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2 16:35

굿나잇 앤 굿럭, 2005 대여점 (구작)


배우로서의 조지 클루니 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조지 클루니도 만나볼 수 있는 영화. 미니멀한 형식을 맥시멀한 구성으로 꽉 채워넣은 영화. 그래서 다소간의 느끼함도 존재하지만, 그러면서도 담백하게 느껴지는 영화. 그리고 무엇보다, 데이빗 스트라탄을 한 번 더 눈여겨 보게 만드는 영화.

영화는 미국의 상원의원 조셉 맥카시가 이른바 ‘매카시즘’을 통해 권력 아닌 권력을 잡았던 시점에서 시작된다. 미 정부의 주요 인사들 중에 소련에서부터 흘러들어온 공산주의 첩자들이 존재한다는 게 그의 주장.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중세시대 유럽에서나 볼 수 있었을 법한 신세기 마녀사냥이 다시 시작된다. 이제 당신이 진짜 공산주의자인지 아닌지는 더이상 중요치 않다. 당신이 설사 공산주의의 ‘공’자도 모른다 잡아떼도,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든 엮어 보내버리는 게 그들의 방식이니까.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그 방식 자체의 잘못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그 방식에 반기를 드는 순간 그는 곧바로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힐 것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언론이 나서야할 때로써는 더할나위가 없는 시점이었지. 하지만 언론인들도 사람이다. 그들 역시 맥카시에게 섣불리 덤벼들었다가 빨갱이 낙인 찍힐 것이 두려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감독 조지 클루니는 바로 그 시점에서 한 명의 참 언론인과 그를 둘러싼 방송인들의 모습으로 선동에 대항하는 진실의 빛을 카메라로 담아낸다. 그 방식에 있어서는 굉장히 미니멀한데, 정작 그 구성은 맥시멀하다. 쇼트들은 현실감을 강조하려는듯 롱테이크로 찍힌 경우가 많고, 그마저도 다양한 앵글이 아닌 하나의 마스터 쇼트만으로 표현해냈다. 게다가 또 시대 배경을 감안한다고 해도 흑백 영화야. 그러면 짐 자무시의 <커피와 담배> 같은 영화들이 떠오를 수 밖에 없지. 그러나 조지 클루니는 그 짐짓 미니멀해보이는 도안 안쪽을 다양한 연출 기교들로 꽉꽉 채워넣었다. 카메라는 시종일관 움직이거나 흔들리며, 샷을 나누는 방식에 있어서도 신중하다. 얼핏 보기엔 단순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꽤 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느껴지는 영화인 것이다.

이로써 감독 조지 클루니의 인장은 제대로 각인된다. 실제로 그는 배우로서 중요한 조연 캐릭터를 연기해 극의 분위기를 든든하게 잡아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나... <굿나잇 앤 굿럭>은 어쩔 수 없게도, 결국 데이빗 스트라탄의 얼굴로 당신의 기억에 각인될 영화다. 극중의 브라운관과 그 극을 담고 있는 스크린을 뚫고 나와 관객의 망막에 직접적으로 당도하는 그의 자신감과 고뇌 어린 얼굴. TV쇼의 단독 호스트를 연기하다보니 자연스럽게도 클로즈업 쇼트가 많이 나오게 되는데, 내용 자체는 조금 느끼할지언정 태도에 있어서 담담하고 담백한 데이빗 스트라탄의 열연 덕분에 그 모든 클로즈업 쇼트들이 다 산다. 

카메라와 브라운관을 통해 전개되는 말싸움 아닌 말싸움을 다루는 영화이다보니, 그 옛날의 실제 풋티지를 통해 결국 영화에 직접 출연까지 하게되는 조셉 맥카시의 얼굴이 장관. 이 인간 존나 뻔뻔하고 자가당착에 빠진 인물이란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적 구성을 통해 다시 보니 정말이지 재밌는 양반이더만.

조지 클루니의 초기 연출작으로써 꽤 긍정적인 영화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데이빗 스트라탄의 연기가 정말로 좋고, 그 주변을 받쳐주는 조지 클루니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프 다니엘스 등의 연기도 훌륭하다. 이렇게 괜찮은 영화 만들던 감독이었는데 대체 최근작의 평가는 왜 그 모양이었던 걸까. 조만간 날 잡고 한 번 <서버비콘>까지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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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미드나이트 스카이 2020-12-28 12:27:25 #

    ... 지 않나. 그런 매체들에서 봐왔던 전형적 전개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별 재미가 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조지 클루니는 멋진 배우고, 또 꽤 괜찮은 감독이다. 그러나 &lt;미드나이트 스카이&gt;까지 보고 나니, 감독으로서 그의 스타일이 아직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최근작 &lt;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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