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9 20:16

센트럴 인텔리전스, 2016 대여점 (구작)


학창 시절의 왕따가 근육질 더 락으로 인생 역전해서 돌아온 모습에 대리만족하다가, 눈부시고 패기 넘치던 학창 시절 이후 평범한 삶에 종속되어버린 케빈 하트의 모습에 공감의 한숨을 쉬게 만들어버리는 영화.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살 빼고 운동해서 드웨인 존슨이 되다니. 이 정도면 안 긁은 복권 정도였던 게 아니라 묻혀있던 금괴 상자 정도인 것 같은데?

기본 설정은 심플한 소동극이다. 캐릭터가 존나 명확하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도 나름 잘 어울림. 그러니까 영화가 나쁜 편인 것은 아닌데, 괜찮다가도 평범해지고. 또 괜찮다가도 평범해지고. 근데 그 괜찮아지는 순간들이 거진 다 드웨인 존슨 덕분임. 드뒈인 존슨이 이렇게도 귀여운 사내였단 말인가.

CIA와 국제적 스파이가 등장하는 영화치고는 액션이 캐주얼한 편이다. 그러니까 '액션'을 위해 굴러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와 '코미디'를 위해 액션이 굴러가는 느낌의 영화. 약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느낌의 영화라고 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빠를까? 하여튼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드웨인 존슨 캐스팅한 영화치고는 액션성이 딸림.

사실 개그 감각도 아주 뛰어난 영화라고 하긴 어렵다. 예상되는 순간에 딱 예상되는 개그와 대사를 치는 수준. 그러나 드웨인 존슨이 다 살린 영화라고 생각한다. 덩치는 존나 산만한데, 친구를 아끼고 상처를 숨기는 모습이 거의 송일국네 삼둥이 수준의 순수함임. 존나 위협적으로 생겼고 실제로도 사람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닌 양반이면서, 귀엽게 웃으며 장난치는 모습으로 일종의 갭 모에를 만드는 것. 그래서 정말 이상하게도 드웨인 존슨 나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거의 영화내내 나오는데? 마약같은 영화

앞서 캐주얼한 편이라곤 했지만 그래도 나름 액션 코미디 영화인 건데, 뜬금없게도 학교 폭력 피해자의 마음을 잘 담아냄. 몸이 근육질이고 제아무리 싸움을 잘한다 해도, 어린 시절 얻은 상처는 영원하다는 것을 부드럽게 잘 묘사하고 있다. 큰 덩치의 왕따 피해자가, 여리여리한 왕따 가해자 앞에 서서 아무 말도 못한채 어버버-거리는 모습. 영화는 나름대로 가볍게 묘사하고 있지만 나는 그게 이상하게 무거이 느껴지더라고. 그리고 그 장면에서 왕따 가해자를 연기한 제이슨 베이트먼도 존나 얄밉고.

더불어 왕년엔 잘 나갔지만, 현재는 평범한 삶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을 뿐인 케빈 하트의 모습도 좋다. 배우 자체가 워낙 가볍고 파닥거리며 연기해 그 무게감이 좀 떨어져보이는데, 중간중간 쓴웃음 짓는 표정들이 그냥 내 마음을 치더라고.

존나 특이한 게 괴랄할 정도로 자주 네임드 배우들이 깜짝 출연한다는 것. 토마스 크레취만은 범죄조직의 두목으로, 아론 폴은 허무하고 연약한 흑막으로, 멜리사 멕카시는 주인공의 오래된 짝사랑 상대로. 상술했던 제이슨 베이트먼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이 정도면 다 드웨인 존슨과 케빈 하트 인맥인가? 아니면 감독이 처세 갑이였던 걸까.

하여튼 영화가 존나 평범한데 미친 텐션의 드웨인 존슨이 너무 귀여워서 그냥 둘 수 만은 없는 영화. 아, 드웨인 존슨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스콜피온 킹>에서의 드웨인 존슨 말고, 이 영화에서의 드웨인 존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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