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8 21:11

MCU 스파이더맨에서 아쉬우면서도 아쉽지 않은 것. 아쉽지 않으면서도 아쉬운 것. 초능력자들

MCU 스파이더맨에게 아쉬우면서도 아쉽지 않은 것. 아쉽지 않으면서도 아쉬운 것.

원작이 되는 코믹북 속에서나 각각 샘 레이미, 마크 웹이 연출했던 실사 시리즈들에서나. 스파이더맨은 항상 낮은 곳에 속한 자로서 낮은 곳으로 임하는 낮은 자들의 수퍼히어로였다.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 프롤레타리아 수퍼히어로.


이는 그가 가난한 집 출신, 또는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인 점이 컸다. 여기에 무엇이든지 항상 스스로 해결했던 성격은 덤. 그럼 그가 상대했던 수퍼빌런들은 다 어떤 자들이었나.


아치 에너미라고 할 수 있을 노먼 오스본은 굴지의 거대 기업 총수였고,


해리 오스본은 그의 아들로서 재벌 2세라 부를 수 있는 인물이었으며-,


닥터 옥토퍼스와 리자드는 명망있던 기성 과학자들이었다. 


여기에 큰 언론사의 편집국장인 이 양반은 보너스.

한마디로 그들은 대개가 기득권 세력의 일부였다. 부르주아 출신들이 많았다고. 스파이더맨은 그런 재벌 기득권 세력들에 맞서 뉴욕의 도심을 지켜냄과 동시에, 갓길에서 위험에 빠져있던 동네 꼬마들을 구출하고 애완용 고양이를 잃어버린 옆집 할머니의 문제까지 해결해주는 등 뉴욕의 가장 후미지고 작은 골목들까지 구해내는 존재였다. 근데 그랬던 스파이더맨이 MCU에서는 어떠냐고.


MCU의 스파이더맨은 거대 군수 기업의 CEO인 토니 스타크를 멘토로 삼고 있다는 게 포인트다.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물질적으로도 그렇다. <시빌 워>의 수트도 그렇고 <인피니티 워>에서 데뷔한 나노테크 아이언 수트 역시 모두 토니 스타크의 작품 아니었던가. <홈커밍>에서는 토니 스타크가 만든 초소형 드론으로 지형지물 파악까지 하잖아. 원래라면 스파이더 센스로 해냈을 그것을!


물론 안다. 당시의 그는 그저 어린애일 뿐이었으니까. 이후 <파 프롬 홈>에 이르러 수퍼히어로로서의 성장을 어느 정도 끝마치게 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MCU의 스파이더맨이 지나치게 토니 스타크에 의존하는 경향을 갖고 있었던 건 팩트지.

이처럼 어쩔 수 없는 사회적, 경제적 계급은 분명 프롤레타리아에 가까운데도 여기에 한 부르주아를 등에 업고 다니며 활동하는 MCU의 스파이더맨. 그런 그가 대적하는 악당들은 보통 또 어떤 자들인가? 비록 다 나쁜 놈들이긴 했지만-


처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


자신만의 확고한 운영론으로 좆소기업을 이끌던 소시민.


자신의 일생일대 발명품을 무시당한 무명의 과학자. 하필 가져온 표정은 존나 비열해보이는데? 나쁜놈인 건 맞다고 했잖아

심지어 벌쳐랑 미스테리오 둘 다 부르주아 토니 스타크한테 뒷통수 후려맞고 이렇게 된 거였잖아? 근데 그런 애들을 토니 스타크의 행동대장격으로 스파이더맨이 퇴치한다고? 어째 <장고>의 사무엘 L 잭슨 보는 느낌인데.


사장님 오셨습니까

하여튼 그래서 아쉽다는 거다. 근데 양가적인 게, 마냥 아쉽기만한 건 또 아냐. 샘 레이미의 3부작과 마크 웹의 연작, 총 다섯편의 실사 영화동안 비슷한 모습들 주구장창 봤으니 이제는 좀 다른 모습 봐도 괜찮겠거니- 싶기도 하고. 아, 몰라. 마음이 갈팡질팡해서 나도 잘 모르겠네.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쉬우면서도 아쉽지 않고, 아쉽지 않으면서도 좀 아쉬움. 이런 게 바로 계륵을 보았던 조조의 마음인 것일까.

근데 토니 스타크 이 새끼도 진짜 미친놈이지, 믿음직했더라도 결국 애는 애인 건데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 안 한 애한테 전세계 핵심 거점들을 묵사발 만들 수 있는 드론 군단 내장 인공위성을 넘겨줘? <시빌 워> 당시만 하더라도 어른들 일에 애 끼워넣는 것에 반쯤은 죄책감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대체 이게 어찌된 영문이야. 이거 진짜 미친 거 아니냐. 역시 MCU의 근본적 빌런 답다니까. 


왜 맨날 나한테 지랄이야


너도 정신차려.

덧글

  • 포스21 2020/06/08 23:41 # 답글

    그러고 보니 코믹스의 스파이더 맨도 몇해 전 부터 - 회사 사장이던가? 부자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또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 CINEKOON 2020/06/10 14:17 #

    이 캐릭터의 첫 등장으로부터도 어느새 60여년이 흘렀으니 그런 에피소드나 전개가 나올 법 하기도 하죠. 어쨌거나 캐릭터 고유의 정체성은 제가 말했던 그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유독 MCU에서는 이게 부르주아 앞잡이처럼 그려져서 푸념 한 번 해봤습니다
  • 풍신 2020/06/09 12:29 # 답글

    그래도 절대 소시민은 아니죠. 어디의 소시민이...

    https://www.youtube.com/watch?v=hmLpYalvsj0

    이런 좋은 집에 삽니까? 피터 정도의 집이라면 소시민 인정하는데, 리즈네 집안은 솔직히 피터네 학교에서 상류층에 가까울걸요?

    게다가 소시민이라도 악당은 뭐 처벌 받아 마땅하고...

    스파이더맨은 오히려 마블 세계관+만화판으로 따져보면 길거리 범죄를 훨씬 많이 상대하던 히어로죠. (날고 기는 히어로들에 비해서 힘이 약해서...) 길거리에서 가게 털고 하는 범죄자들은 부르주아의 부자와도 관계 없는 최저변의 건달들이고...
  • CINEKOON 2020/06/10 14:18 #

    루크 케이지나 데어데블처럼 길거리 범죄를 많이 상대했던 건 알지만, 어쨌거나 실사 영화판들에서 유명했던 메인 빌런들 위주로 계산 때려본 결과 너무 부르주아 앞잡이처럼만 나오는 것 같아 아쉬움에 쓴 글입니다. 소시민 드립은 거의 뭐 웃자고 친 거고.. 처벌받아 마땅한 건 당근 빳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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