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4 17:28

오케이 마담 극장전 (신작)


코미디로 기본 베이스 국물을 내고, 거기에 첩보 액션으로 양념과 고명을 얹겠다는 이야기. 지금 시점에서는 아무래도 <극한직업>이 안 떠오를래야 안 떠오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직접적으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본다면. <오케이 마담>은 <극한직업>의 발끝에도 못 따라가는 영화다-라고 이야기해야겠다.


스포는 거의 없지만.


액션과 코미디는 은근히 섞이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럼 성룡의 영화들은 뭐냐고? 류승완의 <베테랑>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물론 안다. 상술했던 <극한직업>과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액션과 코미디를 잘 엮어놓은 기성영화들이 이미 많이 존재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나는 결국, 그것이 순서와 배합의 문제인 동시에, 무게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무게감은 대부분 메인 악역의 카리스마에서 결정된다.

예컨대 이런 거다. 액션이긴 하니까 싸움은 벌여야 되겠고, 싸움을 벌이자면 일단 주인공과 그에 맞서는 적대 세력이 필요한 셈이다. 근데 또 거기에 코미디를 덧대? 자칫 잘못하다가는 메인 악역의 존재감이 코미디 요소에 의해 형편없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성룡 영화들을 좀 더 살펴보자. 그 영화들 속 잔챙이 악당들은 성룡에 의해 웃긴 포즈로 나가떨어지며 코미디적 요소를 끌어안는데에 일말의 두려움이 없다. 그러나 메인 악역만큼은 대부분이 항상 진중한 태도로 성룡과의 대결에 임했다. 그래도 한 영화의 메인 악역인데, 웃기는 표정 지으며 성룡에 의해 나뒹구는 꼴은 좀 어이없잖아. <베테랑> 역시 마찬가지다. 메인 악역인 유아인의 ‘조태오’를 상대할 때만큼은 영화가 진지해진다. 그러나 영화 초반부의 러시아 갱들? 걔넨 그냥 누가 봐도 웃기려고 넣은 거지. 그러니까 줘패면서도 주인공들이나 그 놈들이 좀 무너져도 상관없는 것이다. 물론 <극한직업>의 메인 악역인 신하균의 ‘이무배’는 그에 비해 다소 가벼운 인물이었지. 그러나 그가 수족으로 삼았던 부하들 만큼은 그딴 거 1도 없었잖아.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존나 무서운 새끼들뿐이었지.

<오케이 마담>이 가진 대부분의 문제점들은 모두 여기에서 기인한다. 나름 코미디니까 가볍고 경쾌해야하는 건 알겠는데, 그러다보니 한껏 폼잡고 진지하게 자신의 계획을 읊어대는 악역들마저도 모두 다 허접떼기처럼 보인다는 것. 전사나 설명으로만 보면 그들은 모두 위험한 자들이다. 얼굴 생김새도 하나같이 험상궂고, 칼과 총을 쓰는 재주 또한 수준급인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들의 범죄와 악행은 별로 무서워보이지 않는다. 애초 그들부터가 개그 요소로서 사용되니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민간 항공기를 하이재킹한 놈들인데, 그와중에 연예인 만났다고 거기서 사진 찍고 앉아있다. 중국말 못한다고 징징대고 누워있다. 젠장, 이게 대체 뭐란 말이냐.

그들의 범죄 계획에도 영 설득력이 없다. 대체 도검류와 총기류는 어떻게 들고 비행기에 탄 건지조차 설명이 없다. 시팔, 출국심사대에서 내가 지금까지 버린 액체류만 몇 통인데 뭔 스킨 로션 통도 아니고 칼 몇 자루랑 총 몇 자루까지 잘 들고 들어왔네. 그리고 다른 민간인들은 냅두고 왜 승무원들만 케이블 타이로 묶어둔 거야? 하다보니까 케이블 타이가 부족했나? 인질 관리도 엉망이다. 나름 계획세워서 비행기를 구획별로 나누고 특정 구획에만 인질들을 몰아넣은 것은 좋다 이거다. 근데 왜 그 인질들 감시를 한 두명씩만 번갈아가며 하고 있냐? 보니까 테러리스트들 숫자도 열 명은 족히 넘는 것 같던데, 왜 꼭 한 구획에 한 놈씩만 둬서 주인공이 싹 다 털어먹게 하는 거냐고. 싸움에서 밀리면 인질들 중 하나 붙잡아서 협박이라도 했어야지. 이렇게 능력없는 테러리스트들은 정말로 오랜만이다.

결과론적으로는 긴장감이 안 생긴다. 긴장감이 안 생기니 액션에도 의미가 없어진다. 이 하이재킹 사태 자체가 별로 안 무섭게 느껴지는데 거기다대고 극중 인물들만 잔뜩 찡그린 표정 지으며 ‘어떡하지?!’를 연발하고 있으니 이게 재미있을 턱이 있나. 이렇게 액션 쪽이 다 망가질 것이었다면 그나마 코미디라도 살렸어야 했는데, 두 시간 정도 되는 영화 보는내내 진심으로 웃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박성웅의 팔불출 개그가 그렇게 재미있나? 이선빈이 연기한 탑스타 연예인이 숨겨둔 딸을 둔 애 엄마로 오해받는 에피소드가 그렇게 깔쌈한 건가? 그 재미없는 개그 넣으려고 일부러 악당이 주인공 딸에게 엄마 어디있냐고 물어보는 장면까지 추가해넣었다. 아니, 그렇게따지면 쓸데없는 관계가 좀 많아? 김병옥이 연기한 국회의원은 왜 넣은 거고, 탑스타 연예인과 영화감독 커플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심지어 비행기 기장이랑 승무원 중 하나랑 또 부부 사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대체 왜 넣은 설정인 건데?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 조종실 뚫어야하니까? 진짜 염병천병.

캐릭터들을 많이 깔았으면 그걸 본편에서 써먹었어야지. 초반부에 국회의원, 탑스타 & 영화감독, 여러 커플들, 시어머니와 며느리, 기타 승무원 등등 캐릭터들을 많이도 깔길래 난 또 중후반부부터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테러리스트들에게 대항이라고 하는 이야기인가- 했지. 근데 그딴 거 1도 없고 그냥 주인공 응원하는 병풍 치어리더 군단으로 변모. 시팔...... 진짜 이거 해도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고.

딱 하나 의외였던 건 엄정화의 주인공이 ‘목련화’였다는 거. 앞에 이선빈으로 복선 깔아놨길래 ‘아, 주인공은 그냥 민간인인가’ 싶었었는데 알고보니 이쪽이 목련화였네. 이건 의외였다. 근데 그걸 또 잘 연출해 보여줬는지는 의문이고.

뱀발 - 앞으로 배정남 나오는 영화는 걸러야할 것 같다. 형님,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예요.


덧글

  • 타누키 2020/08/14 17:44 # 답글

    의외로 평이 괜찮던데 역시나였나요. ㅎㄷㄷ
  • CINEKOON 2020/08/15 01:14 #

    역시나는 역시나...
  • dd 2020/08/14 23:30 # 삭제 답글

    티저만 봐도 엄정화가 목련화던데요..
  • CINEKOON 2020/08/15 01:14 #

    제가 티저를 안 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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