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2 16:52

4 브라더스, 2005 대여점 (구작)


작년에 작고했던 존 싱글톤 감독의 가족주의 범죄 복수극. 사실 복수극으로써도 그렇고 액션 영화로써도 그렇고 그렇게까지 훌륭한 영화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초 설정이 간단한데다 재미있고, 어쨌거나 장르 영화로써 관객에게 해줄 건 다 해주는 영화이니 그래도 중간은 간다고 해야겠지.

디트로이트의 어느 한 동네에서 거의 테레사 수녀급의 평가를 받는 노부인. 비행 청소년들을 달래주고, 동네의 치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그녀가 어느 날 살해된다. 뭐, 표면적으로는 동네 구멍 가게를 털던 강도들의 우발적 범죄로 보였지만 이런 영화들이 으레 그렇듯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숨겨져있던 음모들이 마구마구 쏟아져나오게 되고... 

존나 뻔한 이야기인 건 사실이다. 근데 그 죽은 노부인의 복수를 하려드는 아들들 면면이 재미있고 매력적이다. 일단 진짜 친아들들도 아니고, 그들끼리도 친형제가 아니라는 점. 서로 피를 나눈 건 아니지만, 함께한 세월과 정으로 뭉친 사람들의 복수 이야기. 근데 또 그 조합이 백인 둘에 흑인 둘이야. 나이대도 다 다르고. 바로 그 점이 매력있다. 아직까지는 거의 단일 민족에 가까운 우리나라에서야 별로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백인 둘에 흑인 둘이 서로 형제라 칭하고 의리를 다진다니까? 아, 하긴. 아무리 단일 민족 국가라고 해도 대한민국에서 토종 한국인과 흑인, 백인이 서로 형제라고 우기면서 다니면 그것도 존나 신선하긴 하겠구나.

하여튼 이 네 형제 패거리의 조합이 신선하고, 또 거기에서 오는 유대감과 케미스트리가 재미있다. 클대로 다 커버린 덩치 산만한 성인 남성 네 명이 조그마한 엄마 집으로 들어와 아웅다웅하는 모습에 어느 정도 공감도 가고. 역시 때로는 운명과 피를 나눈 가족들보다 인연과 연대로 이루어진 가족이 더 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초 설정은 이토록 단순하되 신선한데, 정작 나머지 액션성은 좀 어정쩡하다. 그 자체로 재밌는 이미지들을 선사하기는 해. 눈발 짙게 날리는 디트로이트 시내에서 벌어진 자동차 추격전이라든가, 아니면 정보원 하나 갈구려고 형제 3명이서 득달같이 달려드는 장면이라든가... 근데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다. 우애 좋은 4형제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매 액션씬마다 그들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강조되는 부분은 좋지만 정작 액션성이 애매해서 좀 난감하기도. 그래도 후반부 총격씬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괜찮았음.

메시지적인 측면에서도 다소 아리까리한 영화다. 보통의 복수극들은 복수를 끝마친 주인공의 홀가분한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그 끝나지 않을 굴레와 죄의식에 대해서 설파하곤 하지 않나. 근데 이 영화는 그딴 거 없음. 사법 체계가 어떻든, 내 안의 양심이 어떻든 그냥 우리 엄마 죽인 놈들은 다 쏴죽여버리고 엔딩. 그렇다고 주인공 형제들이 구속 당하지도 않고... 뭐, 굳이 또 변명해주면 타란티노 영화들도 대개 그러하니 그냥 넘어갈 수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그냥 딱 미니멀한, 그리고 또 보는 순간만큼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 지금 기준으로 봤을 때는 딱 넷플릭스 오리지널 액션 영화 느낌인 것 같다. 물론 잘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뱀발 - 치웨텔 에지오포가 메인 악역으로 나온다. 근데 후까시 존나 잡는데도 별로 안 무서움. 오히려 눈깔 뒤집힌 주인공 4인방이 더 무서워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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