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31 16:10

올드 가드 극장전 (신작)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은 물론 제작까지 맡아 완성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실 보기 전부터 아닌 게 아니라 '액션' 장르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도 많고 걱정도 많았던 작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의 퀄리티가 점점 좋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액션 장르에서는 여전히 염병천병이였거든. 그래서 걱정도 됐었는데, 알고보니 이 작품에 들어간 예산이 대략 7천만 불 정도더라고? 개인적으로 영화 자체는 그저 그랬지만 액션 하나만큼은 쩔어줬던 샤를리즈 테론의 또다른 주연작 <아토믹 블론드>가 예산 약 3천만 불 정도로 만들어진 영화였잖아. 그 영화에 두 배가 넘는 예산을 가진 영화이니, 액션 하나만큼은 잘 뽑아줬겠지 싶었다.


스포 가드!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습니다.

액션의 퀄리티가 존나 오묘한데, 전체적으로 보자면 결국 구린 것에 가까운 오묘함이다. 일단 영화의 소재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몇 백, 몇 천 년간을 살아오며 인류 역사 뒷편에서 암약했던 불멸자 스쿼드의 이야기. 당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하이랜더>. 그 외엔 <엑스맨> 시리즈 속 울버린의 여정을 횡으로 좀 더 길게 늘인 영화라고 할 수 있고, 방구석에서 이빨 터는 것만으로 런닝타임 내내 관객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했던 <맨 프롬 어스>의 주인공 이야기에 액션성을 종으로 더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불멸자'들이라는 소재가 처음 사용된 영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주류 메인 스트림에서 아직까지 그렇게 많이 사용된 소재는 아니라고도 할 수 있기에 그 자체로 신선함은 있단 소리. 

근데 그걸로 액션을 이렇게 만들었다면 답이 없는 것이다. 비교적 신선한 소재를 가져와놓고도 그 소재를 통해 액션을 수식할 생각 자체를 안 한다. 울버린을 보자. 그에겐 아다만티움으로 된 갈퀴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무기는 역시 힐링 팩터라는 불멸적 소재였다. 텔라파시로 상대방을 조종하고 염동력으로 탱크까지 쥐포로 만드는 능력자들이 숱하게 있는 세계관 속에서, 울버린은 불멸이라는 근성적 능력 하나만으로 블루칼라 노동자 히어로의 칭호를 얻었다. 그가 상대를 갈퀴로 찔러 죽이든 옆에 떨어져있던 총을 집어 쏴죽이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란 것이다. 칼로 죽이든 총으로 죽이든 그는 철저히 몸빵 역할로 버텼다. 그리고 <엑스맨> 프랜차이즈에서는 그게 썩 먹혔다. 왜냐고? 그것만 줄창 보여주면 지루했겠지만 <엑스맨>은 말그대로 팀플레이 영화였잖아. 몸빵은 울버린이 해도, 원거리 공격이나 광역기는 나머지 멤버들이 다 해줬다고.

그러나 <올드 가드>의 파티원들은 오로지 '불멸' 능력 하나에만 몰빵한 상태다. 다 똑같은 능력에 똑같은 활약. 그럼 불멸 그 자체를 울버린 이상으로 잘 활용했느냐? 그건 또 아니야. 얘네가 할 줄 아는 건 그냥 적이 총을 쏘든 뭐하든 몸빵 하나 믿고 닥돌하는 것 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식으로 나가니 영 흥미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메인 악당이 같은 능력 계열로 존나 센 것도 또 아냐. 적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그냥 다 잡몹일 뿐이라고. 근데 긴장감이 생길 수 있겠나? 주인공들은 무적 치트키 치고 돌격하는 셈인 건데.

물론 작가들도 그걸 알았는지, 클라이막스 액션 시퀀스에서 주인공 팀에게 제약을 걸어두기는 했다. 리더인 '앤디'가 불멸의 힘을 잃었다는 것으로. 그래서 팀원들이 그녀를 보호해야만 하는 것으로. 시팔, 근데 그래도 몸빵인 건 똑같더라. 앤디가 그 몸빵을 견디느냐, 아니면 다른 팀원들이 앤디 앞에 서서 몸빵으로 총알받이가 되어 주느냐-의 차이였을 뿐.

흥미로운 부분들도 분명히 있다. 전체적인 액션의 합은 나쁜 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뉴비 '나일 프리먼'을 비롯해 다섯명의 불멸 스쿼드가 적들과 교전하는 합 자체에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불멸이라는 능력으로 몸빵 하나만 믿고 돌진하는 것엔 여전히 흥미가 생기지 않지만, 몇 백년간 한 팀으로 활동하며 적들과 싸웠을 팀워크의 합 자체는 굉장히 잘 짜여져있는 편이다. 말 한 마디 하지 않고도 서로가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챈채 묵묵히 도와주는 동선의 팀워크가 매력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다찌마리 동선을 짜고 액션의 합을 설계했을 액션 감독과 스턴트맨들은 꽤 걸출한 능력자들이었을 것 같음. 찾아보니 실제로 <존 윅> 시리즈에도 참여했던 인물들이 다수더라. 

그럼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액션 감독과 스턴트맨들은 최선을 다했는데. 그래서 들었던 생각이, 바로 감독의 이력 문제였다. 지나 프린스바이더우드 감독은 액션 영화를 찍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액션의 설계와 합은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그걸 카메라로 담아내는 감독의 연출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문제라기 보다는 경험 부족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어쨌거나 넷플릭스 월회비 내고 영화 보는 이용자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 해볼 수도 있는 거잖아?

이야기의 개연성도 덜그럭 거린다. 추이텔 에지오포가 연기한 서브 악역은 그 자체로 너무 평면적인데다 심리 변화도 손쉽다. 한평생에 걸쳐 불멸자들을 쫓았으면서, 정작 그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니 원 고용주들 배신 때리고 다 도와줌. 아, 물론 인간적으로 이해는 가지. 근데 이건 영화잖아. 그 과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하지 못한 게 문제라면 문제지. 더불어 상술했듯 지나치게 강력한 주인공들에 비교해 그럴듯한 메인 악역이 없다는 것도 큰 단점. 여기에 하나 더. 관객 시점을 대변하는 나일 프리먼 캐릭터는 대체 왜 이러는 건가. 분명 그녀는 군인이었다. 중동으로 파병까지 간. 근데 후반부 이르러 갑자기 앤디에게 사람을 못 죽이겠다고 말한다. 이것도 뭔지는 알겠다. 아무리 군인이었다해도 사람을 직접 죽인다는 것은 분명 큰 트라우마를 동반하는 경험이겠지. 그리고 군인으로 설정한 이유도 후반부 액션 시퀀스에서 이 캐릭터가 뭔가 액션적으로 밥값은 해야하니까 붙인 거겠지. 그러나 나일 프리먼이 앤디에게서 도망치는 장면은 너무 빈약하고 얇은 느낌이다. 뭘 하려고 했던 건지는 다 알겠는데 그 캐릭터의 감정에 제대로 이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보니 그냥 다 노골적인 각본의 설정놀음으로 보였던 거지.

메시지도 유치해서 혼났다. <쉰들러리스트>와 비슷한 맥락으로 가려고 했던 것은 알겠다.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전 인류를 구하는 것이다' 정도의 메시지였겠지. 근데 그래픽노블이 원작이여도 그렇지 너무 유치하지 않냐? 몇 백 몇 천 년에 걸쳐 그들이 살렸던 사람들이 훗날 인류를 구원하는 중요한 결정을, 또는 발명을 했던 사람들이라고? 그 자체로 좋은 메시지이긴 한데 너무 나이브한 생각 아닌가- 싶기도 했음. 뭔 불멸자들이 투철한 정의감으로만 살고 있어, 재미없게. 때에 따라서 나쁜 짓도 했었지만 이번 한 번만은 옳은 결정을 하려 한다-라는 뉘앙스의 불멸자 특공대원들이었다면 더 솔직하고 멋졌을 것 같음.

그래도 영화가 킬링 타임용은 된다. 그리고 넷플릭스 내에서 꽤 흥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때문에 벌써 속편 방향을 타전하고 있다고. 뭐, 이왕 만들 거라면 이번 영화보다는 낫길 바란다. 제발 이번 영화가 그저 오프닝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줘... 

뱀발 - 근데 극중에서 꾸인이 당한 형벌은 필멸자인 내가 봐도 존나 무섭다. 씨바 그 부분 하나만 놓고 보면 존나 흥미로운데.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