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31 16:30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2014 대여점 (구작)


주위에서 엄청 좋다고 했던 영화라 계속 봐야지 봐야지 미뤄두다가 왓챠에 있길래 드디어 감상. 근데 어째 내 동심과 내 심성이 다 썩어 문드러지기라도 한 것인지 난 별로 재미없더라.


- 스포일러 직접 예고제 -


집을 나간 아빠가 유일하게 남긴 건 작은 피자 배달용 차량. 제대로된 집 없이 그 자동차를 집 삼아 유랑하듯 살고 있는 주인공 오누이와 그 엄마. 영화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되고, 이후 집다운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부잣집 애완견을 유괴하기에 이른다는 게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줄거리와 컨셉 자체는 꽤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뻔하기는 해도 아이들의 시점을 통해 다소 비정하게 느껴지는 어른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고, '집'과 '가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게다가 내용만 보면 약간 하이스트 영화적 요소도 들어가 있지 않은가. 동심 때려붓고 장르적 재미로 살 붙인 다음에 메시지와 교훈으로 마무리 체리만 잘 올리면 꽤 그럴 듯한 컵케이크가 나올 만한 상황인 것이다.

허나 개인적으로는 영화 초반부터 집중이 잘 안 되더라. 일단 강혜정이 연기한 주인공 오누이의 엄마 캐릭터 '정현'이 진짜 가관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두 아이를 보살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겠어. 기특해. 근데 어째 초반에 세부적으로 하는 짓들이 다 진상이더라. 아는 사람 통해 취업한 레스토랑이라고는 해도, 어찌되었든 엄연히 자신의 직장 아닌가. 근데 그 직장 화장실에서 자기 아들을 씻겨? 세수 정도가 아니라 거의 샤워 수준이던데. 잘 모르겠다. 그냥 거기서 내 정신이 펑-하고 나가버린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영화적 허용으로 충분히 넘길 만한 묘사이기도 한데, 이상하게도 내가 그런 짓거리들을 사회 생활 하며 많이 봤기 때문인지 그냥 진상 같고 꼴 보기 싫어지더라고.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정현이 나오지 않는 장면들은 큰 거부감 없이 잘 볼 수 있었다. 아역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하고 있기도 하고. 다만 앞서 내가 기대했던 바인 하이스트 영화적 장르물로써의 재미. 그건 별로 없더라. 물론 어쩔 수 없었겠지. 전문적인 범죄자들이 열 한 명 정도 때거지로 나와도 모자랄 판국에 귀여운 어린이 둘이서 강아지 훔칠 궁리나 하고 있으니. 그러니까 이건 영화의 잘못이라기 보다, 기대 포인트를 잘못 잡은 나의 실수라고 할 수 있겠다. 하여튼 강아지 훔치는 묘사들이 너무 판타지처럼만 느껴져 좀 아연실색했음.

이어서 영화의 감동적, 교훈적 측면을 담고 있는 부분들 역시 나에겐 죄다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김혜자가 연기한 노부인이 자신의 죽은 아들 썰을 풀 때, 집 나간 아빠의 이야기를 하며 주인공 '지소'가 눈물 흘릴 때. 다 뭘하고 싶었던 건지, 뭘 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잘 알겠으나 그게 내게 썩 와닿지는 않았다. 일단 이런 전개 너무 많이 본데다, 또 그 많이 봤던 전개를 이 영화가 세부적인 부분들에서조차 하나도 다를 것 없이 이어나가고 있더라고. 그러다보니 지소가 울기 시작하고, 그런 지소를 노부인이 바라보며 대화나눌 즈음이 되어서는 그냥 심드렁 해질 수 밖에 없었다.

딱 하나 좋았던 건 최민수가 연기한 노숙자 캐릭터였다. 교훈과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내뱉는 타 캐릭터들과는 다른 담백한 활용도가 일품. 더불어 결말부에 이르러 지소에게 던져준 그 찡긋한 미소. 많은 걸 함축하고 있는 그 미소 하나만은 꽤 좋더라. 개인적으로 최민수 진짜 좋아하는 편이라 그냥 좋았던 것인지도 모르겠음. 근데 다른 영화였다면 그 역할에 캐스팅 되었을 고창석이나 오달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 좋았던 것도 있었음. 따뜻한 느낌이 강하지 않은 최민수가 그 역할을 연기해서 시너지가 더 났다고 보는 입장이다.

하여튼 영화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불호. 온기만 남은 영화처럼 느껴졌다. 정작 재미는 별로 없었음.

덧글

  • yy 2020/07/31 16:43 # 삭제 답글

    앗 최민수를 '진짜' 좋아하시는 분이셨군요!
    혹시 최민수 특집 포스트 써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ㅎㅎ 리뷰 포스팅 올리실 때마다 재밌게 보고 있고 저도 최민수 조금... 좋아하는 배운데 잘 몰라서요 .... 은근슬쩍 부탁드려 봅니다ㅋㅋ
  • CINEKOON 2020/08/08 02:35 #

    사실 최민수 배우 특집이랍시고 글을 쓰기엔 은근히 제가 최민수 배우 출연작을 본 게 별로 없어서...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크흡

    포스팅 올릴 때마다 재밌게 봐주신다니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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