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2 13:15

킹덤 극장전 (신작)


원작이 되는 만화는 보지 못했다. 무슨 내용인지, 배경은 언제 어디인지. 그래서 그런 건지 영화 초반부 몰입을 방해하는 어색한 요소들 때문에 좀 힘들기도 했음. 분명 일본어를 쓰는 일본 영화인데 배경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네? ......사실 영화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했을 테지만 어쨌거나 그로인해 몰입이 잘 안 되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부분. 근데 자기네 역사에서도 중국 춘추전국시대와 비슷한 전국시대가 존재했거늘, 왜 배경을 굳이 일본 아닌 외국으로 설정한 것이었을까? 원작부터가 그러하니 태클 걸어봤자라는 것은 알지만, 태클이라기 보다는 그냥 순수한 궁금증이었음. 원작자가 중국 역덕이었나보지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일본 영화 아니랄까봐 배우들의 표정 연기부터가 대놓고 열혈이다. 확실히 알레르기가 돋더라. 액션 연출이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라 특유의 액션성 덕분에 재밌게 본 부분들도 있었는데, 꼭 그럴 때마다 배우들이 짓는 열혈 과잉의 표정 때문에 산통이 다 깨지는 느낌. 특히 초반부 나이 어린 주인공들이 칼을 맞대며 성인으로 성장하는 부분 묘사는 너무 전형적인데다 배우들의 기합이 잔뜩 들어간 연기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노비들 주제에 여가시간이 많다는 생각은 덤 그 장면 뿐만 아니라 이후 작중 상황을 셀프 설명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존나 느끼하고. 우리도 이미 이해했다고... 네 친구가 느그들 말로 카게무샤 활동하다 장렬하게 죽은 거 나도 알겠으니 설명 좀 그만 해주겠니......

주된 장면 전환이 와이퍼로 되어 있다는 것에서 묘한 <스타워즈> 기시감이. 내용도 주인공이 영웅으로서 고난의 길을 나서는 왕도적 구성이니 그 기시감이 더더욱 진하다. 올빼미 탈 쓰고 다니는 캐릭터는 R2-D2 같았음. <스타워즈> 외에도 여러 영화들이 레퍼런스로 떠오르는 영화이긴 하다. 협곡 사이에서 포위당하는 장면은 피터 잭슨의 <킹콩> 속 해골섬 지하 묘사 같고, CG 배경 떡칠로 진행되는 과거 회상은 잭 스나이더의 <300> 생각이 들기도.

원작을 안 봐서 잘 모르겠는데, 극 중 등장하는 왕기라는 인물이 존나 묘하다. 원작에서도 꽤 인기있는 캐릭터라고 하던데, 노골적으로 속편 예고만 때리고 쿨하게 퇴장하는 꼴이 존나 웃김. 사실 더 웃긴 건 아무리 대장군이라지만 왕에게 면접관 행세한다는 것. 이 세계관 속 진나라는 혈통보다 목표 설정과 기개가 더 중요한가보다.

꽤 괜찮은 액션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적당히 만화적인 묘사 역시 호쾌해서 좋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나는 열혈을 과잉 장착한 배우들의 연기에 너무 소름이 돋았다. 존나 진지하게 갔어도 붕 떠 있었을 내용인데 이걸 또 경공술 하듯이 가볍게만 움직이니 확실히 영화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인상이다.

뱀발 - 산족 이 새끼들은 뭔 임모탈들이냐? 화살 쳐맞고 칼로 베도 안 죽네. 근데 그것에 대한 설명은 또 1도 없음. 이럴 거면 그냥 산족 몇 명만 보내서 다 깽판쳤으면 되는 거 아님?

덧글

  • 나인테일 2020/05/02 21:15 # 답글

    그냥 로마 시민들이 영어 쓰는 영화를 우리가 아무 위화감없이 보듯이 대충 그런 느낌으로 바라보면 되지 않겠나 싶긴 합니다만 역시 신기하긴 하더군요.
  • CINEKOON 2020/05/04 15:49 #

    안 그래도 그 생각 하긴 했었습니다. 미국에서 만든 유럽, 또는 아프리카 배경의 영화들에서는 모든 인물들이 항상 영어를 쓰니까요. 근데 어쨌거나 이거랑은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한국 사람이고 중국이나 일본과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더 가깝다보니 좀 더 확 체감되는 느낌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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