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7 16:10

죠스, 1975 대여점 (구작)


떡잎부터 달랐던 스필버그를 볼 수 있는 그의 초기작. 그리고 불세출의 여름 영화. 모름지기 유럽 여행 가기 전엔 <테이큰>이랑 <호스텔> 한 번 봐줘야 되고, 해수욕 가기 전엔 <죠스>를 봐줘야 하는 것이다. 


열려라, 스포 천국! 45년 전 영화인데?


지금 시점에서 다시 보면 조금 뻔한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주인공들을 옥죄어 오는 수면 밑 괴생명체의 존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는 지역 이기주의의 발현, 좁은 폐쇄공간 안에서 극명하게 다른 성격의 캐릭터들을 활용하는 방식 등. 그러나 앞서 말했듯 45년 전 영화이니, 그 클리셰들이 다 어디에서 왔는가-를 역추적하면 결국 <죠스>가 나올 것이다.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는 다소 전형적인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개봉 당시 시점에서는 나름대로 혁명적인 영화였다는 것.

그 와중 스필버그가 존나 대단한 게, 연출을 개쩔게 만들어놔서 전형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현재 시점에서 이 영화를 다시 봐도 그냥 존나 재밌게 볼 수 밖에 없다는 것. 정말이지 스필버그는 떡잎부터 달랐던 것이다. <대결> 같은 TV 영화들을 제외하면 이게 두번째 극장용 장편 영화인 셈인데, 나름 신인으로서 이 정도 예산을 굴려가며 이 정도 퀄리티를 뽑아냈다는 게 정말이지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타고난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많다. 개중 몇 개만 따져보면. 일단 롱테이크 연출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말했듯 롱테이크로 찍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장면,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전체 전개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도전적이고 미학적인 촬영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롱테이크의 최대 약점인 지루함마저 줄일 수 있다면 정말이지 금상첨화겠지. 근데 젊은 날의 스필버그는 그걸 그냥 해내버렸다. 초반부, 상어의 습격을 걱정해 해변으로 향하는 주인공과 그를 설득하기 위해 나선 시장이 대화하는 장면. 그 부분이 꽤 길게 롱테이크로 연출되어 있는데, 단순 대화 장면이라 그냥 오랫동안 촬영하기만 했다면 다소 간에 지루했을 것이다. 그러나 스필버그는 그냥 그들을 한꺼번에 바지선 위로 태워 카메라 위치는 고정되어 있되 배가 움직이도록 해 그 단점을 보완했다. 배우의 연기를 담보하는 방식으로 롱테이크를 썼다는 게 정말 멋진 부분이기도 한데, 기껏 롱테이크로 다 찍어놓은 쇼트를 굳이 둘로 갈라 그 사이에 인서트를 넣기도 한다. 어렵게 롱테이크로 찍어놓고 아깝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런 편집 자체가 다른 데에 별로 욕심 없다는 이야기처럼 들려 납득하고야 말았음. 스필버그는 그저 배우들에게 마치 연극처럼 단숨에 연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일 뿐. 

괴수의 모습을 최대한 숨긴다-라는 괴수 장르의 공식대로 움직이는 영화이기도 한데, 스필버그는 서스펜스 만드는 데에 워낙 도가 튼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장르적 클리셰가 잘 먹힌다. 수면 위를 가르는 백상아리의 지느러미, 수면 바로 아래를 스치는 백상아리의 회색빛 몸통 등을 강조하면서 공포감을 조성하는 방식이 실로 대단하다. 아닌 게 아니라 <죠스>만 봐도 이 양반이 왜 대성 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니까.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했던 인디애나폴리스함의 생존자, 퀸트가 죽음을 맞이하는 게 참 공교롭다. 구조를 기다리던 젊은 날의 퀸트는 자신과 전우들을 위협했던 상어떼에게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를 갖게 되고, 이후 일평생 상어만을 사냥하는 것으로 복수를 대신한다. 그랬던 그를 기다리고 있던 최후가 결국 거대 백상아리에게 잡아 먹히는 것이었다니. 복수를 위해 한평생을 던져넣었던 사람이 맞이하는 최후로써는 썩 괜찮은 결말이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영화가 거의 2부 구성이었네. 전반 한 시간동안은 마을과 해변에서 벌어지는 사고 위주고, 후반 한 시간동안은 바다 위에서 벌이는 직접적인 사투. 구성도 지루할 틈 없게 잘 했다고 본다. 하여튼 스필버그 당신은 정말이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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