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1 17:36

워크 잇 극장전 (신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댄스 영화이자 10대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하이틴 영화. 그러니까 다시 말해, 항상 젊은 장르. 근데 영원히 젊어야할 장르가 어째 하는 짓이 늙수구레하니 매사에 대충대충인 모양새다.

내용과 그 전개는 진짜 뻔하다. 요즘 나오는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죄다 핵심 설계도라도 유출된 것인지 하나같이 다 똑같네. 그래, 그러나 항상 말했듯 이야기의 전형성 자체는 크게 문제가 안 된다. 관건은 영화가 재미있느냐 없느냐. 그리고 그 안에 조금이라도 새로운 시도가 있느냐-이다. 거두절미하고 말해 <워크 잇>은 그 모든 분야에서 하나같이 다 실패하고야 만다.

댄스 영화에서 댄스 장면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액션 영화 속 액션 장면들이 으레 그렇듯 그 안에 캐릭터와 서사가 함께 해야한다. 그러니까 춤을 추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왜 춤을 추고 있으며 어떤 춤을 추고 있는지를 관객인 우리가 알아야 한다는 말. 근데 <워크 잇>은 극중 중요한 댄스 장면 몇 개를 주인공이 유튜브 통해 보는 것으로 때워버린다. 나중에 주인공과 멜로로 엮이게 되는 안무가 캐릭터의 첫 소개가 그런 식이다. 유튜브 영상 속에서 춤추는 것으로 그가 소개되어 버린다. 그러다보니 이게 영화인지 뮤직 비디오인지 순간 순간 헷갈리게 됨. 이럴 거면 넷플릭스로 이 어설픈 댄스 영화를 왜 봐, 그냥 당장 끄고 유튜브 접속해서 4K 120FPS로 찍은 댄스팀 영상이나 찾아보는 게 낫지.

물론 영화내의 나머지 댄스 장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근데 그 나머지 댄스 장면들은 퀄리티가 정말이지 형편없다. 배우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춤 잘추게 된 건 잘 알겠다. 춤 자체는 잘 춘다. 그러나 그걸 카메라로 담아내는 방식이 문제. 진짜 감흥도 없고 신이 하나도 안 나더라. <스텝 업> 정도만 되었어도 어느정도 눈요기는 했다 싶을텐데 그거 반의 반도 못하고 앉아있으니 이걸 끝까지 댄스 영화라고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좀 더 다른 구석이나 좀 더 재밌게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충분했다. 댄스 문외한인 대신 모범생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으니, 외워서 추는 춤엔 소질이 있지만 프리스타일엔 젬병이라든가. 물론 그런 묘사가 있기는 하지만 심도 깊게 다뤄지진 않는다. 아니면 아싸들의 인싸 댄스팀 되기 프로젝트에 좀 더 무게를 실어 외인구단 느낌을 냈으면 전형적이더라도 차라리 더 재밌었을 것이다. <7인의 사무라이> 구성도 따와서 팀 리크루트하는 묘사에 더 치중했으면 캐릭터 무비로써는 중간 이상했을텐데. 등장인물들은 많은데 하나 같이 정도 안 가고, 각 인물들의 특성이나 주특기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팀 구성은 사실 오히려 존나 뻔한 편. 남성&여성 성비도 존나 명확하고, 인종적으로도 알맞게 편중되어 있다. 그래, PC요소? 좋지. 근데 적절해야 좋지.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지금 영화는 여러 인종 구성을 해두고도 각 캐릭터들의 이미지에 선입견을 갖다붙이는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 키만 멀대 같이 큰 안경 쓴 홀쭉이 백인 소년? 너드처럼 나와야지. 고스족처럼 어두운 메이크업으로 점철하고 나오는 소녀? 삶에 대해 온갖 부정적인 말로 일관하고, 니체의 글을 읽으며 ‘세상이 다 망했으면 좋겠어!’라고 시종일관 외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런 묘사가 대체 언제적 거여.

요즘 10대들 문화 시류에 맞추겠답시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등에 대한 묘사를 적극적으로 끌어오는데 그 태도 자체는 인정하나 역시 묘사는 기성세대 관점. 제대로 잘 썼는지도 모르겠고, 기성 세대가 바라보는 요즘 10대가 여전히 그런 모습이라면 참 답도 없지 싶다. 그나마 한국 관객으로서 흥미로웠던 건. 댄스 영화답게 신나는 음악이 자주 많이 나오는데 그 중 하나가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것. 갑자기 나와서 놀라긴 했다.

존재하는 한 항상 젊어야할 장르가 그렇게 젊어보이지도 않고 심지어 굼떠. 별 고민없이 이딴 장르 영화 만들거면 진짜 그만해라, 넷플릭스야.

뱀발 - 주인공 존나 이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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