 멘데즈가 <스펙터>와 <1917>에서 했던 것처럼, 영화에 대단한 (속임수) 원 테이크 액션 씬이 존재한다. 숲에서 벌어지는 대인 추격전에서 시작해 카체이스로 옮아가고, 자동차가 좁은 뒷골목을 요리조리 훔치다가 결국엔 건물의 옥상에서 끝나는 대단한 씬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장면에서 만큼은 정신 넋 놓고 볼 수 밖에 없었던 것. 그 씬에서 크리스 햄스워스의 밀리터리 간지는 그냥 쩔고.

그래서 더 아쉬운 것이 후반부 들어 영화의 액션 함량이 미달 수치로 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사냥의 시간>처럼 확 무너지는 정도는 아니고, 다소 뻔함에도 안정적으로 가기는 한다. 허나 전반부에서 보여주었던 액션의 질적 완성도에 비하면 후반부 액션이 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게 어쩔 수가 없음. 좁은 다리 위에서 벌어지는 총격 씬은 매 쇼트의 액션들이 죄다 동어반복인 느낌이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대결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가족을 지키려는 아버지와 가족을 이미 잃은 아버지. 내 아들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그 아이가 필요하고, 다른 이 쪽의 아버지는 이미 아들을 잃어봤으니 이 아이만은 지키겠다는 결기다. 이 모든 일이 그 아이의 친부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포인트. 정작 친부는 감옥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데 다른 아버지들이 이 아이 지키겠다고 혈투 벌이는 게 참 안타깝다.

영화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은 딱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되는데, 일단 첫째는 마약왕 눈에 든 빈민가 소년이 결국 주인공을 죽인다는 전개. 노골적으로 뻔하다. 애초 없어도 되는 캐릭터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 반감이 더 두드러지는데, 그 꼬맹이 하나로 뭐 물고 물리는 악의 연대기나 삶의 아이러니 따위를 보여주는 게 아니다. 그냥 주인공 막타 칠 인물이 필요한데 그냥 아무 졸개나 데려다놓기는 좀 뭐해서 갖다 놓은 느낌이라는 거다. 꿰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인물.

둘째는 휘뚜루 마뚜루로 전락하는 결말부 전개다. 주인공의 죽음을 암시하고 나니 배후의 마약왕을 어떻게 해결하냐? 그냥 '8개월 후'라는 자막 때려넣고 죽은 주인공의 동료가 복수하는 것으로 마무리. 이 정도면 영화 다 찍어놓고 '아차, 이 마약왕 처리를 안 했네. 어떡하지?'라는 생각 들어서 그냥 각본 막 쓰고 찍은 것처럼 느껴진다. 각본을 조 루소가 썼던데, 어째 글을 잘 쓰는 타입은 아닌가 봐.

재미있는 영화이긴 하다. 딱 킬링타임용. 근데 요즘 같은 때에 시간을 효과적으로 죽이는 것 또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생각하면 그조차도 대단하게 느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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