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5 16:56

무간도3 - 종극무간, 2004 대여점 (구작)


'무간도'라는 제목의 의미만 놓고보면 엄청나게 적절한 결말로 시리즈를 매듭지어주는 영화다. 의미심장한데다 적절해보이는 결말로 시리즈가 마무리 되는 건 정말이지 다행인 일이지. 근데 그 결말 빼고 보면 3편이 시리즈 중 제일 후진 것 같음.


무간스포!


일단 시점이 너무 개떡같다. 시간대를 넘나드는 전개가 보는내내 헷갈리게 만든다. 2편도 그렇지 않았냐고? 물론 그랬지. 그래도 이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잖아. 2편은 그래도 선형적인 구성처럼 느껴졌었다고. 그러나 3편은 <메멘토> 같은 크리스토퍼 놀란식 구성처럼 느껴질 정도다. 지난 1편과 2편의 기억도 그대로 남아있는데, 마지막 3편에서 그 모든 걸 다 모아 섞어버리니 보는내내 이게 대체 뭔 상황인가 싶더라. 내가 멍청한 거라면 할 말 없긴 하지만.

결말까지 보면 '역시 다 필요한 캐릭터들이었구나' 싶지만, 그걸 모르고 볼 수 밖에 없는 초반부에 쌩뚱 맞은 신 캐릭터들이 대거 소개되니 보는 입장에서는 난감하고 흥미를 잃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 어쨌거나 현재 시점에서 양조위의 '진영인'은 죽었잖아. 근데 관객들은 유덕화의 '유건명'보다는 진영인에게 더 이입해있는 상태란 말이지. 현재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모두 유건명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을 응원하고 싶어지지가 않는다. 저 비열한 새끼 될대로 되라지.

아마 제작진도 그런 단점을 알고 있었기에 진영인을 등장시키려 비선형적 구성을 취한 게 아닐까-라는 의심도 든다. 근데 앞서 말했듯 그 구성이 나랑은 영 안 맞아서 오히려 단점에 단점만 더 섞여버린 느낌. 게다가 영화는 전개될수록 싸이코 드라마로써의 스탠스를 취하기에 이른다. 싸이코 드라마? 싫지 않지. 그러나 진중하고 현실적인 느낌의 느와르 장르에서 갑자기 싸이코 드라마로 유턴해버리니 갑작스러운 장르 체인지로 어처구니 없는 전개가 되고야 만다. 할 거면 하나만 하지 그랬어, 그냥 하나만.

그래도 2편에 비해서는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더 잘 뽑아먹고 있다. 일단 이 대단원의 결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갑작스러움에도 어쨌거나 싸이코 드라마로써의 노선을 취했으니 정체성 이야기하기에는 더 알맞았다고 봐야겠지. 근데 항상 이야기했듯이 메시지가 선명하면 뭐하냐고, 영화가 일단 그 자체로 재미있어야지.

3부작 전부를 꽤 오랜만에 정주행하는 것이었는데, 암만 생각해도 1편 외엔 나랑 잘 안 맞는 시리즈였던 것 같다. 1편 뒤에 붙은 2편하고 3편이 별로라기 보다는, 그냥 좀 사족같은 느낌이랄까. 1편 하나만 있었으면 그냥 전설로 남았을 텐데,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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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디파티드, 2006 2020-08-05 23:43:42 #

    ... 결말은 그 자체로 속 시원해 좋기는 하나 원작의 '미완' 같은 느낌이 덜해 좀 아쉽다. 뭔가 권선징악적 결말에 대한 할리우드의 집착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물론 원작도 3편까지 보면 마찬가지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리메이크라고 생각한다. 물론 원작 특유의 그 멜랑콜리함이 없다는 건 아쉽지. 그러나 항상 말했듯, 리메이크하는 데에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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