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7 18:16

윌러비 가족 극장전 (신작)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 애니메이션.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3D 애니메이션이지만 전통적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기조를 가져온 모양새다. 털실, 솜 등의 질감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과 프로덕션 디자인부터가 특히 그렇고 연속되는 프레임들 중 한 두 개를 뺀듯한 느낌으로 묘하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룩을 이어갔다는 점이 포인트.

이야기가 뻔한 듯하면서도 과감해 재미를 준다. 부모로부터 거의 방치되어 있는 네 남매가 주인공인 것은 다소 뻔하지만, 이들 스스로가 '이렇게 살 바엔 고아가 되는 것이 낫겠어!'라는 뜻을 천명하며 친부모를 골로 보내려한다는 전개가 존나 이상하고 재미있음. 자식 버리는 부모 이야기가 아니라 부모 버리려는 자식들 이야기인 셈인데, 애니메이션이다보니 그 전개가 좀 후루룩 진행되는 단점이 있긴해도 기본적으로 특이하게 느껴져 흥미를 돋군다. 

근데 시바, 이 영화를 비호감으로 만든 건 결국 그 두 부모 커플 때문이었다. 어리숙한 아이들이 주인공이다보니, 그들 역시도 때때로 답답하고 철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그건 걔네들이 모두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지. 하지만 부모는 아니야. 이 염병할 한 쌍은 먹고 살기가 빠듯해 일하느라 자식들을 내팽개친 것도 아니고, 신데렐라 계모 마냥 자신의 친자식들이 아니기 때문에 미워하는 것도 아니다. 그 둘은 그냥 서로를 과할 정도로 너무 사랑해서,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귀찮게 여긴다. 세상에 내 남편, 내 아내만 있으면 족한데 이 망할 자식들이 자꾸 내 삶을 방해하려드는 것 같아 싫어한다는 거다. 설정은 그럴 수 있다. 이건 영화니까. 근데 그 둘이 너무 재수없고 비호감이라 영화에 정이 안 가는 건 큰 문제다.

애니메이션인데도 이 엿바꿔먹을 커플은 시종일관 징그럽게 쪽쪽댄다. 아름다운 입맞춤의 느낌이 아니라, 마치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느낌으로 쪽쪽대는데 그게 영 볼썽 사납다. 어떻게 보면 자식들이 지들 사랑의 결과물일 텐데, 관심도 없고 심지어 학대하며 방치한다. 게다가 캐릭터 만들 때 LUCK만 겁나게 찍어댔는지, 지옥의 여행 루트를 다 돌면서도 지들은 끝까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아. 근데 옆에 있던 사람들만 다 죽어나가.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가장 빡치는 건 결말부였다. 그래, 좀 많이 재수없었지만 그래도 애니메이션이니 교훈적으로 끝나기 위해 회개하는 결말로 가겠지? 개뿔. 그런 거 1도 없음. 이 두 새끼는 죽을 위기에서 자식들이 구해주었는데도 끝까지 재수없고 혐오스럽게 군다. 진짜 어떻게 이런 캐릭터가 있을 수 있는 거지? 역대급이라면 역대급이다.

나쁜 영화인 것은 아닌데 이야기가 좀 뻔하고, 몰입을 깨뜨릴 정도로 막 나가는 전개와 묘사가 존재하는 영화. 그럼에도 그 특유의 따뜻한 기운 덕분에 버틸 수 있는가 싶었는데... 시발 내가 근 10년 간 본 영화 속 캐릭터들 중 가장 재수없고 비호감인 둘이 나와 다 망쳐버렸다. 그 새끼들 나올 때마다 그냥 넷플릭스꺼버리고 싶더라. 그 더러운 존재감으로만 치면 최고의 악당임. 조커나 안톤 쉬거나 비빌 만한 군번들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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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렉> 1편의 각본을 썼었더만. 그 이후로는 성우로서의 일을 더 많이 했고. 크리스 피언은 이 작품이 첫 연출작이었던 모양이다. 다만 이후 <윌러비 가족>을 연출했었고. 나 그거 진짜 기분 나쁘게 봤었는데.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눈에 띄게 다른 부분들이 생겼는데, 전작이 코미디 + 재난 영화의 외관이었다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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