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4 18:38

코드 8 극장전 (신작)


초능력자들이 실제로 존재하는데 영웅화 되기는 커녕 오히려 박해받는 근미래의 세계관. 여기서부터 영화가 이미 후달리기 시작한다. 각양각색 능력의 초능력자들이 활개치는 설정인데 이게 과연 신선할까?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장르가 수퍼히어로 장르인데? 그리고 초능력을 갖고 있는데 오히려 박해받는다고? 이것도 이미 <엑스맨> 프랜차이즈가 뽕 뽑을대로 뽑아먹은 설정이잖아.

기초 설정부터가 기시감 쩌는데, 게다가 영화는 확연히 저예산 티를 내고야 만다. 어떤 장르 내에서 살아남으려면 두 가지 중 최소 한 가지는 있었어야지. 존나 새롭거나, 그러지 못할 거라면 존나 고품질로 승부보거나. 근데 이 영화는 둘 다 안 됨. 신선하다기에는 너무 많이 봐온 소재에 내용이고, 고품질이라기엔 같은 장르의 다른 영화들 대비 너무 예산이 적어. 초능력자 주인공의 능력이 피카츄 마냥 전기 쏘는 건데, 막말로 <엑스맨>의 스톰과 비교해봐도 너무 꿇린다. 스톰이 쏘는 번개는 거대 자본의 맛 그 자체로 콰콰쾅-스러운 느낌이 있는데, <코드 8>의 주인공은 그 능력으로 고작 전구 몇 개 켜는 게 다임. 실용적인데? 물론 내용이 진행될수록 스톰 마냥 전기도 쏘긴 하는데 그 스케일이 귀여운 수준...

장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구체적 세계관 묘사에서도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일단 이 세계관 내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마약의 주 성분이 초능력자들의 척수액이다. 그럼 이런 공식이 성립한다. '마약을 뿌리뽑으려면 초능력자들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한다'라는. 그럼 이 공식에 대한 태도도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정신이 조금이나마 똑바로 박힌 세계관이었다면 모든 초능력자들을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등록해 관리했겠지. 반대로 디스토피아 세계관이었다면 초능력자들을 다 죽여버리는 심히 막장스러운 전개로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을 거다. 근데 이 영화는? 일단 초능력자들을 박해하긴 하는데 홀로코스터 마냥 다 죽이려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등록도 안 함. 등록하려면 돈을 많이 내야한대. 근데 박해받는 초능력자들한테 그런 큰 돈이 어디있겠나. 결국 못하는 거지. 그럼 악순환이지. 대마초 뿌리뽑겠다고 말은 하는데 정작 대마밭 관리는 안 하는 병신 머저리 국가 운영. 이민자나 불법체류자 등의 뉘앙스를 풍겨 은유하려던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인상.

하여간에 수퍼히어로 장르라는 제 1 지망 장르로써는 거의 폭망한 상태다. 그럼 그 이면 나머지를 채우고 있는 건? 어정쩡한 하이스트물과 가족 멜로 드라마로써의 요소가 전부. 근데 시팔, 하이스트물은 넣기도 민망한 게 변죽만 올리다가 바로 끝나버린 느낌이라 좀 뻘쭘함. 주인공이 시한부 판정받은 엄마에게 느끼는 슬픔의 신파 스토리도 너무 지겨워서 이거 언제 끝나나- 싶더라고.

뭔가 영화가 컨셉 잘 잡았다고 혼자서 오지게 자위하는 느낌이다. 내가 봤을 때는 영 아닌데. 같은 장르 내 저예산 영화였어도 <크로니클>처럼 혁명적인 전개를 보여줄 수도 있었을 텐데. 그에 비하면 이 영화는 밍숭맹숭 맹탕 같다. 많이 먹어본 바로 그 맛인데 오히려 질은 더 떨어지는 맛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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