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8 18:15

미녀 삼총사 3, 2019 대여점 (구작)


사실 앞서 <미녀 삼총사><미녀 삼총사 2 - 맥시멈 스피드>를 오랜만에 재감상했던 건 다름아닌 이 영화 때문이었다. 국내 수입명에서는 '3'이 붙었지만 사실상 리부트에 가까운 영화. 물론 영화 중간 중간에 이전 삼총사들의 모습이 잠깐씩 나오긴 하지만 말이다.

무슨 기획이였는지는 알겠다. 그 재미와 호오를 떠나서, 기존 시리즈가 여성 주인공들을 성적 대상으로서 자주 묘사했던 게 사실이긴 하잖아. 그래도 어쨌든 액션 영화인데 주인공이 셋 다 여성인 시리즈였고. 딱 요즘 시기에 다시 만들기 좋은 소재이긴 하지. 유명하거나 매력적인 젊은 여배우 셋을 기용해 요즘 화두인 페미니즘과 정치적 올바름을 장착한 뒤 왕년의 팬들에게 한 철 추억팔이 한 번 거하게 해보겠다는 심산. 그 기획 자체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제작자여도 군침 흘렸을 것 같은데.

문제는 영화가 가장 기본적인 것을 못했다는 데에 있다. 매번 이야기하지만 페미니즘이나 정치적 올바름? 모두 좋다 이거야. 근데 어쨌거나 장르 영화는 장르적 쾌감을 가장 1순위 목표로 생각해야만 한다. 그래서 내게 <에이리언>은 좋은 영화였고, <블랙 팬서>는 미묘한 영화처럼 느껴졌었다. <에이리언>이 담고 있는 페미니즘적 화두? 너무 좋지. 근데 일단 그 영화는 존나 무섭고 존나 재밌잖아. 허나 <블랙 팬서>가 담고 있는 인종적 화두? 존나 시기적절하고 맞는 말인 건 알겠는데, 일단 수퍼히어로 영화로써의 재미를 별로 못 주니까 그냥 모든 게 다 미묘 하게만 느껴졌던 거라고.

이 영화가 딱 그렇다. 다른 거 다 떠나서 일단 액션 영화잖아. 그럼 액션성을 먼저 쥐어짰어야지. 그러나 정작 영화의 액션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주인공 삼총사와 악당들의 타격 액션이나 총기 액션? 존재하지만 하나같이 질이 낮다. 액션의 합이 뻔히 보이거나 카메라로 그걸 담아내는 방식이 답답하다. 속도감과 박력이 넘치는 카 체이스? 이 영화에도 존재하지만, 너무 짧은 데다 특수효과 티가 너무 난다. 자동차를 타고 쫓기는 상황에서, 삼총사 중 '제인'이 차 문을 열고 지면과 평행하게 누워 쫓아오는 뒷차에 총구를 겨누는 장면이 있다. 근데 그걸 너무 짧게, 너무 합성 티나게 만들어놨더라. 이거 <미션 임파서블 3>에서 톰 형이 존나 멋지고 존나 진짜처럼 이미 보여줬던 거라고... 근데 후발주자가 이걸 이렇게 하면 어떡해...

설정상 CIA나 M6 소속 요원들을 훨씬 상회하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들인데, 민간인인 내가 보기에도 답답하게 느껴지는 설정들 역시 많아 실소를 자아낸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하는 '사비나'. 얘는 나름 비밀요원으로서 짬밥 좀 먹은 애 아니었어? 잠복 공격이 예상되는 중요 고객 미팅 자리에 고지 선점한채로 있는다고? 아니, 물론 고지 선점해서 정찰 및 탐지하는 건 중요하지. 근데 현재 작전 참여 멤버가 자기 포함 꼴랑 셋 밖에 안 되는데 자기 혼자 엘리베이터도 없는 고층 빌딩 테라스에서 똬리 틀고 있다. 그래서 정작 상황 터지니까 계단으로 세월아 네월아 내려감. ...... 이게 맞는 묘사냐고.

<미녀 삼총사>와 <미녀 삼총사 2>는 삼총사 모두 프로인 상태에서 쾌속 전개를 보여주던 영화들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삼총사 중 한 명이 초짜인 설정임. 이게 대체 무슨 소용이었나 싶다. 나름대로는 관객이 신입 캐릭터에게 이입하길 바랐던 것이겠지만 이런 캐릭터 너무 많이 봤고, 너무 무능력인데다, 너무 재미없었음. 타이틀을 '삼총사'로 건 영화인데 셋 중 그 누구하나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은 정말이지 큰 문제다. 심지어 연기 곧잘 하기만 하던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이 영화에서 무너지던데. 생각해보면 이 배우는 그냥 쾌활하고 선머슴 같은 역할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워낙 우울한 역할들만 해서 그런가. 이 영화에선 혼나 깨발랄한 척 다하는데 그야말로 '척'처럼 느껴져서 안습이었음.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출연도 하고 감독까지 했다. 그래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이전 영화들에서의 '보슬리'가 철저히 서포트 역할로 남았던 반면 이 영화에서 그녀가 연기한 보슬리는 아예 작전에 직접적으로 참여함. 게다가 반전 아닌 반전의 키도 쥐고 있는 인물이었는데... 본인이 각본 쓰고 감독까지 해서 그랬던 건가? 왜 삼총사보다 보슬리 역할이 더 큰 것만 같냐... 꼴에 한 번 조여보겠다고 넣은 반전도 존나 설득력 없기로는 매한가지라 한참 깼음.

다른 거 다 떠나서, 후반부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잘하든 못하든 큰 규모의 액션 하나는 있었어야 했다고 본다. 삼총사 셋 다 서로 처음 만나 팀으로 합을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고, 심지어 그 중 하나는 신입이잖아. 그럼 영화 내내 이합집산 하다가도 막판에 이르러서는 어느정도 짜여진 팀워크로 액션을 보여주었어야지. 존나 결정적으로, 클라이막스에 그런 액션이 없었다. 많은 수의 악당들이 그녀들을 포위하고 있는 상태에서, 난 또 삼총사가 각성이라도 해서 다 때려잡을 줄 알았지. 갑자기 불 꺼지고 다시 켜지더니 악당들 다 쓰러져 있음. 그것도 삼총사가 한 게 아니라 그녀들 외 다른 요원들이 전부 눈에 보이지도 않게 제압. ......아, 진짜 여기서 할 말을 잃었다.

이전 <미녀 삼총사>와 <미녀 삼총사 2>가 좋은 영화들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나서 이전 영화들을 복기해보니, 그야말로 선녀처럼 느껴지더라. 다시 보니 선녀 같다-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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