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9 13:32

이태원 클라쓰_0107 ~ 0116_시즌 피날레 연속극 대잔치

여섯번째 에피소드까지는 지난 번에 한 번 썼었다.

시즌 피날레 감상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드라마. 꽤 재미있다고 느껴져 한 번 발동 걸린 이후로는 쭉 봤는데, 10화즈음부터 휘청거리더니 13화부터는 거의 몰락 전개. 


결론부터 말하면 용두사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드라마다. 때문에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이야기해야할 것 같음.

전반부의 가장 큰 힘은 참신함이었다. 물론 외인구단 같은 루저들이 악당 포지션의 거대 기업에 맞서 오직 깡다구 하나만으로 창업하는 스토리가 주인지라 스토리 자체는 그리 새롭지 않았지. 그러나 그 진부한 스토리를 구성하는 세부적 면면들은 전형성에서 좀 벗어나 있었다. 대표적인 게 조이서 캐릭터겠지.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걸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캔디 마냥 뺨쳐맞는 게 아니라 나애리 마냥 남의 뺨 후려갈길 수 있는 여자 주인공. 그것도 한 두 대가 아니라 거의 열 대를 내리갈긴다. 존나 매력있다. 


이외에도 극의 핵심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이런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트랜스젠더 캐릭터도 나오고, 그 안에서의 여러 갈등도 보여준다는 점 역시 그 참신함에 기여한 것 같았다. 요식업 드라마에서 조폭 묘사나 야쿠자 스멜나는 거대 기업이 나올 때마다 좀 뜨악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믹스매치가 드라마 전반부를 더 살린 것 같기도 하고.

더불어 때때로 좋은 연출도 있었다. 장 회장이 자신의 아들을 내치면서도 서로 바라보는 장면 같은 거. 그런 장면의 템포와 화면 구성은 꽤 좋은 편에 속하는 드라마였음.

문제는 후반부다. 마현이의 요리 경연 참전 에피소드부터 드라마가 급격하게 겉돌기 시작한다. 중요해 보였던 인물들의 비중은 치고 빠진 뒤 공기화 되었고, 오히려 공기 같던 캐릭터들이 이상하게 큰 역할들을 꿰차기 시작하면서 전개가 무너져간다. 앞서 요리 경연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그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본다면 사실 마현이라는 캐릭터의 물리적 + 감정적 분량은 슬프기 그지없다. 여기에 최승권 역시 딱 막판 인질극에 써먹으려고 존버시킨 캐릭터인 것 같고. 둘 다 드라마 중반 내내 존재감 없다가 해당 에피소드에서만 급 부상. 그 옛날, 에피소드마다 갖고 있던 포켓몬들로 사연 돌려막기 했던 어느 포켓몬 마스터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사연 거하게 깔아주다가 기어코 방생하고야 말았던 피존 생각남. 사실 토니도 마찬가지지. 큰 손 할머니랑 딱 일회성으로 엮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나 진배없지 않나. 그 외에는 그냥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설명하기 위해 흑인 한 명 끼워넣은 걸로 밖에 안 보이고. 그렇게 따지면 트랜스젠더인 마현이도 마찬가지지만. 

반대로 엑스트라 같던 인물들은 뜻하지 않게 중요도를 얻는다. 토니와 엮이는 큰손 할매. 이 양반은 좀 지나친 경우다. 분명 드라마 중반까지는 그냥 저냥 일수 떼 먹고 사는 동네 할머니처럼 보였단 말이지. 패션이나 행색이 말야. 근데 정체가 밝혀지는 시점 이후부터는 무슨 바람이라도 불은 건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닌다. ......? 이게 대체 무슨 전개냐. 지금까지는 박새로이 몰래 시켜보는 암행어사 코스프레라도 하고 있던 건가?

드라마 후반부는 몽땅 쌈마이해지는데, 15화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손현주 배우의 재출연으로 만들어낸 박새로이와 그 아버지가 꿈에서 만나는 장면이 바로 그것. 씨바- 진짜 박새로이는 무슨 샤머니즘 무당이냐? 그래도 드라마니까 죽은 아빠가 꿈에 나와 만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 근데 뭐 이렇게 길고 구체적이야.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같이 시간 보내고, 술집에서 같이 술 한 잔 기울이고, 끝내는 저 세상으로 떠나는 다리 위에서 총체적인 해후를. 내가 보고 있는 게 <신과 함께>인가, 지금? 클락 켄트 그 새끼가 툭하면 죽은 친애비 양애비 꿈에서 만나 조언 구하던 거 생각나네.

결국 장 회장 앞에 박새로이를 무릎 꿇리는 전개. 그 의미는 나쁘지 않다. 결국 사랑을 위해서라면 자존심도 한 수 접을 수 있다-라는 요지니까. 하지만 그걸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건 또다른 문제임. 이 지경이 되어서까지 저 젊은 놈 무릎 꿇리고 싶어하는 이 늙은이의 모습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음. 진짜 이 새끼는 무릎 성애자였던 건가? 연출의 의미와 메시지를 떠나서 너무 유치하고 웃기기만 하다.

너무 직접적이라 유치한 대사들도 눈에 띈다. 대부분이 날라리 엘리트 조이서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데, 대표적인 게 전화통화로 마현이에게 날렸던 '나는 다이아' 드립이라든가 박새로이에게 고백하며 풀었던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다시!' 같은 것들. 뭘 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알겠으나 역시 이런 발췌는 직접적일 수록 구리다는 것만 다시 증명했을 뿐.

더불어 딱 한 마디만 더하면 막판 인질극...... 진짜 이건 없느니만 못했다. 원작에도 있었다 없었다를 논하기 전에 실사 드라마로써 너무 못 살렸다. 쓸 거면 제대로 쓰든가, 아니면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든가. 요식업 드라마에서 갑자기 인질극이라니. 청년 창업기에서 갑자기 범죄 스릴러풍으로의 장르 체인지라니. 그나저나 도망치다가 고백하고 껴안는 전개 무엇...? 

PPL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이거야 뭐 요즘 한국 드라마들이라면 다 하는 거라 이 작품만 두고 까는 건 좀 미안한 것 같고. 그래도 홍삼스틱인지 뭔지 하는 것들은 좀 작작들 빨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마 자동차로 치킨게임하고 최승권이 에어백 잘 터져 겁나 좋다는 드립은 PPL로써 나은 편. 구린 PPL이 그 외에 너무 많아서 이게 제일 좋아보이네.

꽤 재밌고 막나가는 드라마였는데, 날림 부실 공사라도 한 건지 뭔지 후반부 들어 모조리 망가지는 드라마. 신선해서 좋았었는데 뒤로 갈수록 전형적이고 오래 묵은 맛으로 변해가는 드라마. 그래도 꽤 기대작이었는데 이렇게 흐지부지 용두사미 될 줄은 몰랐지,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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