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6 00:18

신세계, 2013 대여점 (구작)


갑자기 시작하게 된 <무간도> 위크의 종착역.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세계>가 <디파티드> 마냥 <무간도>의 정식 리메이크인 것은 아니다. 다만 <무간도>가 떠오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비슷한 소재와 구성을 띄고 있는 영화라서. 그리고 기본적으로 장르적인 재미가 정확한 영화잖나.


스포세계!


선빵 먼저 치자면, 역시 <무간도>랑 비슷한 부분들이 많다는 것. 범죄조직 내부에 침투한 경찰측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것 외에도 <무간도>에서 영향을 받았겠거니- 싶은 것들이 있다. '이자성' 외에도 경찰이 골드문 내에 심어놓은 스파이가 있다는 것. 게다가 그 다른 스파이의 생김새마저 어째 <무간도>의 그 인물과 비슷한 느낌이다. 일종의 치트키처럼 사용되는 연변 거지들 역시 <무간도2>의 태국 갱들과 흡사. 외국 세력이라는 점도 그렇고 별다른 설명없이 무력 최강이라는 점도 그렇고. 하여튼 <무간도> 시리즈에서 따온 것 같은 설정들이 꽤 많음.

근데 또 변명을 좀 해주자면, 보는내내 <무간도> 생각이 안 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신세계>가 스스로만의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신세계>에서 가장 메인이 되는 캐릭터 관계, 이자성과 '정청' 사이가 바로 가장 큰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물론 <무간도> 시리즈에도 비슷한 관계가 있다. '진영인'과 '아강'이 바로 그들. <신세계>와 <무간도>의 두 커플 모두 범죄조직 내에서 형제처럼 지내며, 그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보호해주려 그 정체를 함구하다가 죽는다는 것 역시 동일. 그러나 <무간도>가 그를 극중의 양념으로 사용한 반면, <신세계>는 아예 메인 스토리라인으로 끌고 와 영화의 감정적인 측면을 극대화시킨다. 한국인들은 역시 정의 민족인 것인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흥미로운 관계고, 그래서 또 재미가 있다. 다만 황정민이 구축한 정청의 빛나는 캐릭터성에 의해 좀 더 눈길을 잡아두는 것도 분명 있음. <무간도>의 진영인에 비해 <신세계>의 이자성은 좀 재미없는 인물이거든. 근데 옆에서 정청이 그토록 난리 부르스를 춰대니 같이 재밌어지는 것. 하여튼 조금 딴 소리 같은데, 정청이야말로 한국인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인 것 같다. 겉으로는 허당 같고 친숙한데다 가끔씩은 좀 얼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막상 독하게 굴면 존나 독한 타입. 싸움도 존나 잘하고, 깡도 존나 강하고. 게다가 잘 묘사 되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사업수완도 꽤 괜찮았던 듯 싶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무엇보다, 한 놈한테만 존나 잘해준다는 것. 한국인이라면, 특히 남자들이라면 이런 의리 존나 좋아할 수 밖에 없잖은가. 아님 말고

물론 이자성과 정청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다. 박성웅의 '이중구'는 그 유명세만큼이나 숱한 유행어들을 남겼으니 더 할 있겠어? 다만 개인적으로는 최민식의 강 과장이 참 재미있는 인물이었던 것 같음. <무간도>의 황 국장 캐릭터를 적절하게 계승하면서도, 비열하기로 따지면 극중 조폭들 보다 더 비열하게 느껴지는 인물이 바로 또 그다. 근데 그게 최민식. 최민식 얼굴을 하고 그렇게 무게잡고 있으면 누군들 혹하지 않으랴.

재미있는 영화고 볼 때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영화이긴 하지만, <무간도>나 <디파티드>를 비교대상으로 올려놓고는 그 이상을 보여주진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있는 영화. 특히 결말부 숙청의 교차편집은 <대부>까진 안 가더라도 <무간도2> 속 그것과 엇비슷하게는 갔어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분명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거든.

결론은 장르적으로 재미있는 영화. 개봉해서 흥행하고 있던 당시만 하더라도 2편과 3편에 대한 계획이 뉴스를 통해 많이 알려졌었는데 대체 그 때 이어서 안 찍고 뭘했던 걸까. 이건 무조건 2편 프리퀄, 3편 시퀄로 갔어야 했는데. 본편에서 삭제 되어 그렇지, 마동석과 류승범이 나왔던 풋티지까지 연결해 3부작 구성으로 마무리 지었더라면 정말이지 한국 느와르의 정점에 섰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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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페이토 2020/08/06 01:25 # 답글

    재밌게 본 영환데... 무간도는 아직 못봤네요. 한국어나 영어 영화 아니면 손이 잘 안가드라구요. 대사의 맛이 음미가 안되니 그런건지... 아무튼 곧 봐야겠습니다.
  • CINEKOON 2020/08/08 02:33 #

    <무간도> 정말 좋은 영화죠. 그러나 말씀하신대로 멋진 양조위의 입에서 하이톤의 중국어가 나오면 살짝 깨는 듯한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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