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8 01:12

히트, 1995 대여점 (구작)


마이클 만의 영화들 속 주인공은 항상 남자였고, 때문에 마이클 만 영화들 대부분은 특정 '어떠한 것을 대하는 남자'들의 자세나 태도 등을 항상 다루어왔다. <히트> 역시 마찬가지인데, 마이클 만은 이 영화를 통해 '일'을 대하는 '남자'들의 관점을 천둥처럼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총소리와 함께 전달해낸다.


열려라, 스포천국!


마이클 만이 이후 만들게되는 <퍼블릭 에너미>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구도다. 자신의 일에 있어 항상 프로페셔널로서의 자세를 유지하는 두 남자가 주인공. 근데 그 중 한 쪽이 악명높은 범죄자이고, 다른 한 쪽은 그 범죄자를 잡아야하는 법 집행관 경찰이라는 점. 사실 <퍼블릭 에너미>를 굳이 가져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이미 전형적인 구성인 게 맞다. 그러나 마이클 만은 둘 중 어느 한 쪽을 일방적인 악한으로만 묘사해 권선징악의 깔끔한 카타르시스를 강조하는 대신, 두 인물 모두에게 입체감을 부여하여 누가 이기더라도 관객으로선 탄식을 내뱉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야기를 몰고간다.

범죄자와 경찰, 두 인물에게 부여된 입체감이란 그런 것이다.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 범죄자 '닐'과 형사 '빈센트'는 모두 자신의 직업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요행이나 운에 기대기 보다는, 특유의 집요함과 성실함으로 자신의 사생활을 전부 갈아넣어서라도 맡은 바를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들인 것이다. 그 때문에 닐은 중년이 다 되도록 가족이나 연인 하나 없는 고독한 삶을 살아왔고, 또 빈센트는 이미 두 번의 이혼을 경험했음에도 지금 바로 옆의 연인에게 제대로된 관심을 보이지 못한다. 마이클 만이 사랑과 일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 어찌보면 이것은 데미언 셔젤의 그것과 꽤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그의 주인공들 역시 사랑과 일 사이 중 모두가 후자를 택한 사람들 아니었던가.

30초 안에 털고 나오지 못할 것들엔 미련을 갖지마라고 닐이 말한다. 미련을 갖지 않는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미련이 남을 만한 것들은 애초에 만들지를 않겠다-라는 행동지침.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미련을 갖다가 죽은 게 닐이었다는 것이고, 그 미련의 대상이 다름 아닌 그토록 집착하던 '일'의 일환이었다는 거다. 닐은 성공한 범죄자로서 수중에 이미 많은 돈을 갖고 있었고, 국외로 도망칠 만한 성공적 루트도 마련해둔 상태였으며, 무엇보다도 끝끝내 여생을 함께할 만한 연인도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그는 나름의 해피 엔딩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닐은, 끝내지 못한 복수에 결국 모든 것을 걸고야 만다. '웨인그로우'를 처단하는 일은 은행 강도 업무의 가장 마지막 단계였다. 생략할 수도 있었던 단계였다. 그러나 그는 일에 있어 '생략'이라는 것을 모르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의 그런 태도는 결국 그를 죽음으로 내몰고야 만다.

정말 재밌는 게,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아내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 마냥 한심하게만 느껴지던 발 킬머의 '크리스'는 결국 살아남았다는 것. 지금 아내한테 가면 체포 당할 것이 뻔한데도 주위의 만류를 뿌리친채 달려갔던 크리스. 그러니까 일을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택했던 사람은 끝내 그 사랑을 붙잡지 못했다 하더라도 결국 살아남는다. 어떻게 보면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옆 좀 보라는 마이클 만의 조언 아닌 조언 같기도 하고.

말그대로 시원시원한 시가전 시퀀스로 유명한 영화고 실제로도 해당 장면이 끝내주기는 하지만, 결국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닐과 빈센트의 첫 만남 장면이었다. 둘이 대단한 액션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만히 식당 테이블에 앉은채 대화하는 것 뿐이지만. 화면을 뚫고 나오는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의 연기력이 어마무시하다. 여기에 이 둘에게 있어 결코 하나의 완전한 프레임을 제공하지 않는 마이클 만의 세심한 연출력이 어시스트. 베테랑들의 바이브란 이런 것이다.

뱀발 - 이 영화를 처음 봤던 그 당시에도 이미 나탈리 포트만은 탑 배우였었는데 이 영화에 나온다는 걸 왜 아직까지도 모르고 있었을까. 

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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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꼬 2020/08/08 06:40 # 답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보니 반갑네요.
    저도 닐과 빈센트의 첫 만남 장면을 좋아합니다.
    둘이 막상 대면하고 보니 서로 같은종류의 사람임을 직감하죠.
    다른상황에서 만났다면 절친이 됐을법 하지만..서로 적으로 만난 일종의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 강렬한 조연인 대니 트레호도 인상적이죠.
  • CINEKOON 2020/08/08 14:32 #

    왜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항상 적으로 만나 서로에게 집착하는가...

    어쨌거나 <히트>는 저도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대니 형님은 잠깐이지만 여전히 멋지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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