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7 23:36

로보캅2, 1990 대여점 (구작)


돌아온 로봇경찰. 그러나 폴 버호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빈자리를 꿰찬 건 다름 아닌 어빈 커쉬너. 전작을 뛰어넘었던 <제국의 역습>의 연출자라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안심되지만, 굳이 또 따져보면 <로보캅2>는 전편을 못 넘은 느낌이 강함. 그래도 제몫을 충분히 해낸 속편이긴 하다.

미디어 묘사로 오프닝을 가져갔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그 뉴스가 다루고 있는 소식들이 여전히 영화의 내용과 구체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단 점에서 좀 아리송하기는 함. 이제 그냥 혼란한 세계관을 묘사하는 데에서 만족한 것 같기도 하고.

결국 경찰 파업에 들어간 디트로이트시는 그야말로 난장판. 살아있는 고담 시티 그 자체처럼 느껴질 정도다. 고담이야 뉴욕을 베이스로 했다지만 어찌되었건 가상의 도시인데, 디트로이트는 아니잖아. 이 시리즈 외에도 캐서린 비글로우나 다른 감독들이 많이 다루기도 했으니 정말로 치안이 막장이었던 동네는 맞는가보다. 실제로 미국 여행 갔을 때도 디트로이트 이야기하면 다들 위험하단 말밖에 안 하던데.

하여튼 DC 영화 속 고담시 묘사 뺨치는 디트로이트의 막장성. 이것 역시도 1편의 경찰서 장면처럼 롱테이크로 담아낸 부분들이 있다. 길거리를 옆으로 트래킹해서 보여주며 물고 물리는 범죄자들의 생태계를 묘사하고 있음. 근데 시발 고담시는 아무리 무섭고 강경해도 사람 줘패 불구로 만드는 데에서 그치는 배트맨의 도시지만좋은건가, 디트로이트의 로보캅은 다르다. 경찰이고 브루스 웨인 마냥 총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보니 좀만 말 안 통한다 싶으면 바로 그냥 총부터 쏘고 봄. 반쯤은 기계이니 범죄자들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도 기본적으로 별로 없고, 굳이 따지자면 또 정당한 법 집행관인 거라 범죄자들 좀 쏴죽이고 다녀도 다들 별로 신경 안 쓰는 느낌. 막말로 고담시 뒷골목에서 박쥐인간 만나는 것보다 디트로이트에서 로보캅 마주치는 게 범죄자들 입장에서는 더 무서울 것 같음. 그냥 둘 다 무서움

그래도 명색이 주인공이라 진짜 '기계'에 불과할 것이라고는 관객으로서 생각 안 했기 때문인지, 로보캅이 사이비들에게 붙잡혀 말그대로 오체분시 당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고어무비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제작진들도 그걸 알고서 노골적으로 이용해먹은 느낌이 듦. 쇠껍데기가 잘려 분해되는 것 뿐인데도 마치 오장육부를 지닌 인간이 잔인하게 죽임 당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인공의 꽉 깨문 이가 더 고통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또라이인 것 같은 진또배기 미친년의 등장. 근데 상점 털고, 사람 죽이고 다니는 마냥 범죄자가 아니라서 더 짜증난다. 그야말로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본좌. 이 또라이가 내놓은 새로운 로보캅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가 존나 가관이다. 알렉스 머피처럼 책임감과 의무감이 강한 다른 경찰을 새 로보캅 후보로 데려와도 모자랄 지경인데, 얘가 1순위로 생각하고 데려온 건 다름아닌 컬트 범죄 집단의 교주이자 두목. 심지어 그 이유도 충공깽이다. 이 새끼는 마약중독자니까 마약만 주기적으로 제공해주면 우리 말을 잘 들을 거라나? 그리고 혹시나 통제에서 벗어나려해도 만능 리모컨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시발 너 박사 맞냐?

마약만 주기적으로 제공해주면 말 잘 들을 거라고? 얘가 마약을 지들한테서 뺏을 거라고는 생각 못해본 모양이다. 심지어 꼭 지들한테 빼앗을 필요도 없지. 유일한 공급처가 지들 뿐이야? 지금 디트로이트 시내 나가면 널린 게 마약인데. 그리고 뭐? 리모컨?  시팔 그 리모컨을 얘가 잡아 박살낼 거라는 것도 예측가능한 상황 리스트에 들어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명색이 박사고 전세계적 거대기업이라더니 하나같이 다 빡대가리들만 모아놓은 듯.

누가봐도 해선 안 되는 짓처럼 보이는 사이비 교주 악당의 사이보그화 뿐만 아니라 악당들 개연성이 전체적으로 심각하다. 일개 꼬맹이 하나가 범죄 조직의 두목으로서 군림하게된다는 설정도 존나 어이 털리잖아. 그와중에 재밌는 건 OCP 로고가 들어간 깃발이 존나 나치 같다는 것 정도. 아, 메인 악역은 아니지만 학교 야구부 코치가 자기 야구부원들로 가게 터는 거 존나 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시작된 조지 플로이드 시위 사태가 미국 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현 상황. 그와중에 보기엔 좀 그런 영화이지만, 극중 경찰들의 영웅적 면모가 유난히 돋보이는 영화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주인공부터가 애초에 경찰인데 뭘... 하여튼 같은 동료인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서로 뭉쳐 출동하는 장면은 80년대 스타일 의리 가득 장면이라 뭔가 복고풍 같고 좋았음.

글라이막스 액션이 과격하고 혜자스러워서 또 좋다. 이 정도만 해도 배부른데-라는 생각이 드는 와중 또 고봉밥을 내미는 할머니 같은 영화라고 해야하나. CG 기술이 득세하기 딱 직전에 나와 마지막 스톱모션 액션 영화로써 불꽃을 태운 그 기술력이 대단함. 그리고 액션도 꽤 길어. 기술의 발전 때문에 지금보면 그저 귀여운 수준에 불과해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던 관객들은 확실히 놀라 까무러쳤을 것 같다.

전설이 되어버린 1편의 아성을 넘기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자체로 꽤 재미있는 영화. 딱 여기까지였더라면 그래도 박수칠 때 떠나는 모습이 되었을 텐데, 제작사의 끝없는 욕심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다 똑같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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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동한 인물인데, 최근에 어떤 작품에 참여했었나- 하고 살펴보니 셰인 블랙의 &lt;더 프레데터&gt;가 눈에 걸리더라. 시팔 이 양반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고만. 2편이 제작 당시의 사회적인 마약 문제와 히피 문화들에 대해 언급하는 영화였다면, 3편은 버블 경제 당시 경제적으로 미국을 위협했던 일본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피어오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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